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끝내 인사하지 못한 채
마지막 기숙사 짐을 챙기고 차에 올라탔다.
엄마는 웃고 있었지만, 나는 그럴 수가 없었다.
새벽까지 못 잔 그날 이후로 나는 연락을 하지도, 기다리지도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러지 못했다.
멀어진 이유가 전부 나인 것 같아서 물어볼 수가 없었다.
어느 학교로 가는지 정도는 알고 싶었는데 그것마저 모른 채 이곳을 떠나려고 하니 마음 한구석이 무거웠다.
인사도 없이, 그렇게 흘려보냈다.
그땐 가끔 꿈을 꾸곤 했다.
여전히 하얀 얼굴과 어색하게 짓는 미소가 영락없이 그 친구다.
그래서 제발 이 잠이 깨지 않기를 바라며 눈을 떴을 땐,
왠지 모를 공허함만이 남아 있다.
다시 잠에 들어 볼까 생각도 했다.
다시 나타날 거란 헛된 희망을 가지며.
몇 년이 더 흐른 지금.
잊고 지낼 즘이면 또다시 환상으로 나타나
평안한 하루를 처음부터 망쳐 놓고 사라진다.
나는 왜 계속해서 너를 쫓는지.
그렇게 떠나보내고 한 번도 본 적 없는 그 친구가,
여전히 내 머릿속에는 16살 그대로였다.
눈을 감아야만 생생해지는 그 모습이, 한편으로는 미웠다.
연락하지 않는 중학교 동창들을 찾아내 번호라도 물어봐야 하나 고민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하진 않았다.
훌쩍 넘은 시간 속에 속절없이 흘러간 우리가 다시 만날 리가.
마음을 고쳐먹고 다른 남자친구를 만나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만큼 마음이 커진 적은 없었다.
아무리 해도 그 친구를 이길 수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기나 긴 설득 끝에 포기를 한 것이다.
마지막 연애를 끝맺음 짓고 난 후의 생각은 그 연애에 대한 아쉬움이나 후회가 아니었다.
이제는 얼굴도 흐릿한 그 친구 생각이었다.
감춰뒀던 감정은 물 밀 듯 쓸려왔다.
그건 궁금함이 아니었다.
‘보고 싶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