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정이 뭐라고

정 빼면 시체인 사람들

by 싹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금술이 너무 좋아 자식들을

줄줄이 낳으셨다 그중 6남매만이 살아남았고

우리 엄마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욕심 많은 형제지간들이 영양분을 다 쪽쪽 빨아 잡숴

우리 엄마가 작고 왜소하게 태어난 거 아닌가 몰라..‘



엄마는 국민학교 시절 학교에서 빵점을 받아와

아이고 우리 막내 빵점도 받아오고 참 장하다며

할아버지 등에 업혀 빵을 사러 간 일화를 자주

얘기하곤 한다 막둥이 빵점까지 챙겨주는

할아버지는 정말 따듯하고 정이 많으신 분인데

그래서 자식 농사도 잘 지으셨을 텐데

왜 삼촌은 그렇게 망나니였던 건지

삼촌은 결혼하겠다며 여자 하나를 집에 들여왔고

그 순간부터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토록 화목했던 가정이 바사삭 풍비박산이 났다

숙모는 정말 독한 여자라 결국

그 화가 할아버지한테 갔다

할아버지는 많이 아프시다 돌아가셨는데

삼촌은 살아생전 몸이 아픈 할아버지를

사방팔방 질질 끌고 다녀 하루도 할아버지

몸이 성치 않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어린 막내가 보았던 그 충격적인 장면들은

환갑을 넘긴 지금도 눈에 훤해서

가슴을 후벼 판다 고했다


그리고 곧 이사를 가야 했는데

삼촌은 숙모와 함께

할머니 할아버지의 집문서를 들고

야반도주를 하였다

엄마 말로는 그때 잘못 들어간 집 때문에

모든 게 다 망한 거라고 얘길 한다

그때의 충격으로 인한 건지

엄마는 한평생을 트라우마에 갇혀

항시 어딜 갈 때마다 그곳의 방향과 날짜를

정해 자기와 맞는지 안 맞는지 보며 가곤 한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우리 엄마가

할아버지 병시중 들고 있었고

나머지 형제들은 각자 인생 살기도 바빠

그 무거운 짐을 엄마 혼자 다 짊었으니

가장 사랑 많이 받던 막내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

하루아침에 천애고아가 되어버렸다

할아버지가 돌가시고 반년도 안되어

할머니까지 돌아가셨으니

엄마가 과연 제정신이었을까

그래서 삼촌을 아버지라 여기고

그때부터 가스라이팅을 당해왔나 보다

삼촌의 극악무도한 폭주를 보고도

우리 엄마는


“그래도 우리 집안의 큰외삼촌 스님이잖아”

“그래도 우리 큰오빠인데 큰오빠한테 잘해드려야지”

“그래도” 는 우리 집의 뭣 같은 공식였다


그들 때문에 나까지 정신병이 생길 지경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오랜 세월

가스라이팅을 당한 나에게도 결국 성립되었다


“그래도 우리 엄마니까 어쩔 수 없잖아”

“그래도 우리 엄마니까 사랑해야 해”


내가 좀 더 독한 사람이었더라면

그냥 혼자 살겠다고 떠나버렸을 텐데

차마 이 집에 혼자 엄마를 두고 떠날 수는 없었다

왜?


“그래도 우리 엄마인데 어떻게 나살자고 혼자 떠나”


아주 지랄 같은 공식인걸 알면서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순간이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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