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가 자랑스러워하는 메탈 밴드
이 앨범을 처음 만난 건 내 인생 책 중 하나인 '배철수의 음악캠프 20년 그리고 100장의 음반'을 통해서였다. 이 책에 소개된 100장의 음반을 다 듣고 리뷰를 써 보기도 했는데, 당연하겠지만 마음에 드는 음반도 있고 아닌 것도 있었다. 이 앨범은 그 마음에 드는 음반들 중에서도 거의 탑 티어급이었다. 심지어 그때는 록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을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 앨범 한 장 때문에 록과 헤비메탈에 눈을 뜨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호주 출신의 밴드 AC/DC는 이 앨범 발매 직전, 보컬이었던 본 스콧이 세상을 떠나게 되어 목소리를 잃는 비운을 겪게 된다. 하지만 침체되지 않고 이내 팀을 재정비하여 새로운 보컬인 브라이언 존슨을 영입하여 이 앨범을 발표하는데, 소위 대박이 난다. 희한하게도 본 스콧의 목소리와 브라이언 존슨의 그것 사이에 위화감이 전혀 없다. 잘 모르는 막귀인 내가 듣기에는 역량이나 음색 등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완벽하게 비슷했다. 앨범 타이틀과 동명의 타이틀곡 'Back In Black'이 바로 본 스콧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곡이라고 하니, 록 밴드의 추모 방식은 역시 남다르다.
이 앨범이 좋은 이유는, 그 무엇보다도 '쉽다'. 쉽다는 것은 다른 말로 복잡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 앨범만 들으면 그저 아무 생각이나 고민 없이 강렬한 록 비트에 몸을 맡겨버리게 된다. 스트레스가 가득 쌓여 잡생각들이 머릿속을 괴롭힐 때, 이 앨범을 듣는다면 온갖 잡념들이 사라지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배철수의 음악캠프가 선정한 100대 명반을 하나씩 들어보면서 사람 취향이란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쉽고 단순하면서도 음악적 내공까지 놓치지 않은 야무진 록 앨범을 듣고 나서 록이란 장르가 좋아졌고, 어렵게만 생각했던 내 자신을 반성하며 다시 이런저런 음악들을 찾아 듣고 다녔는데, 당췌 '나'라는 사람은 취향이 어떤 인간인지 읽히질 않는다(너는 읽기 어려운 마음이야...). AC/DC는 좋아하는데, 이와 비슷하다고 평가받는 데프 레퍼드(Def Leppard)는 그다지 좋은지 잘 모르겠고. 어렵다고 정평이 난 장르인 프로그레시브 록에서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가 그렇게 좋더니 그와 비슷한 유라이어 힙(Uriah Heep)은 너무 별로고...
사실 이건 흑인음악을 좋아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보이즈 투 멘(Boyz II Men)을 좋아하지만 그와 비슷한 음악을 했던 올 포 원(All 4 One)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머라이어 캐리(Mariah Carey)보다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ouston)을 훨씬 좋아했다. 이건 단적으로 말해서 그렇다는 거고 깊이 들어가면 더 복잡하다. 대체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건 너무 좋고 이건 덜 좋고가 판단이 되는 걸까?
여담이자 사족이지만 이 앨범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인 마이클 잭슨(Michael Jackson)의 [Thriller]에 이어서 전세계 판매고 2위에 달하는 대기록을 세웠다. 음악을 들어보면 과연 그럴 만하다. 사실 다들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사는가? 삶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그 스트레스를 도저히 이길 수 없을 것만 같을 때, 이 앨범을 들어보라. 삶의 질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