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하루란 같은 장면의 반복이었다. 눈을 뜨면 어김없이 누런빛의 천장이 눈에 들어왔고, 몸을 일으키면 컴퓨터 모니터의 검은 화면이 나를 기다렸다. 창밖의 햇살이 아무리 눈부셔도, 내가 갇힌 이 방 안의 공기는 늘 어두컴컴하고 무거웠다. 시간은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마치 고장 난 시계처럼, 나와 함께 이 방 안에 갇혀 멈춰버린 것만 같았다. 시간이란 개념은 사라져, 자고 깨는 시간, 밥을 먹는 시간, 그 모든 당연한 것들이 뒤죽박죽 엉켜버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알 수 없었다.
무엇을 해도 재미가 없었다. 한때는 흥미를 느꼈던 것들도 하나, 둘씩 빛을 잃어가며 이내 시들해졌다. 책을 펼쳐도 글자들은 알 수 없는 그림처럼 보였고, 영화나 애니를 봐도 등장인물들의 감정이나 이야기가 와닿지 않았다. 색을 구분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은 온통 회색빛이었고, 나는 그 회색 속에서 아무런 색깔 없이 점점 바래가는 존재에 불과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시간을 죽이기 위한 게임뿐이었다. 마우스와 키보드 위를 움직이는 손가락만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고 느끼게 해주는 유일한 감각이었다. 게임 속 세상에서는 적어도 단순하지만 명확한 목표가 있었고, 이 지긋지긋한 상황에서 머리를 비우며 도망칠 수 있었다. 현실과는 달리, 내가 무언가 해낼 수 있다 자신감을 준 유일한 공간이었다. 캐릭터는 내가 쓴 시간에 비례하여 레벨업을 하고 강해지는데, 정작 현실의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약해지고 초라해지고 있었다.
책상 옆에는 며칠째 먹고 있는지도 모를 먹다 남은 치킨과 피자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맑은 공기는커녕 창문을 열어본 지도 오래였다. 방 안에는 퀴퀴한 냄새와 함께 내 우울함이 눅눅하게 배어 있었다. 가끔 아르바이트를 하러 나가기도 했지만, 그곳에서도 나는 언제나 남들과 나를 비교하며 끝없이 비참함을 느낄 뿐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손님을 응대하는 동료들을 보면, 나 혼자만 이 세상의 활기찬 흐름에서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았다. '나는 왜 저 세상에 있지 못하는 걸까?' 스스로에게 수없이 되물었지만, 답은 없었다. 그저 자기혐오에 빠져, 나 자신이 한심하다는 생각만 반복될 뿐이었다.
꿈? 희망? 그런 건 먼 옛날이야기였다. 미래를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혔다. 어차피 무엇을 하든 잘 되지 않을 거라는 절망감이 목을 옥죄어왔다.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라고 스스로와 타협했다.
그렇게 멈춰버린 시간 속에서, 나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나에게는 목적지도, 방향도 없었다. 끝없이 반복되는 게임처럼, 내 삶도 아무런 의미 없이 그렇게 멈춰버릴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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