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가장 소중한 존재가 네 자신이란 걸

후디, '네가 너다울 수 있게 (feat. 진보)' (2023)

by Charles Walker
후디(Hoody) 2집, <항해> (2023)
사람들에게 상처받을 땐
슬퍼할 줄도 헤쳐 나갈 줄도
알았으면 해 모든 걸 삼키지 않고
그 안에 아픔을 담아두지 말고

늘 가장 소중한 존재가
네 자신이란 걸 알았으면 해

단지 네 곁에 머무를게
무엇보다 먼저 널 살펴 불안해하지 마
세상이 다 변해도
네가 너다울 수 있게

사랑 속에서 살고 싶지만
그게 안 돼 힘들 때가 있어
다른 누구보다 내 자신을
사랑하고 믿어주고 싶어

가장 두려울 때 또 가장 낮을 때
내가 널 지킬게

후디, '네가 너다울 수 있게 (feat. 진보)' 가사 전문



사람들과 싸우기가 싫었다. 작은 다툼이라도 피하려고 애썼고, 내 주장이나 감정이 있어도 그걸 내세우기보다는 참고 억누르는 편을 택해 왔다. 그렇게 억지로 꾸역꾸역 '삼켜' 왔던 부정적인 에너지가 마침내 폭발하여 지금의 상태에 이르고야 말았다. 나도 사람인지라 에너지 총량에는 한계가 있었던 모양이다.


때리는 건 막아도 아프고 맞아도 아프다. 그래서 그냥 맞았다. 막으면 싸워야 하니까 그게 싫어서... 그러고는 나중에 후회한다. 그때 이러저러하게 들이받았으면 됐을 텐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하고. 나를 때린 당사자 앞에서는 못하면서, 뒤에서 그렇게 곱씹어댔다. 병신같이.


나를 때린 사람한테는 감히 못할 일을 나 자신에게는 서슴없이 해댔다. 욕하고, 때리고, 집어던지고, 깨부쉈다. 지나고 보면 왜 그렇게까지 나 자신을 학대했나 싶다. 그 어떤 누구라도, 심지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가족조차도 나보다 더 오래 내 곁을 지켜줄 순 없는 건데 말이다. 그럼 나는 나한테 제일 잘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그 사실을 왜 이제서야 깨닫게 되는 걸까?


노래 이야기를 좀 해 보자. 힘들고 아픈 영혼들이 세상에 그리도 많은지,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는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다. 위로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2023년에 세상 빛을 본 이 노래, '네가 너다울 수 있게'는 특별하게 느껴진다. 그 이유는 노래를 부른 후디(Hoody)와 진보(Jinbo)라는 이 두 가수가 모두 R&B, 힙합 씬에서 활동하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장르 특성상 곡의 메시지보다는 무드(Mood)와 같은 감각적인 측면에 치우칠 수밖에 없을 텐데, 이 곡만큼은 노랫말에 양껏 힘을 줬다. 장르의 정체성이라는 패러다임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가장 '그들다운' 음악을 펼쳐내 보인 듯하다.


곡에 담긴 메시지는 담백하다. 그렇기에 울림은 더 크게 다가온다. 가만히 이 노래를 소리 내어 따라 부르다 보면, 내 목소리로 나 자신을 위로해 주는 기분이 든다. '불안'했던 마음도 가라앉고, 나를 가장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생각이 샘솟는다. 그동안 그러지 못했던 나를 반성하게 되기도 하고, 왜 유독 나에게 그렇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었는지 곰곰이 생각도 해 보게 된다. 의외로 이유는 단순하다. 바로 '만만해서' 그렇다.


나는 비겁한 사람이다. 누군가 나를 아프게 하거나 화나게 해도 그 앞에서 말하지 못한다. 뭔가 부조리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이 보여도, 그래서 그 때문에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나서서 이야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감정이 없다거나 부조리·불합리를 모르는 것은 아니기에 내 속은 혼자서 곪아터진다. 거기서 생기는 화는 고스란히 나를 향한다. 밖에서 이리저리 얻어터지고 온 걸 밖에서 풀지 못하니까, 만만한 내게 와서 내 속을 한껏 헤집어놓고 엉망진창을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손쉽고 편한 방법이긴 하지만, 그렇게 오래 살다 보면 나를 잃는다. 누군들 이런 취급을 당하면 도망가지 않겠는가? 나도 지금 도망간 나를 찾고 있는 중이다. 너무 멀리 가진 않았어야 할 텐데.


그러니 나처럼 살지 않기 위해서는 모두들 명심하길 바란다. '늘 가장 소중한 존재가 네 자신이란 걸 알았으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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