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허늘과 강이 만나는 시선

by 트릴로그 trilogue

포르투의 입지조건


포르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포르투의 입지에 대하여 간단하게 알면 좋을 것 같다. 포르투는 독특한 지리적, 역사적 입지 조건으로 인해 특별한 도시 경관과 문화를 형성하였다. 포르투는 도루강의 하구 북쪽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지형적 특성 때문에 도시는 강변에서부터 가파른 언덕을 따라 형성되었으며, 이는 포르투의 특징적인 계단식 주택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을 만들었다. 이러한 고저 차는 도시 곳곳에 아름다운 전망대를 형성하여 도루강과 강 건너편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 그리고 도시 전체의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강을 따라 밀집된 붉은 지붕의 건물들은 포르투만의 독특한 매력을 더한다.

포르투의 언덕과 골목

도시 이름 자체가 '항구(Portus)'를 뜻하는 것처럼, 포르투는 대서양과 직접 연결되는 항구 도시로서의 오랜 역사가 있다. 도루강은 내륙 깊숙이까지 이어져 포도밭이 펼쳐진 도루 밸리와 연결되며, 이는 포르투가 유명한 포트 와인(Port Wine)의 생산지이자 주요 수출항으로 발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트 와인을 싣고 강을 오가던 전통적인 라벨루는 이러한 해양 무역의 역사를 상징한다. 대항해 시대에는 해양 무역의 거점이 되어 도시의 번영에 크게 이바지하였다.

도루강에 떠있는 라벨루 보트

도루강을 사이에 두고 포르투와 빌라 노바 드 가이아(Vila Nova de Gaia) 지구가 마주 보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행정구역상 별개의 도시이지만, 두 도시는 동 루이스 1세 다리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기능한다. 특히 빌라 노바 드 가이아는 포트 와인 저장고(Cellars)가 밀집해 있는 지역으로, 포르투와 상업적으로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맺으며 독특한 경관을 형성한다.


가파른 언덕 지형과 강을 끼고 있는 지리적 이점은 포르투를 난공불락의 요새형 도시로 만들었다. 이는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오랜 역사를 통해 여러 차례의 침략에도 불구하고 도시를 방어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포르투 역사 지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역사적, 건축적 가치 때문이다. 이처럼 포르투는 도루강 하구의 가파른 언덕 지형, 대서양과의 연결성, 그리고 강을 사이에 둔 독특한 도시 구조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형성된 매우 특이하고 매력적인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이는 포르투의 역사, 문화,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포르투만의 독창적인 도시 경관을 만들어내는 핵심 요소가 되었다.


클레리구스탑, 포르투 전경을 한눈에 담는다


포르투 도착 당일, 숙소를 떠난 우리는 상 벤투 역을 바라보면서 경사가 조금 있는 언덕 오르막 중심도로를 따라 포르투의 여행을 시작했다. 처음으로 찾은 곳은 클레리구스탑(Torre dos Clérigos)이었다. 이곳은 포르투를 대표하는 상징물이자, 방문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하는 곳이다. 단순히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을 넘어, 도시의 역사와 현재를 온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공간이다. 원래 예약한 날짜가 하루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입장을 시켜 주어 정전으로 인한 불편함을 보상받은 느낌이었다.

클레리구스 성당과 탑

니콜라우 나소니가 설계한 클레리구스 탑은 1763년 완공된 바로크 양식의 걸작이다. 76미터 높이로 지어진 이 탑은 당시 포르투갈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으며, 그 위용을 지금까지도 자랑하고 있다. 탑은 클레리구스 성당의 일부로, 우아하고 섬세한 건축미를 뽐내며 포르투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한다.

탑에 오르면서 잠시 들여다본 성당 내부의 모습

탑 정상에 오르기 위해 약 240개의 나선형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그 수고는 정상에서 펼쳐지는 멋진 풍경으로 단숨에 보상받는다. 360도로 펼쳐지는 포르투의 파노라마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오렌지색, 테라코타 색 등 다양한 붉은빛을 띠는 오래된 건물들의 지붕이 끝없이 이어져 마치 거대한 퍼즐 조각처럼 도시를 덮고 있다. 햇살을 받으면 더욱 선명하게 빛나는 이 지붕들은 포르투 특유의 아늑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를 그대로 전달한다.


