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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의 유혹

오감으로 맛보는 리스본

by 트릴로그 trilogue

식당이야기


오 카스티코 레스토랑: 따뜻한 환대 속 미식의 즐거움


리스본의 북적이는 거리에서 조금 벗어나, 현지인들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한 오 카스티코 레스토랑(O Castiço Restaurant)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리스본의 정(情)과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장소였다. 이곳은 화려함보다는 진솔함으로, 정교함보다는 푸짐함으로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숨은 보석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의 저녁 식사는 도시의 풍경만큼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 맛본 음식들은 과장되지 않고, 재료의 본래 맛을 정직하게 드러냈다.


오 카스티코 레스토랑 대기 손님들의 모습


오 카스티코에 들어서는 순간, 소박하지만 활기찬 현지 식당 특유의 분위기가 우리를 감쌌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보다는, 오랫동안 손님들의 이야기와 웃음소리로 채워진 듯한 정겨움이 공간을 지배했다. 벽에는 현지 예술 작품들이 자유롭게 걸려 있었고, 테이블마다 앉은 손님들의 왁자지껄한 대화 소리와 은은한 음식 냄새가 어우러져 편안하고 따뜻한 활기가 넘쳐났다. 이곳은 관광객만을 위한 곳이 아니라, 리스본 사람들의 삶이 녹아 있는 진정한 로컬 식당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친절하고 유쾌한 직원들은 손님 한 명 한 명에게 진심 어린 미소와 함께 따뜻한 환대를 건넸고, 마치 오랜 친구 집에 온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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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카스티오 내부1.jpg 식당 내부 전경


메뉴판을 받아 들고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다양한 해산물 요리들이었다.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다는 추천을 따라, 우리는 신선한 문어와 농어구이 그리고 해물밥을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지만, 그 기다림마저 즐거웠다.


먼저 나온 것은 레몬과 허브로 향을 더한 농어 구이였다. 껍질은 바삭했고 속살은 촉촉했다. 곁들여진 감자와 채소들은 단순하지만 균형을 이루며, 식탁 위에 집밥 같은 편안함을 놓아주었다. 이어서 나온 바칼라우 요리는 포르투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맛이었다. 올리브 오일, 양파가 더해져 대구살 특유의 담백함을 살렸다. 익숙하지 않은 이국의 음식이지만, 낯설지 않은 따뜻함이 있었다. 겉보기엔 소박해 보였지만, 먹을수록 깊은 풍미와 든든함이 느껴지는, 리스본 현지인들의 소울 푸드를 제대로 경험하는 순간이었다. 와인 또한 합리적인 가격에 훌륭한 품질을 자랑했다. 현지 와인 한 잔을 곁들이며 오 카스티코의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포르투갈의 정통 미식을 오롯이 즐길 수 있었다.


위: 농어구이, 아래: 바칼라우


구운 문어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인상적이었다. 올리브 오일에 구운 채소와 함께 먹으니 부담스럽지 않고 깔끔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메뉴가 해물밥이었다. 새우, 홍합, 오징어 등이 듬뿍 들어간 밥은 바다의 풍미를 그대로 머금고 있었다. 국물이 배어든 쌀알은 촉촉하면서도 깊은 맛을 냈고, 레스토랑의 다른 요리들처럼 화려하지 않고 정직하게 다가왔다. 이곳에서 나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들과 함께 시원한 비뉴 베르드(Vinho Verde)를 마시며 완벽한 마리아주를 즐겼다.


문어구이와 해물밥


식당을 나서기 전, 식당 주인과 한 컷

오 카스티코에서의 식사는 특별한 기교보다 재료의 맛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다가왔다. 화려하지 않았지만, 리스본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또 하나의 방법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식당을 나갈 무렵, 인사를 주고받은 식당 주인은 사진 촬영까지 흔쾌히 응해주며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까지 인상적인 경험을 하게 해 주었다.


오 카스티코 레스토랑은 화려함보다는 진정성으로, 미슐랭 별점 대신 현지인들의 사랑으로 빛나는 곳이었다. 따뜻한 환대와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 그리고 예상치 못한 특별한 만남까지, 이곳에서의 식사는 리스본 여행의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 중 하나로 기억될 것입니다. 리스본을 방문한다면, 오 카스티코에서 진정한 포르투갈의 맛과 정을 느껴보시길 강력히 추천한다.












