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만큼 쌓였던 모카의 물건
나는 내 물건에 한해서는 미니멀리스트이다. 책은 좀 많은 편이지만, 화장품이나 옷가지는 보통이거나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모카가 먼저 떠나면서 모카 용품을 정리했는데, 모카에 한해서는 맥시멀리스트가 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우리집 세간의 반은 모카의 것이었다.
이 가구, 그릇, 사료, 화장실, 모래, 간식, 장난감 등등을 어쩌나 1초정도 고민은 했다. 정해져 있는 답변은 주변 집사들에게 나누는 것이었다. 정말 많아서 당근마켓에 열심히 판매하면 족히 30만원은 얻을 수 있었겠지만, 일일이 앱에 올리고 거래해서 얻는 결과보다 내가 아는 주변 고양이들과 집사들이 짓는 행복한 표정을 보는 게 더 값어치 있다.
불교에서 '남에게 베풀고 돕는 것'을 보시라고 한다. 보시는 업을 정화하고 좋은 업을 쌓는다고 알려져 있다. 모카의 49재동안 모카의 용품을 나눔하면, 모카가 더 좋은 곳에서 평안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마음도 사실 컸다.
기념으로 기록으로 남긴 사진들이다. 못찍은 용품들도 많지만, 모아놓고 보니 나도 참 극성이었다. 마음 한켠에는 평범하고 단순하게 키우고 싶었는데, 모카가 21년 말 선천적으로 심장이 특이하다고 안 이후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을 선물해 주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극성이지만, 위 물건들은 그냥 사랑이라고 해두기로 했다. 모카가 가던 마지막 날에도 나는 순진하고 어리석게도 모카의 용품을 사서 들어왔는데, 내가 구매했던 사랑들 만큼 모카가 내 곁에 더 있어주길 모카가 행복함을 더 누려주길 무의식적으로 계속 생각한 듯 싶다.
이제 위 물건들 모두, 잘 써줄 새로운 주인을 만났다. 다들 고마워해주고, 나눔의 주인님 고양이들의 기쁨을 예상하는 빛나는 눈빛을 보았다. 덕분에 나도 마음이 따뜻한 순간들이었고, 모카를 향한 나의 사랑이 여기저기 행복이 되어 살아간다는 점에 뿌듯하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