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떠나 아빠에게 갔다.

13 새로운 시작인 줄 알았다

by 백연서

“나 이제 출발해.”


이삿짐을 모두 챙기고 아빠에게 연락을 보냈다.


엄마랑 같이 산지 몇 년이 지났을까,

한계에 다다른 나는 아빠에게 가겠다는 말을 꺼냈다.


마치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는 알겠다고 했다.


‘그렇게 살 거면 아빠한테 가.’


기차에 몸을 실은 후 한숨을 돌렸을 때 문득 엄마에게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왜 그런 말을 이렇게 쉽게 하냐는 말도 하지 못했다.

쉽게 느껴질 법하게 많이도 들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몇 시에 도착해? 아빠가 시간 맞춰서 역으로 나갈게.”


묻지 못한 질문들이 한두 개씩 생겨날 때 5시에 도착한다는 문자를 남기고 눈을 감았다.

어쩌면 더 잘 살 수 있지 않을까란 희망이 조금은 남은 채로.


“아빠!”


익숙한 내 목소리를 들은 아빠는 뒤돌아봤고 나를 꽉 안아주었다.


“밥은 먹었어? 아빠가 너 좋아하는 식당 알아봤어.”


별거 아닌 그 말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무거운 짐을 아빠가 모두 차로 옮긴 뒤 밥을 먹으러 향했다.


“오느라 고생했어. 편하게 써라고 방에 짐도 다 치웠어.”


“고마워.”


말없이 이어진 식사 시간이 목을 매이게 했지만 개의치 않고 밥을 구겨 넣었다.

아빠 역시 쉬이 넘어가지 않는 밥을 억지로 먹는 것처럼 보였다.


차에 다시 올라타고 밤이 되어가는 시골길을 달려갔다.


“여긴 가로등이 거의 없고 밤에 조금 위험할 수도 있어.

너무 늦은 밤엔 혼자 돌아다니지 마.”


창문 너머로 보이는 언덕들 위에 희미하게 하나씩 불빛들이 보였다.

한눈에 봐도 경사가 높아 보여 고생 좀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는 화장실이 있는 가장 넓은 방을 나에게 주었다.

가장 필요한 것들만 가방에서 꺼내고 나머지는 천천히 풀기로 했다.


작은 화장실에 드레스 룸이 있는 방이 아늑하고 좋았다.

무엇보다 학교와 훨씬 가까워져 그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빠는 내가 온 게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그랬다.


주말에 같이 장도 보러 가고, 필요한 것들을 사러 가자고 했다.


필요한 게 뭔지 몰라 준비를 못한 게 마음에 걸려 보였다.


“정말 급하게 필요한 것들은 내가 다 들고 왔어.

너무 걱정 안 해도 돼.”


그제야 조금 안심이 됐는지 아빠는 방으로 돌아갔다.


푹신한 이불을 펴고 침대에 누우니 집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처음 본 집인데도.

월, 목 연재
이전 12화처음으로 "나 힘들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