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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sook H Sep 10. 2024

편의점

주하의 화.

"체리야!!! 너 왜 그래??? 왜 자꾸 냄새 맡아?? 정말 싫어!!! 아이 씨~!!!!"


지금도 딸은 컴퓨터 하는 엄마 뒤로 체리를 향해 별의별 이야기를 하며 화풀이 중이다.


체린 항상 가만히 있었을 뿐인데 매일 언니의 미움을 산다.


처음엔 이유 없이 자꾸만 체리를 싫어하는 녀석을 향해 혼내기도 많이 혼내 보았다.  한데 그러면 그럴수록 녀석의 뇌리엔 체리를 향한 미움만 더 강하게 박혀 화만 증폭 시킬 나아질 생각을 안 했다.


'그래, 체리의 미움이 자연스레 사라질 동안 기다려주자.'


그리고 지금은 그런 녀석의 모습에 그냥 유령 보듯 모르는 척 대하고 있다.


그런지 꽤 되다 보니 체리도 언니의 이해 못 할 행동에 그저 졸린 눈만 꿈뻑인다.


오늘, 녀석의 잔소리가 시작되기 전.


그림을 그리는 엄마 옆에서 녀석이 하품을 하며 졸리다고 다.


"졸려? 그럼 우리 편의점 가서

커피 한잔씩 하고 올까?"


"그래!!!!"


주하네 집은 시골 중에서도 시골, 구석에 틀어 박혀 집 몇 채 없는 동네에 살고 있다. 처음 이사 올 땐 녀석 학교 하나만 보고 와서 집을 짓고 살다 보니 아무것도 없는 조용한 동네가 생경했고 서울 살던 내가 이런 시골의 경치를 좋아할 도 없었다.


눈이 오면 멍~ 했고 비가 와도 멍~했다.

감성에 1도 모르는 그런 무감각했던 내 젊은 날이었다. 그렇게 시골로 귀촌해 10년 넘게 살다 보니 함박눈에 아름다움이 보였고 소나기의 운치를 즐겼고 가을날의 바람을 기다렸다. 그렇게 자연을 좋아하게 되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었고 나 자신에 대해서 뒤늦게 알아가기도 했다.


'나는 그동안 내 감정에 참 무딘 채 살아왔구나....'


슬프면 슬픔을 표현해야 할 줄도 몰랐고 기쁠 땐 나의 기쁨을 온전히 표현할 줄도 모른 채 남의 시선에서만 움직이며 살아온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렇게 하나하나 나 자신을 발견하며 온전한 나로 설 수 있게 해 주었으며 내게 많은 감성을 키워준 시골은 이젠 내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재....


가끔 나처럼 서울에서 내려와 귀촌해 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딸랑~!


편의점 문을 열고 들어가면 사장님이 계실 때도 있고 사모님이 계실 때도 있고 때론 따님이 계실 때도 있었다.


오늘은 사모님이 우릴 맞아 주셨다.


이런 깡 시골로 이사를 온다는 건, 더욱이 젊은 사람들이라면 뭔가 사연이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처럼.


"안녕하세요."

"어서 오세요~"


그리고 애써 무심한 척 딸아이와 먹을 음료를 고른다.

딸아이를 키우고부터였을까 애써 사람들하고 친해지려 하지 않았다.

사람들과의 친분은 나를 참 성가시게 했고 신경도 많이 갔기 때문에 나 스스로가 차단하며 지내는 게 편하고 좋았다.

한데 가끔은 궁금해지는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처럼 순둥순둥한 사람들을 만날 때면....


"이거....."

"어머! 이거 우리 주시려고 꺼내놓으신 거예요?"

"네...."


사모님이 수줍게 먹을거릴 우리 앞에 내어 놓으셨다.

식탐 많은 딸아이에게도 눈이 휘둥그레질 일이지만 엄마도 사모님이 주시는 그런 서비스들이 싫지 않았다.


처음엔 사장님이 살가운 주하를 대하시며 귀여우셨는지 자꾸 무언가를 주려 하셨다.

괜찮다 거절하길 몇 번... 우리가 그림 그리다 바람 쐬듯 와서 도시락 사가길 좋아하니 사장님이 조심스레 말을 건네셨다.


"혹시... 이거 드려도 괜찮을까요?"

날짜가 임박해진 식빵이었다.


"어머! 괜찮죠~ 그럼요. 감사합니다."

주면서도 날짜가 임박해진 빵을 주기가 미안한 사장님을 대하며 그런 사장님 손이 쑥스럽지 않게 흔쾌히 받으니 그게 시작이 되었다.


이젠 으레 사장님께서 우리가 가면 사모님을 향해 그러신다.


"여보! 여기 손님 좀 잘 챙겨드려."


그렇게 하루하루 단골이 되고 오늘도 커피 마시러 가니 사모님께서 잔뜩 싸주셨다.

이야길 들어보니 사장님네도 서울에서 세 가족이 귀촌해 오셨는데 시골살이가 만만치 않으셨는지 다시 시내아파트로 집을 옮기시고 편의점만 이쪽에서 운영하신다고 하셨다.


이해가 갔다.


우리도 집성촌이란 동네로 이사 와서 몇 번을 이사 갈까 고민을 했었으니....


사모님께 감사의 인사를 정중히 드리고 주하는 아이스크림, 엄만 커피, 지미냥이 줄 고양이 간식과 체리멍뭉이 줄 천하장사 소시지를 사고부터였다.


체릴 향한 주하의 잔소리의 시작이....


"엄마, 소시지 두 개잖아. 나 하나 줘."

"안돼. 체리 거야."

"난?"

"넌 아이스크림 있잖아."

"체린?"

"체린 소시지."


녀석의 화살은 그렇게 체리에게 꽂혔고 지금도 여전히 침을 튀기며 체리에게 소리 지른다.


"저리 가!!! 안가??? 가라고!!!"


"주하야... 네가 왔잖아. 체리한테...."


"싫어. 그냥 싫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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