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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향한 길

7화

by gir

빛의 폭풍이 멎은 뒤, 거리는 텅 비었다.
타버린 공기엔 금속 냄새가 섞여 있었고,
바닥엔 녹아내린 빛의 잔재들이 붙어 있었다.

여자는 그 위를 맨발로 걸었다.
발끝이 닿을 때마다 미세한 빛의 가루가 일었다.
그것들은 금세 사라졌다. 마치 살아 있는 존재처럼,
손을 뻗으면 흩어지는 온기였다.

“또 살아남았군요.”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둠의 거리의 노인이었다. 아직도 그의 눈엔 불빛이 남아 있었다.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뭐죠?”

그녀가 하늘을 가리켰다. 멀리, 어둠의 끝자락에서

거대한 기둥 같은 빛이 서서히 솟아오르고 있었다.
하늘의 도시와 땅의 도시를 잇는 유일한 통로처럼 보였다.

“하늘의 길이지.” 노인이 말했다.
“그곳에서 떨어지는 빛이 이 도시를 덮었어. 그들은 우리를 비추는 게 아니라,
우리 위를 정화하는 거야.” 여자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럼 왜 남겨두신 거죠? 왜… 우리를 없애지 않았죠?”

노인은 대답 대신 담담하게 웃었다.
“아마 누군가가 널 보고 있었던 모양이지.”

그 말에 그녀는 손을 내려다봤다.
구슬 속 빛이 여전히 약하게 뛰고 있었다.

그건 살아 있는 심장처럼 느껴졌다.

“저 위로 가면, 알 수 있을까요?” 노인이 그녀를 빤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하지만 조심하게. 하늘은 생각보다 차갑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멀리, 하늘의 도시 아래로 흘러내리는 빛이 길처럼 굳어 있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 길을 향해 걸었다.

발밑의 어둠이 조금씩 옅어지고, 몸이 점점 투명해졌다.

뒤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빛을 따라가라, 하지만…빛에 닿으려 하진 말게.”

그러나 여자는 이미 듣지 못했다.

머리 위로 하늘의 소용돌이가 열리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의 발이 땅을 떠났다.

바람이 없는데도 머리카락이 흩날렸다.

그리고 그 순간,
멀리 위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내려왔다.

그 남자였다. 그는 빛 속에서 눈을 감고 있었고,

마치 오래전 약속이라도 한 듯 미세하게 미소 짓고 있었다.

여자는 숨을 삼켰다. 그리고 속삭였다.

“이제… 나도 알겠어요.”

하늘과 어둠의 거리가 맞닿는 순간,
그녀의 몸이 사라졌다.

빛도, 어둠도 아닌,
새로운 무게의 세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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