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홀로 앉았노라니
외로움이 더욱 깊이 자리한다.
어두운 방 불 밝히고
조용히 시집을 읽으니
시집의 글이 더욱 아린다.
책 덮고
창밖을 보고 앉았노라니
휘영청 밝던 달은
어느새 구름에 가려지고
어찌 가을비가 추적거린다
가을비는
날을 재촉하고
떨어지는 낙엽소리와
풀벌레소리가
적막을 깨고 귀를 기울이게 한다.
과연 이자연이
스스로 연주를 하여
나를 위로하는 것일까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며
불 끄고 자리에 눕는다.
내일 아침에도 깨어나
밝은 날을 보며
누군가 찾아와 외로움 덜어 내길
2024.10. 비 오는 날 밤
죽림헌
*대문그림 : 중국 송대의 작품, 실크에 그린 그림, 메트박물관 소장품
'나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경비원이다'를 읽고 3회에 걸쳐 올린 글 중 1회에 수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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