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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진 수필가 Aug 18. 2024

104세 철학자 김형석 교수님 강의

“사람은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때 성장한다”


서울대학교 호암회관 김형석교수님


우리 애들을 서울대학교로 진학시키지 않았던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 동네에서 가려면 정말 멀다. 그래서 평소 서울대학교를 멀리했다.(믿거나 말거나 ㅋㅋ) 그런 먼 거리를 꼭두새벽에 갔다. 올해 104세가 되신 김형석 명예교수님의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주최는 한국강소기업협회가 주관하였다.  ‘100세 넘게 살아보니 행복으로 가는 길은’이란 주제로 강연이 열렸다. 서울대학교를 결혼식이 아닌 학문을 위해 온 곳은 난생처음인 듯하다. 기록에 남겨둘 만한 일이다. 


  1920년생, 교수님의 출생 연도이다. 1994년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가 1926년생, 여섯 살이나 교수님이 많으시다. 내가 강의를 참 많이 들었지만, 지금까지 내가 들은 최고령의 강연자이다. 이 기록이 앞으로 깨질 수 있을까? 


  거리가 멀어 김형석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2층 강연장에 조금 늦게 도착하셨다. 지팡이, 목발 없이 혼자 걸어오신다. 걷는 것에 아무 문제가 없으셨다. 또한 양복 윗저고리를 혼자 벗으셨다. 이것으로 볼 때 일상의 생활을 혼자서 충분히 하시는 듯하다. 그리고 바로 무대 앞쪽의 의자에 앉으셨다.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리어왕 포스터


이때 나에게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재작년에 86세 배우 이순재의 셰익스피어 “리어왕”을 예술의 전당에서 관람했다. 내가 이 연극을 보고자 했던 이유는 딱 하나였다. 정말 86세의 나이에 3시간 반짜리 연극을 그것도 주인공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 연극을 보는 순간 내내 떨렸다. 불안 불안했다. 혹 실수하면 어떡하지, 사실 대극장에서 3시간 30분짜리 연극을 하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했던 것은 사실이었다. 감정의 폭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는 리어왕을 표현하기엔 조금 약하기는 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연극이 끝나는 순간 난 객석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커튼콜 때 나도 모르게 눈시울이 축축해지면서 노배우에게 일어나서 박수를 보냈다.


오늘도 그랬다. 노 철학자 교수님의 강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45분의 시간 동안 흐트러짐이 전혀 없이 강의를 진행하신다는 것으로도 대단했다. 교수님의 건강 비결은 바로 일이었다.


“더 오래 살고 싶으면 더 일해라, 일하면서 사람은 성장한다. 75세까지는 성장한다. 성장하는 동안은 늙지 않는다. 지금도 신문에 칼럼을 쓰고 이렇게 강의를 다닌다." 이것이 바로 건강의 비결이었다.


교수님의 발음은 놀라울 정도로 완전 또렷했다. 강의를 듣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었다. 


”내가 일을 할 수 없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줄 수 없을 때, 그때쯤 되면 내 인생을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이 가장 큰 울림으로 남았다. 이렇게 되려면 건강은 기본이고 주변을 살피는 넓은 시야도 있어야 한다.


“나는 늙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데에 주변에서는 나이 먹었다, 늙었다고 자꾸 이야기한다. 나 스스로는 85세가 되면서 몸은 피곤해지면서 나이를 먹음을 알았다. 백세가 되나보니 1년이 10년만큼 소중하다. 소중한 시간을 보내며 빈 그릇에 무엇을 채워야 하나 생각한다.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을 줄 수 있게 채워야 한다, 그게 인생이다”라고 하면서 강의를 마무리 지으셨다. 


노철학자 교수님의 강연이 끝났을 때 참석자 모두는 자동으로 일어나서 박수를 보냈다. 


나 역시 박수를 치고 있었다. 내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도 박수를 보냈다. 


오늘 강연 이야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사람은 일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때 성장한다”





#김형석교수


#리어왕


#이순재


#일


#성장


#1920년생


#철학


#서울대학교 호암교수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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