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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Aug 19. 2024

#07, 아이는 괴물로 변해갔다.

약의 부작용

거의 매일 혈액을 채취하였다.

그리고 매일 검사결과가 나왔다.

아이는 얼굴이 변해갔다.

피는 계속 수혈하고 나는 피를 거의 매일 뽑다시피 하였다.


혈액검사결과에 따라 수혈이 결정되었다.

어떤 때는 거의 매일 하였고 또 어떤 때는 틈이 생기기도 하였다.

자동차가 고속도로를 달리듯이 멈춤이 없었다.

혈관이 파열되어 주삿바늘을 꽂을 때가 없었다.  

그럴 때는 먼저 놓았던 자리에 상처가 아물고 혈관이 생겼는지 그 자리를 찾는다.

또는 혈액수치가 많이 떨어지지 않아 좀 늦추거나 하였다.

그럴 때가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잠깐 휴게소에 들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달리 표현이 되지 않는다.


고속도로를 달리며 화장실에 가고 싶고 배도 고프고 졸음이 밀려와

도저히 운전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서 휴게소는 짧지만 파라다이스다.

아주 짧지만 그런 날은 나에게 꿀맛 같은 시간이 주어진다.


남편에게 아이를 보아달라고 한다.

수혈할 일도 없고 안정상태로 들어가니 잠시 맡겨도 된다.

아이가 주삿바늘만  꽂지 않고 있어도 아이가 편히 있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이마에 주사를 꽂아둔 채로 있으니 얼마나 힘들고 불편하였을까

생각만 하여도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

남편은 아이옆에 있어달라고 했지만 사실은 더 불안하다. 아무것도 모르니까

간호사에게 부탁을 하고 난 몸이 풀려난다.


그런 때는 나는 지친 몸을 돌보기 위해 집에 온다.

지금 내가 그때를 생각하면 나는 슈퍼우먼이었다.


일복이 많은 나는 좀 수월한 업무를 맡은 적이 거의 없다

언제나 일거리를 싸들고 다녔다. 일처리가 늦어서, 천만의 말씀이다.

나에게 신이 준 좀 뛰어난 능력이 있다면 아마도 업무처리 능력일 것이다.

업무는 사람 따라 부여된다, 하였다. 그러니 발령 나는 곳마다 업무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병원으로 퇴근, 밤새 아이 곁을 지키고 쪽잠을 자고 병원화장실에서 씻고

출근하니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도 명색이 여자다.


그런 사이에 수혈을 위해 채혈을 해두어야 한다.

지금생각하면 어떻게 그리하였을까, 싶다.


우리 집에서 100미터 옆에 목욕탕이 있다. 길을 건너면 또 있다.

목욕탕이 많은 동네다, 편의 시설이 주변에 참 많다.

좋은 위치의 아파트를 분양받았었다. 물론 내가 했다

집에 도착하면 목욕탕부터 먼저 간다.

병원냄새도 없애고 지친 몸의 피로를 풀기 위해서다


목욕탕에서 벌거벗은 채 쓰러졌다.

주변사람들이 얼마나 놀라던지, 그런 일이 자주 발생하였다.

머리가 하얘진다는 느낌이 어떤 것인지 나는 안다.

정말 그 표현이 정확하다.

그리곤 스르르 무너져 내린다. 사람이 의식이 몽롱해지며 몸은 허물어진다.

잦은 채혈과 피로가 누적되어 그렇다고 하였다


약의 부작용- 괴물처럼 변형되어 갔다


나는 의사도 아니고 의학지식도 없는 사람이다.

그러니 당시의 상황을 그냥 담담히 이야기한다.

수입약이라는 것이 성장촉진제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아이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해갔다. 분명 우리 나이 3살 아이인데 얼굴에 개기름이 번들거렸다.

그리고 여드름 같은 것이 얼굴에 났다. 구레나룻수염이 거뭇거뭇하였다


기가 찬 이야기지만 내가 나이 들고 지났으니 이제 말할 수 있다.

아이의 고추가 간혹 불쑥불쑥 올라오기도 하였다.

이 말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글로써 할 줄 몰랐다. 긴 세월 친정어머니와 남편만 아는 사실이다.