도루강이 포르투를 가로질러 은빛으로 반짝이며 흘러간다. 강 위에는 전통적인 포트 와인 운반선인 라벨루들이 그림처럼 떠 있고, 건너편 빌라 노바 드 가이아에서는 포트 와인 셀러들의 간판이 붉은 지붕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다. 동루이스 1세 다리가 웅장하게 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다리 너머로는 포르투 대성당의 돔이 위엄 있게 솟아 있고, 그 주변으로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현대적인 구조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본 포르투 전체는 마치 거대한 아줄레주 작품을 보는 듯했다. 파란 하늘과 흰 구름, 그리고 오래된 건물들의 색채가 포르투갈 전통 타일처럼 조화롭게 펼쳐져 있었다.


클레리구스 탑의 전망대에서 바라본 멋진 풍경

예상치 못한 정전은 클레리구스 탑에서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불이 꺼진 어둠 속에서 우리는 휴대전화 불빛에 의지해 좁은 나선형 계단을 오르내려야 했다. 쉽지 않은 순간이었지만, 그 안에서 사람들의 작은 배려와 따뜻함이 빛났다. 서로의 길을 비춰주고, 낯선 이를 부축하며 건네던 손길 덕분에 탑은 단순히 풍경을 바라보는 장소가 아니라 마음이 이어지는 공간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클레리구스 탑은 포르투에 도착한 첫날, 우리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특별한 상징으로 남았다.

동루이스 다리 전망대, 강과 도시의 환상적인 조화


동루이스 1세 다리 전망대(Miradouro Ponte D. Luís I)는 단순히 경치를 조망하는 곳을 넘어, 포르투의 심장 박동을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전망 포인트이다. 이곳은 도루강을 가로지르는 동루이스 1세 다리(Ponte D. Luís I)를 중심으로 잊을 수 없는 풍경을 보여 준다. 이 전망대의 가장 큰 매력은 동루이스 1세 다리 자체를 가장 완벽하게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전망대에서는 두 층이 이루는 구조적 아름다움과 그 웅장함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거대한 철제 구조물이 강 위에 드리운 모습은 그 자체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동루이스 다리 전망대에서 바라본 전경

전망대에 서면 포트 와인의 본고장,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오래된 와인 저장고들이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고, 도루 강 위에는 전통적인 라벨루 보트들이 정박해 있거나 천천히 떠다니며 과거 와인 운송의 역사를 전한다.


이곳의 매력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찾은 때는 한낮, 예상치 못한 정전 속에서 땀을 흘리며 마주한 풍경이었다. 강렬한 햇살은 다리의 웅장함과 도시의 생생한 색감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내 주었고, 그 자체로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저녁 무렵이 되면 하늘과 강물이 황금빛으로 물들며 도시 전체가 따뜻하고 몽환적인 분위기에 휩싸인다고 한다. 특히 다리의 실루엣은 해 질 녘의 빛 속에서 예술처럼 떠올라 포르투의 가장 로맨틱한 순간을 만들어낸다.


이 전망대는 마치 엽서 속 장면을 직접 체험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했다. 시각적 만족은 물론, 감성까지 채워주는 이곳은 포르투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 방문지이자 최고의 사진 촬영 장소였다.


동루이스 1세 다리, 포르투의 상징이자 도시의 심장


전망대를 떠난 우리는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 동루이스 1세 다리(Ponte D. Luís I)로 향했다. 이 다리는 단순한 철교가 아니라, 포르투의 역사와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건축 예술품이라 할 만하다. 도루강 위에 우아하게 뻗은 철제 아치가 히베이라 지구와 빌라 노바 드 가이아를 부드럽게 이어주고 있었다.


동루이스 1세 다리의 독특한 외형은 세계적인 건축가 구스타브 에펠의 영향을 강하게 품고 있다. 실제로 이 다리를 설계한 이는 에펠의 제자 테오필 세리그로, 웅장한 철골 구조는 스승의 건축적 유산을 그대로 드러냈다. 세리그의 작품이 세워지기 10여 년 전, 에펠은 이미 도루강 위에 마리아 피아 다리를 설계했는데, 이는 그가 파리의 에펠탑을 세우기 이전의 작업이었다.


우리는 크루즈를 타고 도루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다리의 전모를 다른 각도에서 감상할 수 있었다. 물 위에서 올려다본 철제 아치는 한층 더 웅장했고, 포르투 곳곳에 남아 있는 에펠과 그의 제자들의 흔적은 건축을 좋아하는 여행자들에게 특별한 매력으로 다가올 것이다.


