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금주한다. 채소는 받아.

해맑금주(金作)219일째

by 샤인진

저 지금 심각해요.

양손 가방끈을 잡고 두 다리는 후들 해요.

화장실 가고 싶은 게 아니고 너무 배가 고파요.


뷔페.

앞에 8팀 남았어요. 얼른 접시 들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조합을 알려드릴까요? 좀 특이해요. 단호박죽에 연근과 가지구이 찍어먹기예요. 팥죽이 있으면 더 좋아요. 저는 달달한 죽이 드레싱이에요. 샐러드도 야채도 찜도 다 찍어먹어요. 퐁듀처럼요. 엄지 척 이에요.

상상하니 더 죽겠어요.


30분 뒤. 지구 한 바퀴 걷다 온 어린 왕자의 기다림이 끝나고 자리를 안내받았어요.

평소에 못 먹는 음식들로 고르려 하지만 매번 먹는 것에 손이 가요. 하얀 접시가 알록달록 주방장 솜씨 작품들로 잘 담겼어요. 드디어 아스파라거스가 입으로 들어가요.


앙... 오물조물... 양상추 아삭 씹고... 진정시키며 음료를 생각해요. 이제는 저랑 상관없는 광고문구가 보여요. [맥주. 4900원. 무제한으로 즐기자]

돈이 굳었어요. 앞 테이블의 아저씨가 목을 뒤로 확 젖혀 맥주를 마시고 계세요. 저는 생각해요. 지금 나에게 맥주배는 없다. 그러니 건강음식으로 나를 채운다.

'나를 살리는 글쓰기' 장석주 작가님의 책의 문장이 떠올랐어요.

먹는 것은 먹은 것을 몸으로 합병하는 행위가 아니라 몸을 제가 삼킨 것을 향해 여는 것이다.



음식이 들어오면 그 음식으로 나를 표현하는 것이라는 거예요. 그렇게도 생각하니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먹은 음식으로 내 몸을 여는 것이면... 단순 간단하게 먹고 싶어 져요.

가생이에 붙어있는 죽을 가지구이로 싹 모으며 성공한 사람을 계속 만나면 나도 그런 사람이 돼 듯이 건강한 음식을 계속 만나면 건강한 사람이 된다는 단순하고 알고 있으면도 음식에 적용하니 새롭게 느껴지는 묘한 기분을 느껴요. 초록음식을 먹으면 초록똥. 빨간색음식을 먹으면 빨간 똥. 어디서 들은 문장도 생각나요.


같이 온 일행분께 얘기해요. "금주하길 잘했어"

영화 아저씨 생각나요. '나 전당포 한다. 금이빨은 받아'

'나 금주한다. 채소, 구황작물은 받아'


며칠 전 회사행사 끝나고 다 같이 식당에 갔어요. 반찬으로 아삭이 고추가 있었어요.

사장님께 여쭈었어요. "이거 재배하신 거예요?"

"아니요 산거죠!"

"아 너무 잘 키우셔서 사장님의 솜씨인 줄 알았어요" 하며 한 입 왕하고 베어 물었어요. 왜 이름이 아삭이 인지 실감 나게 아삭했어요.

그걸 보고 있던 행사 참여자 분께서 이런 종류를 좋아하냐고 물으셨고 다음 날 본인 텃밭에서 상추, 당귀, 쑥갓을 직접 뜯어다 한아름 선물해 주셨어요.


텃밭에서 방금 따다준신 따뜻한 마음


이런 게 행복인가바요. 사람들은 이거 받고 그리 좋아해 말하지만 저에게는 제 몸을 여는 행복의 매개체인걸요. 금주하며 저의 몸을 건강하게 여는 방법을 알아가고 있어요. 술이나 인스턴트음식이 먹고 싶을 때 생각하려고요. 음식 향해 나를 여는 것이다.


해맑금주-황금금(金)창조주(作)

해맑게 삶을 황금으로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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