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음악성을 선보인 R&B의 숨은 거장
아론 네빌(Aaron Neville)은 아무래도 여러분들에게 익숙한 이름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굉장히 경력이 오래된 관록의 뮤지션이고, 최근(이라고는 하지만 2013년이다)에 발표한 [My True Story] 앨범의 경우 재즈의 성지인 블루노트(Blue Note) 레이블에서 발표하는 등 실력과 가치를 인정받는 뮤지션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굉장히 독특한 창법을 구사하는데, 깃털처럼 가볍게 소리내면서 멜리즈마(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R&B의 꾸부리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를 아주 특이하게 소화해 낸다. 마치 우리나라의 원로 가수인 故 현인 선생님을 떠올리게 하는, 끊어질 듯 이어지는 멜리즈마 창법이 듣는 이로 하여금 아련하고도 애달픈 감성을 자극한다.
나는 이 분의 앨범 세 장을 가지고 있는데, 1997년에 발표한 [To Make Me Who I Am]을 먼저 들어보면 베이비페이스(Babyface) 풍의 아름다운 멜로디와 몽글몽글한 편곡이 인상적이다. R&B 음악에도 여러 갈래가 있는데, 어른의 사랑을 노래하는 슬로우 잼(Slow Jam)이나 아프로-아메리칸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 대해 풍자하고 서로에 대한 연대를 노래하는 네오 소울(Neo-Soul) 등이 그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런 깊은 음악들보다도 건전하고(?) 담백한 사랑을 노래하는 가벼운 러브 송 류의 R&B가 더 좋다. 아론 네빌의 1997년 앨범은 바로 이런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해 준 앨범이다.
이후에 발표한 [Nature Boy : The Standard Album]은 냇 킹 콜(Nat King Cole), 니나 시몬(Nina Simone) 등 옛날 재즈 가수들이 불렀던 재즈 스탠더드 곡을 커버한 앨범이고, 2013년에 블루 노트에서 발표한 [My True Story]는 블루스에 기반을 둔 깊은 음악성을 선보인 앨범이다. 셋 중에서는 아무래도 1997년에 발표한 [To Make Me Who I Am]이 나의 원픽이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