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크리스마스의 중심에서
3일 전부터 고르고 고른 옷을 입고 학교에서는 금지인 틴트까지 바르며 준비를 마쳤다.
오늘은 그렇게 기다렸던 크리스마스다.
매일 같이 걸었던 길인데 느낌이 달랐다.
찬 공기에 얼어붙을 법도 한데 약간의 따스함까지 느껴졌다.
멀리서 그 친구의 모습이 보였다.
가까이 걸어갈수록 더 선명해졌다.
늘 교복에 가려져 있던 다른 모습이 새삼 눈에 띄었다.
나를 보지 못했는지 딴 곳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천천히 다가가
“안녕?”
어색하게 인사를 한 뒤 간지러운 침묵 속에서 지하철을 탔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어서 아무 말이라도 내뱉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쩌다 눈이 마주칠 때면 화들짝 놀라는 것을 숨기지 못해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가까이서 얼굴을 보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었다.
침묵 속에 겨우 말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
둘만의 고요한 정적 속에 지하철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붐비는 소리에 긴장이 풀린 우리는 트리 축제의 중심으로 갔다.
빨강, 초록, 노랑빛으로 물든 거리는 서서히 우리를 웃게 했다.
“현우야, 너무 예쁘다, 그치?”
“그러게 한번 오고 싶었는데 너랑 오게 되네.”
트리가 예쁘다는 말 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고등학교는 어디로 가는지,
우연히 본 네 모습이 예전보다 많이 밝아 보였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부끄러움이 많았던 나는 왠지 모르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입가에서 맴도는 말을 전부 삼킬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 친구의 따뜻함은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았다.
길거리에서 생강차를 유자차라 착각하고 마셔 ‘이게 뭐야?’하는 표정을 보여주자
“안 마실거지?”
하며 손수 대신 종이컵을 치워주던 모습.
유난히 손이 차갑던 나를 위해 기꺼이 장갑을 벗어 슬쩍 주던 모습까지 전부.
시간이 지나자 점점 사람들은 더 많아졌고 우리는 서로에게 가까워질 수밖에 없었다.
눈이 마주치는 것도 부끄러운데 손이 스치는 느낌이 나니깐 어쩔 줄 몰라했다.
괜히 내 손을 만지작거리다가 결국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그땐 그게 나의 최선이었다.
한편으로는 그때만 할 수 있었던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사람이 사람을 고요히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렇게, 사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