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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Oct 22. 2024

 #14, 그대, 나를 붙들지 마시게

행장 꾸려 떠날 준비 하였네

그대여 나를 붙들지 마시게

바람 불고 해는 저물어 가니 

나를 붙들지 마시게

이미 행장 꾸려 편한 신 내어놓고

길 떠날 준비되었다네


그대는 무슨 미련 있어 나를 붙드나

아직도 나에게 부여한 몫이 남았나

무슨 미련이 있어 나를 보내지 않는가

아직도 인생 빚이 남았나

바람같이 한바탕 휘감으며 흐드러지게 놀았으니

잘 가라고 격려는 못해주고 자꾸 치맛자락 붙드나


그럼 그대와 함께 해온 정을 생각하여

올 겨울 백설 한껏 내려

청송가지 끝에서 출렁이는 모습을 보겠네

그도 모자란다면,

한 설에 곱게 핀 홍매화, 백매화 피고 지는 것 보며

매화꽃잎 떨어져 바람결에 흩날려 

눈인 듯 꽃인 듯 봄바람에 아련한 모습도 보겠네


나는 이미 마지막 타는 희나리 같고

나의 숨은 나날이 사위어 가지만

마음은 아직도 처음 그때의 아련한 소녀라네

그래, 그대여

정녕 나를 보내기 싫다 하니

문 닫힌 오래된 정원 문 열고

여름정원 아름답게 꽃피는 것 보고 갈 테니 

그때까지만  같이 있게나

또 나를 일없이 붙들지 말게나

행여, 이승에 미련 남을지도 모르니


24. 9.20 밤에 문득 생각이 나 쓰보았다.

죽림헌

대문 그림 : 맹호연이 눈 오는 날 첫 매화 찾아가는 길, 중국 고서화

당대 맹호연의 글을 해석하여 올리며 조사한 그림.

#희나리 #숨 #미련 #청송 #인생 빚 #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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