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 잡기, 시계 죽이기, 예민한 남자
그녀는 새집을 분양받아 너무 좋았다.
아이들도 건강하게 자라 학교에 다니고
부모님도 평안하시니 특별하게 신경 쓸 일이 없다
어느 날 아침 그녀는 잠에서 깨어 일어났다
왠지 방이 건조한 것 같고 느낌이 쌔하다.
고개를 돌려 문갑 위의 수조를 보았다
수조에 금붕어가 뒤집혀서 죽어있다.
이 무슨 일인가 하고 들여다보니
수조 안에 뽀글뽀글하던 공기방울이 보이지 않는다
산소를 공급하도록 연결해 두었던 호스가 빠져있다
화가 나서 누가 그랬느냐고 소리 질렀더니
뜻밖에도 함께 자는 남자가 그랬단다.
밤에 뽀글거려서 신경이 거슬려 잠을 잘 수 없어 뽑았단다.
금붕어가 질식사했다.
뭐, 이런 경우가!
잠들었는데 뽀글 소리가 어떻게 들린다는 말인가
그녀는 아무 소리도 못 듣고 잠만 잘 잤는데
그녀는 화가 났다, 정말 화가 났다.
가습기대신 관상용을 겸하여 수조를 방에 두었는데,
그렇게 그 예민한 남자는 여러 생명을 죽였다
그녀는 종이에 건반을 만들어 치던 어린 시절이 생각이 나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피아노를 샀다. 까만 영창피아노였다.
거실 피아노 위에는 뻐꾸기시계를 걸어 두었다
외국에서 온 거라 가격이 좀 되었다. 앤틱 한 시계였다
뻐꾸기가 시간을 맞추어 문을 열고 나와 뻐꾹, 뻐꾹 운다. 뻐꾸기 집은 알프스 산에 있는 집들처럼 생겼다
화려하였다
뻐꾸기가 울면 아이들이 공부방에서 쪼르르 나와 보고 좋아했다.
뻐꾸기가 시간을 알리는 수만큼 울고 나면 집으로 들어간다. 그러면 아이들은 모두 자리를 떴다
어느 날 갑자기 뻐꾸기가 울지 않는다.
뻐꾸기가 울지 않는다고 아이들이 난리 났다.
고장 났나 생각하며 할머니에게 말한다
"할머니, 뻐꾸기가 죽었어요. 울지 않아요, 나오지도 않아요"
그렇다 어른들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르다.
매시간을 기다리고 뻐꾸기가 문 열고 나와 울고 들어가니 신기하고 즐거울 것이다
그녀는 문득 지난번 수조사건이 생각났다..
"뻐꾸기 손댔어요?"
"그래, 내가 뻐꾸기소리 죽였다. 뻐꾸기 뺏다."
"시끄러워 잠을 잘 수없어서 그랬다"
이게 무슨, 이런 또 이렇게 한다. 아이들 생각은 하지 않고,
" 낮에 사무실에서 열심히 근무했으면, 밤에 왜 잠이 안 와요?."
" 쓸데없이 잡생각을 하니 밤에 잠을 못 자지"
나는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온 신경을 쓰며 근무하고 집에 와서 아이들 공부 봐주고 나면 녹초가 되어 머리만 눕히면 잠드는데
무슨, 하며 속으로 씩씩거렸다.
화가 나도 너무 화가 난다. 참으로 이상한 남자다
그녀는 아침잠이 깊다.
밤을 새워 일하는 것은 할 수 있지만, 아침 눈뜨는 것이 언제나 힘들다.
시간 맞춰 일어나려고 알람시계로 암탉시계를 샀다.
암탉은 정해둔 시간에 맞추어 요란스럽게 운다 수탉도 아닌 것이 요란하다.
꼬끼오 꼬꼬꼬, 꼬꼬댁 꼬꼬꼬를 끄지 않으면 1분 정도 운다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시끄럽다고, 또 소리 안 나게 알람을 죽였다
아, 우리 집 암탁은 닭 모가지 비틀어도 나를 깨우지 못한다. 목소리를 잃은 불쌍한 벙어리 암탉이 되었다
그녀는 주택에 몇 차례 도둑이 들어 아파트로 이사 갔다.
길고 큰 쾌종시계를 입주 선물로 받았다. 엔틱 한 벽시계였다.
시간이 되면 딩딩딩~하며 집안을 무겁게 울린다
거실 한쪽에 거니 벽면 위에서 아래까지 차지했다.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48평이니 소리가 울려도 안방까지 괜찮겠지 하고,
착각이었다, 나의 기대를 저버렸다 어김없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며 며칠 동안 집들이 손님을 치르고 나서
어느 날 시계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시계 앞에 섰다. 뭔가 이상하다.
시계 추가 없다 길게 늘어져 있던 시계추가 사라졌다.
또, 이 인간이, 또 시계를 죽였다.
아~악, 소리를 지르고 싶다. 이 이상한 남자와 한 집에서 살았다
절규하고 싶다. 참을 수가 없었다.
몸이 떨렸다. 어쩔 줄 몰라하며 그 자리에서
아~ 입에서 욕이 나올 뻔하였다.
' 야~ 이 변태 님아~'
그녀는 이번에는 정말 견딜 수 없이 화가 치밀어 어쩔 줄을 몰랐다.
이대로는 미칠 것 같았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그녀는 지갑을 들고 무작정 나갔다.
현관을 나와 아파트 단지를 한 바퀴 돌았다.
그래도 마음이 안정이 되지 않았다.
그녀는 아파트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길을 건너
상가 쪽으로 갔다. 문구점이 보였다. 문구점 앞에 게임기와 두더지 잡기가 보였다.
그녀는 두더지 잡기 앞에 섰다.
오늘부터 너, 두더지 잡기를 접수한다.
오랫동안 지하에 숨어서 온갖 짓을 다한 두더지야
내가 너를 잡아버린다.
그녀의 두더지잡이
그녀는 동전투입구에 동전을 넣었다.
쨍그렁 툭~
소리 경쾌하고 좋다.!!!
방망이를 들고 눈썹을 치켜세우고 눈동자를 굴린다.
어느 놈이 든 걸려라 누가 먼저 맞을래,
민머리두더지 한 마리 튀어 오른다.
순간 들고 있던 방망이 내려친다.
힘껏 온 힘을 한 팔에, 어깨에 모아 두들기기 시작한다
거의 초단위 간격이다. 눈동자가 빙글 뱅글 두더지 찾아 돌고 동시에 온 힘으로 두더지머리를 내려친다.
코에 바람을 쒹쒹 뿜어가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내려친다.
속으로 말한다.
<너는 파괴자다, 정신이상자다, 환자다, 살아있는 생명도 죽였으니 살인이나 마찬가지다.
광자다, 포악하고 잔인하다. 혼자 살아라~>
그렇게 마음으로 외치고 두더지를 잡다 보니 마음이 좀 안정되고 가슴이 뚫렸다.
그녀는 돌아서서 야릇한 미소를 지으며 평온한 얼굴로 돌아왔다.
이제부터 숨은 두더지를 자주 잡으러 와야겠다.
예민한 남자가 불러온 이상한 그녀의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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