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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죽림헌 Aug 20. 2024

#08, 퇴원하였다.

일시적인 퇴원, 집으로 왔다

여전히 나의 일상, 아이의 일상은 같다.

화장실에서 씻고 출근하여 회의 마치고, 구내식당에서 라면 먹고, 업무보고, 간호사실에 전화하여

아이상태 물어보고, 그리고 병원으로 퇴근하고 채혈하고 아이옆에서 쪽잠 자고 똑같은 날이다.


아이는 좀 달라졌다. 퇴근해서 가 보면 어떤 날은 머리에 달고 다니는 주사기가 빠져있다.

뒤뚱거리며 간호사실로 지하에서 올라오는 배식구 앞으로 복도를 뒤뚱거리며 다닌다.

그리고 간호사들에게 엄청 인기가 많다. 

다른 병실 가다가 우리 병실로 고개 들이밀며 아이와 인사한다. 아이는 잘 안 받아 준다

그것이 또 간호사들 사이에 누구한테는 어쩌니 하며 화젯거리다


퇴근하고 가니 간호사실에서 담당의사 선생님께 가보라고 전해준다

병실의 다른 보호자에게 아이를 잠시 봐 달라고 하고 담당의 진료실로 갔다.

불안하다 또 어떤 나쁜 소식을 접하게 될까 두려웠다.


담당의사 선생님의 표정이 밝다

그 표정으로 반은 짐작을 한다. 절대 나쁜 소식은 아니다.

선생님께서 아이를 내일 퇴원해도 좋다고 하셨다.

오늘 검사가 극히 안정적이라고 하셨다.


그전에도 몇 차례 퇴원은 있었다. 하루 이틀정도였다.

혈관을 찾지 못하거나 혈액수치가 위험수치까지는 가지 않을 때 잠시 집으로 데려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입원하고를 여러 번 하였다.

 

이번은 뭔가 달랐다. 

담당의사 선생님의 표정과 어투도 밝았다.

약 때문인지 혈액검사 결과치가 크게 널뛰지 않고 안정적이라고 하였다.

일단 퇴원하시고 아이에게 처방하는 약을 꼭 정량대로 먹이도록 하세요 한다.

그리고 일주일 후 예약을 잡아둘 테니 검사를 받도록 하라 신다.


일주일이다, 일주일이나 긴 틈을 주셨다.

빠지지 않는 말씀, 원무과에 정산하시고 약 타가세요. 

흠, 그 말씀 빠지면 안 되지,


다음날 원무과에 결제를 하고 약(성장촉진제)을 타고 설명을 듣고 퇴원했다.

같은 병실환자 보호자와 병실 바로 앞의 간호사라운지에 인사하고 바쁘게 다녔다.

혈액채취하는 병리검사실에 가서도 인사하고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몇 번을 인사했다

수시로 갈 때 케이크이나, 빵, 음료를 사다 드렸다. 

-아마도 그때는 케이크보다 제과점의 빵이었을 것이다.


일주일 후에 뵙자고 하며 퇴실하여 퇴원수속 아니 퇴원수속 후 퇴실하였다.

다음 외래로 오는 날과 시간을 예약하고 나는 기분으로 병원을 나왔다.


병원비는, 그때는 급여가 수기통장이었다. 급여는 통장으로 들어가고 은행에서 대출권유, 가계수표

등을 은행직원이 직접 방문하여 설명하고 신청서에 서명날인하고 가져가서 발급해 주었다.


우리는 신용사회로 갈 때 최고의 고객이었다. 사업하는 사람이 가지는 자기 앞수표가 아니라

우리는 가계수표였다.


여러 은행이 경쟁하다시피 와서 가계수표를 내어주었다. 그 은행의 거래통장만 있으면 되었다

병원비, 가계수표에 금액을 쓰고 사인하고 짝 찢어주면 되었다. 빚인데도 어쩔 수없다.


수표 돌아오는 기간이 있으니 그 안에 통장에 돈을 넣어두면 된다. 말이 참 쉽다.

한 달 뒤는(50일) 엄청난 고통인데, 그래도 일순 마음 뿌듯하고 짝 찢을 때 느낌 좋다. 


그렇게 아이를 데리고 퇴원했다.

아이도 엄마하고 집에 가자, 한 말을 알아들었는지 마냥 웃는다.

얼굴에 개기름과 여드름, 혈관자국, 거무스레한 구레나룻만 없어도 지금 웃는 모습은 병원입원

하기 전의 해맑은 웃음일 텐데, 부질없는 생각을 해보았다.

택시기사는 백미러로 연신 흘끔흘끔 뒤를 살핀다.


그러든지 말든지, 그런 것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는 지옥에서 살아온 자들이다. 

기사회생하였는데 쳐다보는 것 뭐, 대수라고 우리는 집에 간다. 할머니가 계시는 우리 집에 간다.

아이는 마냥 웃는다. 무엇인지 아는가 보다. 지금 상황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집에 오니 또 한 차례 의식을 치른다. 

아파트 앞집, 그 옆의 옆집, 복도에 나와있다. 

안쓰러워하면서도 구경한다는 심리가 작용했을 것이다.

현관으로 따라 들어오려는 것을 어머니가 고맙다고 하며 만류하신다.

아이가 놀랜다며 에미와 안정을 취해야 한다고 돌려보낸다.


그렇게 집에 와서 아이를 내려놓으니 아이는 온 집안을 뒤뚱거리며 돌아다닌다.

이방을 기웃 저 방을 기웃하며 방 3개와 화장실까지 다 돌아다녔다.

집에 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할머니가 계신 걸 알고, 계속 웃는다. 

부엌에서 등나무식탁 위의 물을 보고 무이무이하며 손가락으로 가리킨다.

그리고는 등나무의자에 기어오를 려고 한다. 입원 전과 같이 할머니가 물을 컵에 따라주니

두 손으로 컵을 쥐고 쭉쭉 마신다. 목이 말랐나 보다. 어머니가 웃으신다.


무이는 물이다. 둘째는 말이 더디다.

딱 세 마디 무이와 이지, 움머인지 엄머인지 임모인지 

하여튼 그 어느 중간의 발음을 하는 것이 모두이다.

무이는 물이다.이지는 생선구이나 어항의 물고기를 뜻한다. 

그리고 엄마를 그 어디 중간발음으로 한다.


대충 그래도 우리는 알아듣는다. 

그렇게 편안하고 기쁘고 행복한 저녁이었다. 긴장이 풀어진다

이 아저씨는 오늘도 늦는다.


상황을 보고 다음 주 검사에도 이상 없다면 큰아이를 데려와야겠다.

아이는 할머니(외할머니)와 논다, 


나는 샤워를 하고 나니 스르르 잠이 들었다.

이날들이 쭉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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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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