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의 애정필터
우리 집 첫째는 내 바라기이다.
원체 살갑고 애교 많은 성격인 데다
돌이 될 때까지 젖을 물려 물고 빨며 키운 덕일까?
아니면 무수히 많은 역할을 소화하며 성실히 소꿉놀이를 해준 덕일까?
아이는 나를 아주 잘 따른다.
우리가 같은 성(性)이라 더욱 그런 걸까?
최근에는 아이가 내 행동들도 따라 하기 시작했다.
자주 하는 자세, 말투 심지어 미세한 표정까지 나를 닮아간다.
(나는 잔소리쟁이가 아니지만)
가끔 남편에게 핀잔을 줄 때
내 옆에서 내 말을 같은 자세, 같은 말투로 따라 하는 아이를 보면
나도 순간. 멈칫한다. 아! 내 모습이 저렇구나? ;;
"나 방금 나현이에게서 너를 봤어. 진짜 미니미가 따로 없다."
(나는 분명 잔소리쟁이가 아니지만)
남편은 잔소리꾼 하나 더 생겼다며 이렇게 복에 겨운(?) 투정을 한다.
며칠 전의 일이다.
거실 소파에서 색종이 접기에 열중한 아이 옆에 앉았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 텔레비전을 켜고 채널을 돌리다 유퀴즈를 틀었다.
한참을 각자의 유희에 빠져 집중하고 있는데 아이가 종이접기를 멈추고 유심히 텔레비전을 본다.
"엄마!"
"왜?" 화면에 눈을 고정하고 아이의 부름에 대답했더니
"근데 있잖아. 저 이모보다 엄마가 더 예쁘다!"
아이의 귀여운 말에 절로 아이에게 눈길이 갔다.
텔레비전과 아이를 번갈아가며 쳐다보니
화면을 가득 채운 내 최애 연예인, 블랙핑크 제니와
본인의 필살기! 움푹 파인 보조개를 자랑하며 환히 웃는 아이가 있다.
"정말?" (이래서 아이를 낳나 보다.)
"응 정말! 엄마는 예뻐. 엄마는 웃음도 예쁘고 머리도 예쁘고 발톱도 예뻐"
아이가 내 긴 머리를 쓰다듬고(아이는 내 머리를 공주머리라고 부른다.)
반짝이는 페디큐어를 바른 내 발톱을 쳐다보며 말했다.
(난 단순한 사람은 아니지만)
예쁘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아니, 나를 예쁘게 봐주는 아이의 마음이 고마워 기분이 좋았다고 하자. (난 단순한 사람이 아니니까.)
내가 어디 가서 제니보다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볼까?
엄마라는 이유로 '애정필터'를 장착하고 나를 봐주는 아이가 귀여웠다.
"엄마는 나현이가 더 예쁜데? 우리 나현이는 보조개도 예쁘고 단발머리도 예쁘지."
또 남편은 이해하지 못하는 모녀 지간의 칭찬배틀이 시작되었다.
(이 장면 끝에 '왜 저래? 또 시작이네'란 표정으로 우리를 보는 남편이 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별거 아닌 일에도 화가 치밀어 오를 때가 있다.
반면 이 날처럼 사소한 일에도 행복해질 때가 있다.
나는 이 순간의 기억으로 동력을 얻어 아이를 키운다.
물론 고민의 시간은 길고 기쁨의 순간은 찰나지만
이 때의 행복감은 내 안에서 파급력이 크다.
아니, 내 눈에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쪼그만 사람이
나를 최고로 예쁘다고 말해주는데 안 행복하고 배겨?
그래! 나는 제니보다 예쁜 사람이다!
오늘도 자신감을 갖고 행복육아 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