Frade dos Mares: 두 번째 방문의 감동, 처음 만난 미식의 황홀경


타임아웃마켓을 거쳐 산타 카타리나 전망대에서 멋진 일몰을 감상한 우리들은 근처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예약해 놓은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우리보다 리스본에 먼저 도착했던 처제 부부는 두 번째, 우리 부부는 처음으로 Frade dos Mares라는 레스토랑을 찾았다. ‘바다의 수도승’이라는 의미를 가진 이 레스토랑은 해산물 요리로 특히 유명하기 때문에, ‘바다’와 ‘수도승’을 결합한 이름은 전통·신앙·바다 문화를 모두 함축하는 상징적 네이밍이라 할 수 있다. 리스본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는다는 이곳,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묘한 기대감에 휩싸였다. 아늑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 벽면에 걸린 바다를 연상시키는 그림들과 은은한 조명은 벌써부터 미식의 여정을 예고하는 듯했다.


Frade dos Mares의 안팎 전경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받아 들었을 때, 처제의 얼굴에는 이미 만족스러운 미소가 번져 있었다. "여기, 정말 후회 안 할 거예요!"라는 처제의 말에 더욱 설레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식당의 시그니처 메뉴들을 중심으로 주문했다. 가장 먼저 나온 요리는‘문어 샐러드였는데 부드러운 문어와 상큼한 채소, 드레싱의 조화가 일품이었다. 특히 문어의 부드러움은 지금까지 먹어본 문어 요리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문어샐러드


역시 스타터로 주문한 '불하오 파투'라는 이름의 조개 요리는 포르투갈의 바다를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껍데기를 활짝 연 조개들은 탱글한 속살을 드러내며 은은한 마늘 향을 풍겼다.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육즙에 촉촉하게 스며든 올리브 오일, 그리고 싱그러운 고수 향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바다의 풍미를 선물했다.

곁들여진 상큼한 레몬을 살짝 뿌리자, 조개의 감칠맛이 한층 더 살아났다. 빵과 함께 먹으니 정말 일품이었다.


조개요리


접시에 담긴 음식들은 단순한 요리가 아니라, 이 땅의 풍요와 바다의 숨결을 전해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메인 요리로는 모두가 극찬했던 ‘문어 요리’와 ‘바탈라우' 그리고 조개요리를 주문했다. 쫄깃하면서도 그릴의 불향이 배어든 문어 요리는, 마치 대서양의 거친 파도를 한 입에 품은 듯했다. 올리브 오일과 마늘의 고소한 향이 더해져, 바다와 육지의 풍미가 절묘하게 맞닿았다. 또 다른 접시에는 두툼한 바칼라우가 올려져 있었다. 겉은 노릇하게 구워져 바삭하고, 속살은 부드럽게 흩어졌다. 함께 나온 소스는 대구의 담백한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 주었다. 단순한 생선 요리가 아니라, 마치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비주얼도 인상적이었다.


문어구이
바칼라우

직원들의 섬세하고 친절한 서비스는 식사 내내 기분 좋은 경험을 더해주었다. 어떤 메뉴를 추천하는지, 어떤 와인이 어울리는지 꼼꼼하게 설명해 주었고, 우리의 작은 요청 하나하나에도 귀 기울여 주었다. 덕분에 우리 모두는 편안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만끽할 수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한동안 그 여운은 가시지 않았다. Frade dos Mares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경험이 아니었다. 리스본의 미식 문화를 집약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곳이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리스본에서 진정한 포르투갈 미식을 경험하고 싶다면, Frade dos Mares는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만약 다시 리스본 여행을 하게 된다면 반드시 이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때는 또 어떤 맛의 향연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






UMA MARISQUEIRA: 예약이 선사한 미식의 특권


굳이 예약하지 않아도 되었을 만큼 이상하리만치 손님이 많지 않아 잘못 골랐을까 살짝 우려되었다. 주문 한국어 조금 하는 종업원,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리스본에서의 어느 저녁, 저는 현지인들이 극찬하는 해산물 레스토랑, UMA MARISQUEIRA를 찾았습니다. 예약이 필수라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여행 계획과 동시에 미리 테이블을 확보해 두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활기찬 에너지와 신선한 바다 내음이 저를 반겼다. 마치 리스본의 바다를 통째로 옮겨 놓은 듯한 분위기였다.

UMA MARISQUEIRA의 안팎 전경


예약을 하고 갔기에, 문 앞에서 잠시 대기하는 사람들 사이로 우리는 기다림 없이 안락한 테이블로 안내받을 수 있었다. 벽면에 가득한 해산물 요리 사진들과 투명한 수족관 속에서 유영하는 싱싱한 해산물들은 벌써부터 기대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서버는 친절하게 메뉴를 설명해 주었고, 저희는 신중하게 오늘의 해산물들을 골랐다.


가장 먼저 테이블에 오른 것은 ‘게살 크로켓’이었다. 바삭하게 튀겨진 겉옷 속에 부드럽고 촉촉한 게살이 가득 차 있었는데, 한 입 베어 물자마자 입안 가득 퍼지는 게 특유의 달콤함과 고소함이 일품이었다. 단순한 튀김이 아니라, 해산물의 풍미를 최대로 끌어올린 섬세한 요리였다.


