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후의 이야기
오래된 이야기를 꺼내 보기까지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희미해진 기억과 정리되지 않은 마음을 핑계로요.
그러다, 이 마음을 피하기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친구와 10년 만에 연락을 했고, 그다음 날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잃어버렸다 생각했던 기억은 적을수록 또렷해졌습니다.
그때는 느끼지 못했던 온도를 뒤늦게 전달받을 수 있었습니다.
오래전 연락을 주고받았던 것들이 아직 휴대폰 어느 한 구석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걸 읽어보며 그 친구를 조용히 좋아했고 그래서 조심했던 마음을 이제야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기록을 하려 쓴 글은 어느덧 마음의 정리를 도와주었고 제 본질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았습니다.
물어보지 않고 말이죠.
‘여전히 마음에서 보낼 수 없는 사람, 어쩌면 잊힐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앞으로 평생을 보지 못하고 소식도 듣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 마음이 쉽게 옅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남아 있는 흔적을 부정하지 않을 순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흔적이 부디 우리를 더 성숙하게 이끌어 주길.
저에겐 낡은 책의 마지막 페이지 같은 사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