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or Fati
2024년 5월 7일 화요일 오후 7:23
하...
나는 원체 어리석어서 길을 잃었음에도 사람들의 발자국이 나 있는 길을 보고도 누구도 지나지 않은 우거진 수풀길을 밟곤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길에 어떤 막연한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나만이 발견할 것 같은 새로운 길, 새로운 꿈, 새로운 운명을 기대하며.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았다고 후회를 하는 건 아니지만, 너무 거친 가시밭 길을 걸을 땐 다른 이는 이 길을 걷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 컸다. 굳이 겪지 않아도 되었을 쓸데없는 아픔을 굳이 나의 지혜의 일부라며 위안하고 넘어가는 일은… 나의 어리석음을 인정하지 않는 치기어린 반항에 불과함을.
사람은 호기심에 살고 호기심에 죽는다고 했던가, 천성이 호기심 망발꾼으로 태어난 나는 남들이 옷자락을 붙잡고 등짝을 때리며 뜯어 말려도 기어이 그 옷자락을 찢어내고 빨간 등을 내보이며 하고싶은 대로 하는 애였더라. 과연 내 삶의 악재는 내가 만들어 낸 것일까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을까.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를 고민하며 니체의 아모르파티를 실천 중이더라.
“운명을 사랑하라!”
꽤나 낭만적인 걸? 웁스, 전혀. 니체는 당신의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피할 수 있건 없건 간에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긍정하는) 연습을 시키는 중이었다. 아무리 꼴 보기 싫은 것이 내 인생에 나타나도 최선을 다해 외면할지언정 존재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 어떤 기쁜 일이 일어나도 연관된 기쁨을 누릴 뿐 그 이상의 해석은 하지 않는다. 차가운 이성으로 객관하고, 객관하며, 객관적인 사랑을 실천하길 원했던 것이다.
어려운 인간.
그래 좋다 이거야. 차라리 그 편이 훨씬 위안이 되었다. 이제는 모든 일에 덤덤하다. 지나온 과거도, 앞으로 올 미래도, 언젠가 직면할 죽음도, 호들갑 떨지 않고 순간을 만끽하면 됐다. 그걸로 될 것이다.
다만 손은 꼭 잡고 있자.
너는 내가 될 수 없고 나는 네가 될 수 없으므로,
손가락의 온기로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그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