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연주자들과 색깔 있는 보컬리스트의 만남
왼쪽부터 정규 2집 [일상다반사] (2000), 정규 3집 [Absolute] (2002), 라이브 실황 앨범 [Ride On Live] (2002), 정규 4집 [Sunsick] (2004), 정규 5집 [Triangle] (2006), 이상순 솔로 싱글 [다시] (2018), 이상순 솔로 미니 앨범 [Leesangsoon] (2021)이다.
보컬에 조원선, 기타에 이상순, 베이스에 지누로 구성된 롤러코스터는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복잡하고도 재미난 음악을 했던 밴드이다. 분명한 것은 보편적인 록 밴드의 전형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는 사실이다. 특히 보컬 조원선은 엄청난 성량을 과시하거나 무시무시한 카리스마로 승부를 보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나긋하고도 중독성 있는 목소리로 조곤조곤 청자들을 설득해 내는 보컬리스트였다. 지금은 이쪽 업계와는 완전히 손을 떼고 제주도에서 다른 일을 하고 있다는 근황을 지인으로부터 전해 들었다.
그리고 기타리스트 이상순이다. 지금은 이효리의 남편으로 더 유명해졌지만, 기타리스트이자 뮤지션 이상순의 재능은 실로 엄청나다. 롤러코스터 시절에도 존재감 넘치는 연주를 보여주었지만, 진가는 2018년에 발표된 솔로 싱글 '다시'에서 제대로 느껴볼 수 있다. 아내인 이효리가 노랫말을 붙이고 이상순 본인이 멜로디를 쓴 이 곡에서 이상순은 뛰어난 송라이터로서의 재능을 세상에 제대로 알렸다. 내지르는 고음 없이도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를 들어보면 새삼 알게 된다. 그 연장선상에 놓여 있는 2021년작 미니 앨범 [Leesangsoon]에 수록되어 있는 5곡의 작품들도 잔잔하고 아름다운 무드를 풍기는 좋은 앨범이다.
베이시스트 지누는 롤러코스터로 데뷔하기 전부터 '엉뚱한 상상'이라는 히트곡을 내며 이미 유명세를 탔던 뮤지션이었다. 어쩌다가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지만 지누 또한 뛰어난 송라이터였다. 롤러코스터 시절에는 베이스 연주만 했을지 모르지만, 밴드 활동이 끝나고 나서는 '히치하이커'라고 활동명을 바꾸며 본격적으로 프로듀서로 전향한다. 주로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들의 곡을 많이 작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각자 색깔이 이토록 강한 세 사람이 모여서 정규 앨범 5장과 라이브 앨범 1장을 냈다. 2년에 한 번씩 정규앨범을 발표했으니 나름 부지런히 활동해 온 셈이다. 가장 잘된 앨범은 2집 [일상다반사]로, 한국 대중음악사 100대 명반에도 이름을 올려두고 있다. 타이틀곡은 'Love Virus'였는데, 간주 부분의 해금 연주로 소소한 주목을 받긴 했지만 정작 반응이 온 건 '힘을 내요 미스터 김'이었다. 2집은 주로 모던 록의 색채를 강하게 띠는 앨범으로, 밴드로서의 정체성이 가장 잘 드러나 있는 작품이다.
3집 [Absolute] 또한 명반이다. 'Last Scene'을 타이틀곡으로 활동했는데 이 곡은 제대로 통하면서 제법 인기몰이를 했었다. 롤러코스터의 음악이 늘 그렇듯 시크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이 가득한데, 3집 앨범에 그런 무드의 곡들이 특히 많이 수록되어 있다. 일렉트로니카를 기반으로 하여 애시드 재즈, 모던 록,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시도했다.
4, 5집으로 가면서 슬슬 롤러코스터에서 내릴 준비를 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4집은 좀 난해한 편이고, 5집은 4집보다는 접근성이 좋은 음악들이 있으나 이렇다할 킬링 트랙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롤러코스터 활동이 끝나고 보컬 조원선의 솔로 앨범이 나왔었는데, 퀄리티가 굉장히 준수했던 기억이 난다. 비록 갖고 있진 못하지만 조원선의 솔로 앨범은 롤러코스터 4, 5집에서 아쉬움을 느낀 팬들을 위해 추천할 만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