게살 크로켓
정어리 구이
다시 바칼라우

메인 요리로는 따뜻한 ‘해산물 밥’을 주문했다. 커다란 냄비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해산물 밥은 비주얼부터 압도적이었다. 큼지막한 새우, 조개, 홍합 등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고, 밥알 하나하나에 깊은 해산물 육수의 풍미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한 숟가락 입에 넣는 순간, 진한 감칠맛과 함께 바다의 모든 에너지가 응축된 듯한 폭발적인 맛이 느껴졌다. 따뜻하면서도 깊은 맛은 리스본에서의 저녁을 완벽하게 마무리해 주었다.


해물밥


UMA MARISQUEIRA에서의 식사는 단순히 맛있는 해산물을 먹는 것을 넘어선 경험이었다.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서로에게 건배하며 웃음꽃을 피웠고, 테이블마다 놓인 신선한 해산물들은 모두의 얼굴에 미소를 띠게 했다. 서버들은 손님들이 불편함 없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해 주었고, 그들의 열정적인 서비스는 식사의 만족도를 더욱 높여주었다.


예약 덕분에 리스본에서의 황홀한 해산물 만찬을 여유롭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다. 이곳은 리스본의 미식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신선한 해산물이 선사하는 최고의 맛과 활기찬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서비스까지. UMA MARISQUEIRA는 리스본에서의 잊지 못할 추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주었다.






완벽한 피자가 선사한 미식의 즐거움


리스본의 매력을 탐험하던 중, 우리는 벨렝 지구의 역사적인 향기와 LX 팩토리의 예술적 활기를 만끽한 뒤,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자 미식의 오아시스를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러던 우리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 곳이 바로 루피타(LUPITA)였다. 미리 알아둔 식당은 아니었지만 처제의 순발력으로 찾은 이 식당은 마치 운명처럼 우리 앞에 나타났다. 현장에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 약 30분간의 대기 시간을 거쳐야 했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충분히 가치 있는 경험으로 이어졌다.


루피타의 안팎 전경


루피타는 따스하고 아늑한 조명 아래, 활기찬 대화 소리로 가득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부터 편안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분위기가 우리를 감쌌다. 벽면을 장식한 멕시코 전통 문양과 재기 발랄한 그림들은 이곳이 단순한 피자집을 넘어 젊은 예술가의 아지트와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은은하게 풍겨오는 화덕 피자의 고소한 냄새는 이미 우리의 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메뉴판을 펼치자 다채로운 피자 종류들이 눈에 들어왔고, 멕시코풍의 독특한 재료들을 활용한 피자들이 특히 우리의 기대감을 높였다. 우리는 루피타의 시그니처 피자인 ‘엘 파스토르(El Pastor)’ 피자와 함께 ‘마르게리타’ 피자를 주문했다. 시원한 포르투갈 현지 맥주를 곁들인 것은 물론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피자들이 테이블에 놓였다. 먼저 우리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엘 파스토르’ 피자였다. 얇고 바삭해 보이는 도우 위에 매콤하게 양념된 돼지고기, 파인애플, 고수, 그리고 붉은 양파가 다채로운 색감으로 어우러져 있었다. 한 조각을 들어 한 입 베어 물자, 입안 가득 파인애플의 상큼함과 돼지고기의 고소함, 그리고 고수의 향긋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며 퍼져 나갔다. 화덕에서 갓 구워져 나온 도우는 쫄깃하면서도 바삭한 식감을 자랑했고, 재료들의 풍부한 맛을 완벽하게 받쳐주었다. 멕시코 타코를 피자로 재해석한 듯한 이 독창적인 맛은 우리의 미뢰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이어서 맛본 마르게리타 피자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깊은 맛이 느껴졌다. 신선한 토마토소스와 부드러운 모차렐라 치즈, 그리고 향긋한 바질이 어우러져 완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심플하면서도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마르게리타는 루피타의 피자가 얼마나 기본기가 탄탄한지 보여주는 듯했다.



루피타의 피자는 단순히 맛있는 것을 넘어, 각각의 재료가 가진 개성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새로운 맛의 경험을 선사했다. 벨렝 지구와 LX 팩토리를 거쳐 지친 몸으로 찾아낸 이곳에서, 우리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피자를 나누어 먹으며 리스본에서의 늦은 점심을 더욱 즐겁고 특별하게 보낼 수 있었다. 직원들 또한 친절하고 유쾌하여 식사 내내 기분 좋은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다. 리스본에서 특별하면서도 맛있는 피자를 찾고 있다면, 루피타는 잠시의 대기 시간조차 잊게 할 만큼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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