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작아진 아빠를 보던 날
벚꽃이 만개할 때 퇴원을 했다.
나는 전혀 괜찮아지지 않았다.
몇 달 만에 집에 가보니 엄마와 동생이 가까워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웃고 있는 모습이 보기가 힘들었다.
짐을 마저 풀지도 않은 채 바닥에 누웠다.
약 부작용은 잡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핸드폰을 들고 한 번도 잊지 못했던 아빠 번호를 눌러봤다.
잠깐의 망설임 후 통화 버튼을 눌렀다.
기억 속 목소리가 화면 너머 들려왔다.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어. 무슨 일 있었던 건 아니지?”
참았던 설움이 북받쳐 올라왔다.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주저앉아 흐느꼈다.
“잘 지내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네.
한 번 볼까?”
집을 떠나는 날,
얼굴도 비추지 않고 떠나갔지만 이상하게 그날은 아빠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나 너무 힘들어...”
처음이었다.
힘들다고 말한 게.
아빠는 어릴 적 그랬던 것처럼 괜찮다며 달래 주었다.
잊고 있던 그 시절의 따스한 느낌이 떠올랐다.
멀리 떨어져 사는 아빠를 만나러 한참을 달려갔다.
처음 보는 차를 끌고 온 실루엣이 기억 속 모습보다 많이 작아져 있었다.
불과 2년 사이에.
어색한 침묵 속에서 아빠는 왜 그동안 연락이 안 됐는지에 대해 물었다.
“연락하면 안 되는 줄 알았어.”
“왜?”
“그날 말도 없이 갔잖아.
그래서 나 미워하는 줄 알았어.”
“한 번도 너 미워한 적 없어.”
아빠는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은 것처럼 보였지만 커피잔으로 입을 급히 막았다.
“근데 살이 많이 빠진 것 같다.”
“최근에 좀 아파서 살이 빠졌어.”
“어디가 아팠는데?”
“조울증이래. 좀 됐어.”
아빠의 입꼬리가 아까보다 조금 내려갔다.
잠깐이지만 떨리는 입꼬리를
순간, 내가 봐버렸다.
“이게 다 아빠랑 엄마 때문인 것 같다.
갑자기 조울증이라니.
정말로 미안하다.”
“아니야.
그게 왜 아빠 때문이야.
그렇지 않으니깐 절대 그런 생각하지 마.”
생각과는 반대되는 말이 입에서 나오고 있었다.
사실은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들에 대한 원망이 나도 모르게 마음속에 흘러가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깨닫게 되었다.
미워하는 동시에 사랑하기 때문에.
나는 온전히 미워하지도 사랑하지도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