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하고 빠르게
고등학교 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지루하다. 시계를 한 번 쳐다보면 오 분 남짓 흘러 있을 뿐이다. 실제로 중학교 때까지는 엎드려 자는 애들을 본 적이 없었는데, 고등학교는 절반 이상이 그런다. 반면 놀이공원에 간 하루는 어떤가? 10m 넘는 줄에 서서 기다려도 삼십 분이 십 분처럼 느껴지지 않나? 추로스나 핫도그 같은 것도 하나씩 사 와서 먹으며 기다리면 더 빠르게 느껴진다. 돈뿐만 아니라 남의 시간도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이벤트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결혼식이다.
열 살 많은 사촌 오빠 결혼식이었다. 사실상 미취학 아동 때 본 이후로 본 적이 없었다. 그 집안 식구들은 거실에 노래방 기계를 둘 정도로 유쾌했다. 엄마는 '일가친척 다 오기로 했으니 너 안 갈 생각하지 말라'며 엄포를 놓았다. 지방에서 하는 거라서 웬만하면 안 가려고 했었는데.
처음엔 사촌의 얼굴을 못 알아보았다. 오히려 "너는 어릴 때 얼굴이 남아 있다"는 말을 들었다. 정신이 하나도 없을 텐데 그런 말을 건넬 여유가 있다는 것도 신기했다. 늘 따뜻하고 편하다며 등산복만 고집해 와서 마음을 아프게 했던 이모는 한복을 차려입었고 분홍빛으로 화장했다. 이모부도 전에 없던 정장을 입고 있었다. 축의대에 낯이 익은 사람이 앉아 있어서 보니 사촌 동생이었다.
오 분에서 십 분 정도 짜리 식전 영상에서는 자전거를 타는 사진, 부둥켜안고 웃는 사진 등이 나왔다. 끝나자마자 바로 동시 입장을 진행했다. 주례는 생략했고, 결혼 서약서를 낭독하고 반지 교환식을 했다. 이모부가 앞에 나와서 성혼 선언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는데, '2015년'이라고 말해야 하는 부분에서 '1915년'이라는 말실수를 해서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 이상한 남자가 하나 나타났다. 내 옆에 오더니 버버리코트를 확 벗더니, 선글라스를 촥 쓰고 갑자기 트로트를 한 곡 뽑는 것이 아니겠는가. 하이라이트 부분에서는 이모 앞에 가서 엉덩이를 흔들며 춤추기 시작했다. 이후 신부 친구들 대여섯 명의 축하댄스가 이어졌다. 보는 내내 '저런 거 해주는 친구들도 있고 신부는 참 행복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은 순식간에 끝났다. 삼십 분에서 사십 분 정도 걸렸을 것이었는데, 체감 시간은 이십 분 남짓이었다. 한 가지 단점은 뷔페에 아이스크림이 없었다는 것 정도였다. 내가 결혼식 때 무슨 색깔의 구두를 신었는지, 무슨 종류의 꽃으로 만든 부케를 들었는지, 일일이 모든 부분을 다 기억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잠이 안 올 정도로 긴장되는 날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에겐 몸을 때워야 하는 하루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