동루이스 다리 부근에서 찍은 세라 두 필라르 수도원의 모습

동루이스 다리는 2층 구조로 되어 있어 기능적인 면모도 돋보였다. 위층으로는 전철이, 아래층으로는 자동차가 지나다니며, 172m의 넉넉한 폭 덕분에 위아래 모두 보행자 도로가 마련되어 있다. 동루이스 1세 다리는 단순한 통행로를 넘어, 포르투의 경이로운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 포인트였다. 특히 높이 45m에 달하는 2층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이곳에 서면 도루강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포르투의 두 얼굴을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갈 때는 아래층으로 모후 정원에서 숙소로 돌아갈 때는 위층으로 다리를 건넜다.


동루이스 다리 아래층

강 건너편 히베이라 지구는 알록달록한 집들이 층층이 겹겹이 쌓여, 마치 중세 포르투갈 건축 양식을 한눈에 보여주는 전시장 같다.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과 세월의 흔적을 간직한 건물들, 그리고 멀리 우뚝 솟은 클레리구스 탑과 대성당의 첨탑이 어우러져 중세 유럽의 정취를 진하게 풍겨낸다.


이에 비해 맞은편의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는 포트 와인의 본고장다운 면모를 드러낸다. 붉은 기와지붕을 얹은 와인 셀러들이 강변을 따라 늘어서 있고, 강 위에는 라벨루 보트들이 한가롭게 떠 있어 과거 와인 운송의 흔적을 고스란히 전한다. 특히 영국이나 영국계 포르투갈 가문이 세운 와인 셀러 덕분에, 이 지역은 히베이라와는 또 다른 건축적 풍경을 보여주는데, 그 대비가 한층 흥미로왔다.


동루이스 다리 위층에서 찍은 히베이라 광장
가이아 지구의 포트 와인 셀러들이 눈에 보인다

예상치 못한 정전은 동루이스 1세 다리에서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전철이 다니지 않는 다리 위를 걸으며 강바람을 맞고 발아래 펼쳐진 풍경을 온전히 눈에 담는 일은 그 자체로 색다른 경험이었다. 특히 숙소로 돌아가는 길, 전철이 멈춘 다리 위를 걸어야 했던 순간은 불편함 속에서도 오히려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덕분에 어둠이 내려앉은 포르투의 풍경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었고, 오래된 도시의 감성과 리듬이 한층 더 깊이 다가왔다. 다리 위에 서서 바라본 포르투의 모습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여행의 순간이었으며, 동루이스 다리는 결국 포르투의 심장 박동을 가장 가까이에서 느끼게 해 준 특별한 상징으로 남았다.


정전으로 전철 운행이 중단된 동루이스 다리를 활보하는 관광객


여섯 개 다리 크루즈, 도루강에서 바라보는 도시의 모습


한 도시를 가장 깊이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곳을 흐르는 강을 따라 걷거나 배를 타고 바라보는 것이다. 포르투에서는 도루강이 바로 그 중심에 있다. 대서양으로 흘러가는 이 강은 오랜 세월 동안 문명과 교역, 사람과 이야기를 품고 흐르며 포르투갈 북부의 심장 역할을 해왔다.


포르투는 흔히 “여섯 개 다리의 도시(Cidade das Seis Pontes)”라고 불리기도 한다. 도루강 위에 놓인 이 여섯 개의 다리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시공 당시의 공학적인 기술, 그리고 도시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아낸 상징물이다. 크루즈를 타고 강을 따라가다 보면, 다리들은 저마다의 표정으로 도시를 지탱하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풍경 속 주인공이 된다.


크루즈 회사 사무실에 비치된 자료 사진들

우리는 빌라 노바 드 가이아 지구의 선착장에서 출발하는 '여섯 개 다리 크루즈'에 탑승했다. 언뜻 보기에 관광객을 위한 한 시간의 짧은 유람일지도 모르지만, 그 여정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풍요로운 체험으로 다가왔다. 도루강의 잔잔한 수면 위를 따라 미끄러지듯 이동하며, 물가에 겹겹이 층층이 쌓인 포르투의 집들과 색색의 벽, 건조대에 걸린 빨랫감들, 세월이 켜켜이 스민 돌담까지 하나하나가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다. 강 건너편 언덕 위의 가이아 지역 와이너리들과 라벨로 보트들의 실루엣 또한 도시의 무게를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크루즈 승선 직전 찍은 도루강의 모습

