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때 성장한다”
우리 애들을 서울대학교로 진학시키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 동네에서 가려면 정말 멀다. 그래서 평소 서울대학교를 멀리했다.(믿거나 말거나 ㅋㅋ) 그런 먼 거리를 꼭두새벽에 갔다. 올해 104세가 되신 김형석 명예교수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주최는 한국강소기업협회가 주관하였다. ‘100세 넘게 살아보니 행복으로 가는 길은’이란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서울대학교를 결혼식이 아닌 학문을 위해 온 곳은 난생처음인 듯하다. 기록에 남겨둘 만한 일이다.
1920년생, 교수님의 출생 연도이다. 1994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1926년생, 여섯 살이나 교수님이 많으시다. 내가 강의를 참 많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들은 최고령의 강연자이다. 이 기록이 앞으로 깨질 수 있을까?
거리가 멀어 김형석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2층 강연장에 조금 늦게 도착하셨다. 지팡이, 목발 없이 혼자 걸어오신다. 걷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으셨다. 또한 양복 윗저고리를 혼자 벗으셨다. 이것으로 볼 때 일상의 생활을 혼자서 충분히 하시는 듯하다. 그리고 바로 무대 앞쪽의 의자에 앉으셨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이때 나에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재작년에 86세 배우 이순재의 셰익스피어 “리어왕”을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했다. 내가 이 연극을 보고자 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정말 86세의 나이에 3시간 반짜리 연극을 그것도 주인공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 연극을 보는 순간 내내 떨렸다. 불안 불안했다. 혹 실수하면 어떡하지, 사실 대극장에서 3시간 30분짜리 연극을 하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감정의 폭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리어왕을 표현하기엔 조금 약하기는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극이 끝나는 순간 난 객석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커튼콜 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축축해지면서 노배우에게 일어나서 박수를 보냈다.
오늘도 그랬다. 노 철학자 교수님의 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45분의 시간 동안 흐트러짐이 전혀 없이 강의를 진행하신다는 것으로도 대단했다. 교수님의 건강 비결은 바로 일이었다.
“더 오래 살고 싶으면 더 일해라, 일하면서 사람은 성장한다. 75세까지는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지금도 신문에 칼럼을 쓰고 이렇게 강의를 다닌다." 이것이 바로 건강의 비결이었다.
교수님의 발음은 놀라울 정도로 완전 또렷했다. 강의를 듣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내가 일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그때쯤 되면 내 인생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울림으로 남았다. 이렇게 되려면 건강은 기본이고 주변을 살피는 넓은 시야도 있어야 한다.
“나는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데에 주변에서는 나이 먹었다, 늙었다고 자꾸 이야기한다. 나 스스로는 85세가 되면서 몸은 피곤해지면서 나이를 먹음을 알았다. 백세가 되나보니 1년이 10년만큼 소중하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빈 그릇에 무엇을 채워야 하나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게 채워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하면서 강의를 마무리 지으셨다.
노철학자 교수님의 강연이 끝났을 때 참석자 모두는 자동으로 일어나서 박수를 보냈다.
나 역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내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도 박수를 보냈다.
오늘 강연 이야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사람은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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