남편은 애초에 아이를 잘 보지도 않았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겁이 난 것이다.

어쩜 시댁식구의 성격들이 어떤 면에서 한결같았다. 

그러나 남편은 참 착한 사람이다.


아이는 머리카락도 잘 자랐다.

온몸은 털북숭이가 되었다. 거뭇거뭇한 구레나룻에 몸집이 커지고 얼굴은 검붉어져

이마에는 푸른 혈관들이 터져있고 아이의 몸에서 일어난 이상현상은 말로 표현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나의 사랑하는 아이다.

살아나면 또 다른 방법으로 고칠 수 있을 것이다, 라며 애써 생각하였다


의사에게 우려심을 가지고 물었다. 너무 무서웠다.

이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무서웠다  

애들 아버지가 한 말이 정말이면 어쩔까 하고 두려움반 공포가 반이었다

'살아난다고 정상이 아니면 어떻게 하냐'라는 것이었다.


의사 선생님이 말해주셨다. 여러 증상이 나타나니 보호자가 이제 알아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예, 성장촉진제라서 그렇습니다.' 한다. 아이의 골수에서 피를 재생해내지 못하니

약으로 임의적인 성장을 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혈액은 보통 정상인은 한 달이면 파괴되고 다시 재생산되고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나의 둘째는 그것이 되지 않았다. 계속 파괴만 되니 수혈만 거듭한 것이었다.


골수에 있는 줄기세포가 정상가동이 되지 않는다고 알아듣기 쉽게 말하셨다.

줄기세포가 혈액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말이었다.

검사에 검사를 거듭하는 또 하나의 이유였다. 관찰이었던 것이다.

솔직히 연구대상 몰모트였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당시  이병은 치료약도 치료방법도 없다고 하였다.

막연히 정상 골수를 이식을 하면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국내에서 한 적이 없으니 사례도 없는 것이다.


병원에서는 보호자도 몰랐던 내용을 우리 병동과 다른 병동에 까지 암암리에

전파되고 있었다.

그래서 나를 불쌍히 보았던 것이다. 희귀병아기가 입원했다 하면서,

그쯤 되면 우리 집 젓가락, 숟가락 몇 개 인지도 알듯이 말했을 것이다.

직업이 어떻느니 하며 왜 아이를 두고 직장에 나가느냐 하며 누구네집 큰며느리가 말한 것처럼,

그냥 퇴원하지 까지 온갖 말들이 나왔을 것이다.


원래 소문이란 본인은 몰라도 다른 사람이 아는 것이 소문이다. 그러니 거짓이 태반이다.

뜬소문은 안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관없는 밖에서 시작한다는 것이다

다른 병동과 병실에서 우리 병실로 구경 오는 사람들까지 있었다. 위로하는 척하며,

그래도 몰랐다.


가망 없으니 퇴원시켜라,

지금 말하지만 어림 푼어치도 없는 말씀들을 하신 것이다.

그런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었으면 남편 몰래 병원 가서 불임수술을 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친정어머니도 모든 것을 접고 우리 집에 들어오시지도 않았을 것이다.


나는 처음 의사 선생님에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밤에 혼자 울며 망했다, 난 망했다 하며

속으로 들어가는 울음을 울었었다. 속울음, 울음을 씹어 넣었다.


그리고는 다시는 눈물 한 방울 흘리지도 않았다. 두려움과 공포, 걱정 들을 보자기에 꽁꽁 싸서

묶어 넣었다. 정확히 말하면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금강제화에서 산 보스턴백에 넣었다.

노란 월급봉투, 아이의 모든 검사지 병원납부 영수증 그리고 가장 중요한 병원비가 모자라서

동료직원에게 빌린 돈 명세까지 차곡차곡 넣어 두었다.

나의 한 맺히지만 결과 있는 산 증인이 바로 보스턴백안에 든 것이다. 나의 고통과 슬픔의 보따리

하지만 이 보따리는 슬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나와 우리 가족의 행복한 삶도 들었다.

그렇게 아이는 또 하나의 공포를 내 앞에 내어 놓았다.

#성장촉진 #변형 #진정한 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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