첫 번째로 마주한 다리는 포르투의 상징, 동루이스 1세 다리. 크루즈에서 올려다본 이 다리는 우리가 다리 위에서 바라보던 풍경과는 전혀 다른 깊이를 지녔다. 강에서 바라보는 그 곡선의 구조는 마치 포르투를 감싸안는 하나의 거대한 빗장뼈처럼 보였다. 이어 등장한 인판테 다리(Ponte Infante Dom Henrique)는 그에 비해 훨씬 젊고 정제된 느낌이다. 2003년에 완공된 이 강철 아치 다리는 실용성과 미학의 경계에서 균형을 이룬 듯한 인상을 주며, 현대적인 감각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다음으로 만난 마리아 피아 다리(Ponte Dona Maria Pia)는 특별한 존재였다. 1877년, 구스타브 에펠이 직접 설계한 이 철교는 한때 세계에서 가장 긴 아치형 다리로 기록되기도 했다. 지금은 더 이상 열차가 다니지 않지만, 녹슨 철골과 정교한 구조적 아름다움은 세월의 풍화를 그대로 간직한 채, 무용한 것이 오히려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다리를 바라보며, 어쩌면 시간이란 것도 이런 식으로 도시의 일부가 되어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위에서부터 동루이스 다리, 인판테 다리, 그리고 마리아 피아 다리

다음에 나타난 다리는 상주앙 다리 (Ponte de São João)였다. 포르투갈의 유명한 건축가인 알바로 시자의 제자인 구조공학자 에드가르 카르도소가 설계한 기차 전용 다리로 마리아 피아 다리를 대체하기 위해 건설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프레이슈 다리(Ponte do Freixo)가 크루즈 여행의 동쪽 끝을 장식한다. 여덟 개의 기둥 위에 두 개의 평행한 데크가 나란히 놓인 이 다리는 기능성과 리듬감을 동시에 갖춘 구조물로, 도심의 북적임에서 조금 벗어난 고요한 강변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배는 이제 방향을 틀어 동루이스 1세 다리도 지나 서쪽으로, 대서양을 향해 나아간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폭은 넓어지고, 물결은 더 부드럽게 움직였다. 그 길의 끝자락에서 마주한 아라비다 다리(Ponte da Arrábida)는 여섯 개의 다리 중 가장 크고 압도적인 규모를 자랑한다. 1963년 완공 당시, 세계에서 가장 긴 콘크리트 아치 다리였다는 이 다리는 마치 강을 건너는 마지막 관문처럼 자리하고 있다. 곡선미와 웅장함 덕분에 포르투 전경 사진에 자주 등장한다.

위에서부터 상주앙 다리, 프레이슈 다리 그리고 아라비다 다리

다리 너머로 펼쳐진 대서양은 맑고 청량했고,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이 수평선과 맞닿았다. 바람에 실린 파도의 소리가 잔잔하게 귓가를 스치며, 도시와 바다 사이에 놓인 시간을 더욱 선명하게 느끼게 했다. 도시 전체가 정전 사태로 불편함에 빠졌지만, 강 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차분하고 평온했다.


열린 공간이 바로 대서양의 시작이다

이 크루즈를 가장 매혹적으로 즐기고 싶다면,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해 질 녘의 시간대를 권한다. 오후 5시에서 6시 사이, 햇살이 강물 위를 부드럽게 물들이고 도시의 벽들이 금빛으로 반짝일 때, 그 풍경은 단순한 여행의 한 장면이 아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하나의 ‘감정’이 된다.

선착장으로 복귀하는 중

크루즈는 천천히 출발점으로 돌아왔다. 정전으로 사라진 불빛에도 불구하고, 포르투의 다리와 강, 그리고 바다의 윤곽은 분명하게 이어졌다. 일몰 전의 부드러운 햇살이 강물 위를 물들이며, 도시와 자연이 함께 어우러진 풍경은 평소와는 다른 특별한 기억으로 남았다. 포르투의 여섯 다리를 따라 흐르는 이 크루즈는 단순한 풍경 감상이 아니라, 도시가 들려주는 이야기와 시간의 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우아한 여정이었다.


