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Tribe Called Quest

재즈 힙합의 매력

by Charles Walker
A Tribe Called Quest - The Low End Theory (1991)

어 트라이브 콜드 퀘스트(A Tribe Called Quest)는 재즈 힙합 팀이다. 본의 아니게 어제부터 힙합 얘기를 자주 하게 되었는데, 그나마 내가 힙합 중에 '내가 좋아서' 찾아 들은 장르가 바로 재즈 힙합이다. 향후 이야기하게 되겠지만 드 라 소울(De La Soul)이나 누자베스(Nujabes) 같은 팀을 선배들로부터 추천받았는데, 비슷한 결의 음악이 더 없을까 싶어서 찾아보다가 이 앨범을 찾아서 꽤나 오랫동안 즐겨 들었었다. 이 앨범에서 특히 좋아한 곡은 마지막 트랙인 'Scenario'인데, 재즈 힙합의 비트를 좋아해서 들었던 나에게 랩의 '플로우'가 주는 매력을 알게 해 준 곡이기 때문이다. 이 곡 하나에 얼마나 독창적인 랩 플로우가 휘몰아치는지 모른다. 게다가 명쾌하고 분명한 훅(hook, 후렴구)까지! 랩을 잘하고 싶다면, 그리고 플로우를 연구하고 싶다면 이 곡을 한 번쯤 들어봐도 좋지 않을까.


그래도 재즈 힙합의 가장 큰 매력은 베이스(Bass)라고 생각한다. 저 깊은 동굴 속에서 불안한 떨림을 간직한 채 울리는 베이스 소리(서태지와 아이들의 유명한 곡 '컴백홈'의 전주에도 등장하는 그 베이스 맞다. 딱 들어맞진 않더라도 대략 그런 느낌이다.) 그 베이스를 헤치며 이내 휘몰아치는 정직한 붐뱁 비트가 어우러지면 마침내 재즈 힙합의 바이브가 완성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랩은 거들 뿐이다. 없어도 된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어서 랩을 열심히 했겠지만, 어차피 나는 그들 입장에선 외국인이기에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


그래서일까. 재즈 힙합은 인스트루멘탈(Instrumental, 반주)만 들어도 느낌이 꽤 그럴싸하다. 클래시컬한 재즈보다는 좀 더 힙한 느낌이고, 갱스터 힙합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 나쁘지 않다. 재즈 힙합 앨범이 전곡의 인스트루멘탈만 수록된 버전으로 새롭게 발표되는 풍경도 꽤나 자주 볼 수 있는 건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아, 옛날이여. 어제부터 오늘까지 들은 이 음악들은 나를 고스란히 2005년의 습하고 서늘한 동아리방 안에 데려다놓는다. 대학에 처음 들어간 1학년 1학기 때 수업도 다 째고 동아리방에 틀어박혀 동기들 혹은 선배들과 중국집 음식들을 함께 먹으며 줄기차게 음악 듣고 노래 불렀던 그 시절이 그립다. 1학년 1학기 때 빵꾸 난 성적표를 메꾸느라 2학기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고생깨나 했던 건 안비밀...


지나고 보면 그 1학년 1학기가 참, 내 인생에서 소중했던 시기 같다. 진정한 대학의 로망이랄까. 그런 걸 제대로 느껴보았던 시기. 내 인생에 두 번 다시는 그런 로망은 재현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가끔 이런 음악을 꺼내보는 것이다. 음악을 재생하고 눈을 감으면, 나는 이미 그때 그곳에 있다. 2005년, 습하고 서늘한 동아리방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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