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달팽이나 우렁이나 다 물에 사는 그게 그건데 그냥 먹어!"라며 남편이 혼잣말을 했다.
"달팽이가 물에 산다고? 아니지, 달팽이는 땅에 살지이."
옆에서 듣고 있던 내가 말도 안 된다는 듯이 말을 던졌다.
"근데 무슨 상황인데 그래?" 달팽이와 우렁이가 등장하는 이야기가 궁금해져서 내가 물었다.
남편은 한국인 남편과 스페인 아내의 일상을 다룬 유튜브 방송을 보고 있다고 했다.
아직 한국어가 어눌한 외국인 여자다. 그들은 추어탕을 먹는 중이란다.
외국인 아내의 목소리가 남편의 핸드폰 밖으로 새어 나온다.
경상도 사투리 억양이 배어 있는 씩씩한 목소리다.
한 단어씩 힘주어 말하는 모습이 말 배우는 어린아이같이 귀엽다.
"조개 같은 거 뭐야?" 호기심 가득한 그녀의 말투다.
그 남편은 외국인 아내가 귀여운 딸 같은지
"응, 우렁이야." 애교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우렁이 뭐야?" 아이 같은 여자가 또 묻는다.
" 물에 사는 달팽이 같은 거야" 아빠 같은 남편이 대답한다.
"아니야! 달팽이 아니야!" 여자는 아이같이 반항을 한다.
"근데 달팽이하고 우렁이는 엄연히 다르지.
달팽이는 땅에 살고 우렁이는 물에 사는데 얼마나 큰 차이야. 걔네들 생태를 자기가 맘대로 막 바꿔버리네."
내가 좀 아는 척을 하며 거들먹거렸다.
"아니야, 달팽이는 물에 살지. 넌 그것도 모르냐?"
남편은 철석같이 자기 말이 맞다고 우긴다.
"그래? 그럼 누구 말이 맞는지 빨리 검색해 봐아.
빨리이! 진짜 궁금하다. 그리고 나 이거 블로그에 쓴다아."
난 당연히 내 말이 맞다고 생각하며 이 상황을 즐겼다.
"그래, 써라. 너만 바보 되지. 내 말이 맞다니까."
남편도 자기 말이 맞다고 확신에 차 있는 말투다.
'내가 틀렸나?'
순간 나의 믿음을 의심해 본다.
남편이 검색을 한다. 나도 숨죽여 결과를 기다린다.
"응? 이상하네?" 내 쪽의 승리가 감지된다.
"내 말이 맞지?"
남편의 얼굴에 점점 어색한 미소가 드리운다.
"잠깐만 있어봐."
남편은 자신이 틀렸다는 표정이 역력하다.
"내가 골뱅이하고 착각했나 보다." 승패 언급을 피하며 자신의 오류를 슬그머니 인정하는 남자.
"아우, 어떻게 응징해 주지? 내가 틀린 건가 의심까지 하도록 그렇게 확신에 차 말하다니 깜빡 속을 뻔했네."
우리 남편은 도시 남자라 식물 이름도 거의 모른다. 자연의 생태에 대해 무지한 편이다.
그런데 이 글을 쓰며 검색해 보니까 물달팽이도 있다. 남편이 이 부분은 검색을 못해서 다행이다.
여전히 나는 승리자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