모후 정원과 세라 두 필라르 전망대, 일몰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


포르투를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도루강과 도시 전경이 어우러진 일몰을 감상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모후 정원(Jardim do Morro)’은 가장 널리 알려진 일몰 명소 중 하나이다. ‘모후(Morro)’는 포르투갈어로 ‘언덕’을 뜻하며, 실제로 이 정원은 동 루이스 1세 다리 상층부와 연결된 빌라 노바 드 가이아의 언덕 위에 자리하고 있다.


모후 정원 올라가는 도중에 한 컷

포르투 대성당에서 동루이스 1세 다리 위층 보도를 따라 도보로 약 15분 정도 이동하면 모후 정원에 도달할 수 있다. 이 구간 역시 강변 풍경이 아름다워,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주었다. 모후 정원은 계단식으로 벤치가 놓여 있어 마치 야외 공연장을 연상시켰다. 방문객들은 이곳에 앉아 도루강과 포르투 시내, 그리고 석양이 어우러진 풍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정원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웅장한 동루이스 1세 다리를 중심으로 히베이라 지구의 붉은 지붕과 고풍스러운 건물, 도루강을 오가는 배들까지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클레리구스 탑과 포르투 대성당 같은 도시의 상징물도 함께 담겨, ‘인생 사진’을 남기기에 더없이 좋은 장소였다.

우리가 방문한 날은 4월 28일 오후 6시 30분경이었다. 마침 정전으로 주변이 다소 조용했지만, 덕분에 일몰까지 넉넉한 시간을 두고 정원의 분위기와 전경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일몰시간이 다가오자 많은 관광객과 현지인들이 자리를 잡고 하늘이 천천히 물들어가는 모습을 감상했다. 우리가 본 일몰은 예상보다 화려하거나 붉게 물들지 않았는데, 순간 정전의 여파일까 하는 근거 없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버스킹 하는 모습도 살짝 보인다

모후 정원에서 도루강과 포르투 시내를 충분히 조망한 후, 도보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세라 두 필라르 전망대(Miradouro da Serra do Pilar)’로 이동했다. 이 전망대는 모후 정원보다 지대가 높고 방문객 수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더욱 넓은 시야와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쾌적하게 감상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세라 두 필라르 전망대와 수도원

전망대에서는 강과 다리, 도시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저녁 풍경은 물론, 해가 진 이후 도시의 불빛이 도루강에 반사되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야경까지도 감상할 수 있다는데 우리는 대신 불이 켜지지 않은 포르투를 즐기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 전망대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세라 두 필라르 수도원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으며, 수도원의 원형 구조와 독특한 외관은 건축적으로도 충분히 관람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다만, 우리가 방문할 때는 정전으로 인해 내부 관람이 불가능해서 아쉬웠다.

전망대에서 클로즈업. 일몰 직전의 모습


케이블카 타고 보는 전망을 놓치다


동루이스 1세 다리 상층부와 빌라 노바 드 가이아의 와이너리 지구를 연결하는 '가이아 케이블카(Teleférico de Gaia)'는 도루강과 포르투의 장관을 공중에서 감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동 수단이다. 총 길이 약 600미터, 탑승 시간 약 5분의 짧은 여정이지만, 케이블카에서 바라보는 파노라마 전경은 매우 인상적일 것 같았다.


케이블카를 타면 강 건너편 히베이라 지구의 알록달록한 건물들, 가이아 지역의 구불구불한 골목길, 그리고 포트와인 저장고들의 붉은 지붕들을 발아래 두고 지나가며 포르투를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도루강 위를 가로지르며 바라보는 포르투 구시가지의 풍경은 지상에서는 결코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하고 아름다운 시각적 경험을 준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정전 다음 날 그라함스 포트 와이너리 갔다 오다 만난 케이블카

탑승 정원은 8명이지만, 평일에는 승객 수가 적어 여유롭게 탑승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특히 커플 방문객이라면 운이 좋을 경우 단둘만의 프라이빗한 공간에서 케이블카를 전세 낸 듯한 낭만적이고 특별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포르투 도착 당일 설렘을 안고 케이블카 탑승을 계획했으나, 예상치 못한 정전으로 인해 운행이 중단되어 아쉽게도 체험하지 못했다. 이는 여행 내내 마음 한편에 남은 작은 아쉬움이 되었다. 이후 일정이 빠듯해 재방문할 여유가 없었지만, 포르투 곳곳의 다른 아름다운 전망 포인트에서 도시의 매력적인 풍경을 충분히 감상하며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keyword
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