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 없는 병실에서 혼자 식판을 치웠다

11 엄마는 내 병이 "의지 문제"라고 했다.

by 백연서

“제발 정신 좀 차려.”


엄마와의 사이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건 내가 아프고 난 후였다.


조울증 상태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졌다.


입원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동네 병원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우니 대학병원으로 가보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네가 조울증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자꾸 아픈 거야. 왜 거기서 벗어 나오질 못해?”


엄마는 나를 이해할 여력이 없어 보였다.

나도 곧 죽을 것 같은 두려움에 휩싸여 엄마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했다.


기력이 없어 누워서 시간을 보내면 엄마는 나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무슨 병원을 간다고 그래?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면 앞으로 병원도 가지 말고 약도 먹지 마.”


하루 세 번, 물보다 많은 약을 삼키며

혹여나 내가 돈을 많이 쓰거나 제멋대로 굴어 주변사람을 힘들게 하진 않을까

저릿한 생각들을 하는 그것이 내 의지였지만.


그런 내 모습이 엄마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약 부작용이 심해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다.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고 기분이 날뛰는 정도는 이미 선을 넘은 지 오래였다.


결국 입원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 짐을 챙겨 병원으로 향했고 입원을 하고 의사 선생님을 뵐 때까지 철저하게 혼자였다.


병실 사람들은 전부 보호자가 있었다.

같이 밥을 먹고 치워주며 말동무가 되어줄 때,

나는 스스로 밥을 챙겨 먹어야 했고 링거 맞은 손으로 식판을 치워야 했다.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만 보다 보면 또 하루가 지나갔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병실에 오는 게 그렇게 반가웠다.

하루 중 유일하게 말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오는 시간을 외워서 그땐 잠을 자지도 않고 기다렸다.


엄마는 퇴원하기 전날 병실에 들렸다.


“카드 두고 갈 테니깐 내일 퇴원 수속하고 짐 챙겨서 집으로 와.”


“내일 비 온대. 짐이 너무 많아.”


“비 오면 택시 타고 와.”


엄마는 병실에 잠깐 앉아있다 무언가를 두고 온 사람처럼 서둘러 집으로 떠났다.


6번의 입퇴원을 반복하는 동안 엄마는 한 번도 내 보호자가 되어주지 않았다.

이젠 좀 괜찮냐는 질문을 하지 않은 채.


엄마가 서랍 위에 올려놓고 간 카드만 남겨졌다.


손에 달린 링거가,

너무나 무겁게 느껴졌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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