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나이, 열여섯

5 뭐해에서 잘 자까지

by 백연서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뭐 해?”에 답하는 것이었다.


크리스마스를 같이 보내고 난 후 우리는 급격히 가까워졌다.


주말이면 만나서 데이트를 했고 평일에는 하루 종일 연락을 했다.

연락을 하다 보니 그 친구의 패턴을 알게 됐다.


오전 11시 이후에 연락이 온다.


10분에 한 번씩은 꼭 답장을 한다.


어둠이 낮게 가라앉은 밤에는 답장 오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


내 예상에 맞게 연락이 오면

‘이제 일어났나 보다.’

생각을 했고,


새벽 1시가 넘어가서 답장이 안 오면

‘자나보다.’

혼자 추측을 했다.


일어났는지, 언제 잘 건지 물어보는 게 퍽이나 민망해 패턴을 외우고 있었다.


가끔 10분이 넘어가면 무슨 일이 있는지,

나랑 연락하는 게 재미가 없는지 별의별 상상을 다 했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애꿎은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정도였다.

하루를 사는 게 아니라 연락을 기다리며 보냈다.


그러다 연락이 오면 초조한 기다림은 눈 녹듯 사라졌고,

어떻게 하면 연락을 더 이어갈 수 있을지만 온종일 고민했다.


이렇게 보낼까, 저렇게 보낼까.

혼자만의 심도 깊은 토론 끝에 궁금한 것을 슬쩍 끼워 넣어 보내기도 했다.


“영화 뭐 좋아해? 이번에 새로 개봉한 영화 보고 싶으면 나랑 갈래?”


끊기지 않은 연락에 자신감을 얻은 나는 가끔씩 ‘잘 자’라고 남기며 다음날 뭐라고 답장이 올지 궁금해하며 잠에 들었다.


그 후론 매일을 “뭐 해?” 에서 “잘 자”로 끝날 때까지 피곤해도 끝까지 휴대폰을 붙잡고 있었다.


의미 없는 말들을 해도 그 순간순간을 잊기 싫어 종종 캡처를 하고 누군가에게 들키지 않을 밤에 몰래 봤다.


작은 말 하나 속에 숨은 단서를 찾느라 돋보기를 든 사람처럼 굴었다.


그러다 가끔


“못 본 지 너무 오래됐다.”

“보고 싶어? 그럼 이번 주말에 만날까?”


하는 그 친구를 보며 한참을 설레어했다.


이 관계에 이름을 붙이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보냈다.

마음껏 좋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하지만 새어 나오는 마음을 담기엔 마음이 너무나 커져버렸다.

노래 추천을 해주겠다는 핑계로 내 마음을 살짝 흘려봤다.


‘Taylor Swift-Enchanted’


“가사가 예쁘니깐 꼭 검색해 봐!”


하는 당부와 함께.


‘새벽 2시, 넌 누구를 사랑하는 거야?’

‘너를 만난 순간 마법에 빠져 버렸어.’

‘이 밤은 너무나도 눈부셔, 절대 그냥 보내지 마.’


딱 내 마음에 맞는 가사였다.


사실 정말 솔직한 마음은,

너를 좋아한다고.

그날 그때 학교에서 너를 만나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고.


가사를 정말로 찾아봤을까 하는 기대가 컸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그 친구도 가사에 대한 말 대신 노래가 좋다, 앞으로 자주 들어야겠다고 했다.

그걸로 만족했다.


가사를 찾아봤기를.


고백도 아니었던 마음이, 조금이라도 닿을 수 있어서 마법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