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일상, 무너진 나

by 렉스


세상과의 짧고 서툴렀던 나의 용기는 상처만 남긴 채 끝이 났다. 아르바이트가 끝난 그날 이후, 나는 더 이상 방문 밖으로 나설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니, 정확히는 나설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바깥세상은 여전히 눈부시고 활기차 보였지만, 그것은 나에게는 더 이상 닿을 수 없는, 나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다른 세계의 풍경일 뿐이었다. 나는 다시 나의 안전하지만 동시에 가장 외로운 은신처인 이 방 안으로 깊숙이 숨어들었다. 밖과 연관된 모든 공간을 걸어 잠그고, 세상과의 모든 연결을 차단했다. 그리고 나의 일상은 더욱 처참하게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시간이라는 개념은 이제 나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해가 뜨는지 지는지, 아침인지 밤인지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했다. 잠이 오면 잤고, 잠이 깨면 눈을 떴다. 그것이 낮 2시든, 새벽 5시든 상관없었다. 어떤 날은 늦은 오후에 잠에서 깨어 잠시 멍하니 앉아 있다가 밤을 맞이했고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홀로 깨어 게임 화면을 바라보기도 했다. 수면 패턴이 완전히 뒤죽박죽 엉켜버린 지 오래였고, 그것은 몸과 마음을 더욱 지치고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오래 자도 개운하지 않았고, 오히려 몸은 천근만근 무거워지고 머리는 안개가 낀 듯 멍했다. 자는 동안에도 나는 제대로 쉬지 못하고 끝없는 우울의 늪을 헤매는 기분이었다.


식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규칙적인 시간에 밥을 챙겨 먹는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배가 고프면, 그것도 아주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고플 때만 겨우 몸을 일으켰다.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텅 비어 있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뿐이었다. 결국 선택지는 늘 배달 앱이나 인스턴트 음식뿐이었다. 먹다 남은 치킨 조각이나 식어 빠진 피자 한 조각을 발견하면 그대로 전자레인지에 돌려 끼니를 때웠다. 적은 양이지만, 더 먹기에도 부족한 생활비와 먹고 싶은 욕구도 부족했다. 그저 생존을 위해 위를 채워 넣는 생리적인 행위일 뿐이었다. 때로는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아 속이 쓰리기도 했고, 어떤 날은 불안하거나 외로움에 시달리며 폭식으로 스스로를 채우려 들기도 했다. 먹고 난 일회용품과 음식물 쓰레기는 치울 엄두가 나지 않아 방 한구석에 계속 쌓여갔다. 퀴퀴한 냄새는 점점 더 진해졌고, 이 방은 마치 내 마음속을 현상화한 모습과도 같았다.


가장 처참했던 것은 자기 관리의 포기였다. 샤워를 하는 것은 엄청난 의지가 필요한 노동이 되었다. 세상과 연결된 창문마저 걸어 잠그고 생활하니, 방에서는 쓰레기 냄새가 내 몸에 베인 것인지 나한테서 나는 건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샤워기에 물을 틀고 옷을 벗고 몸을 씻는 그 모든 과정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귀찮고 할 이유가 없다고 느껴졌다. 머리는 기름져 떡이 졌고, 며칠 동안 입은 옷에서 냄새가 나는 것인지 나한테서 나는 냄새인 건지 느껴질 수 없을 정도로 헷갈렸다.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은 점점 더 망가지고 초췌해져 갔다. 헝클어진 머리, 퀭한 눈, 늘어진 티셔츠와 반바지. 그 모습은 더 이상 내가 알던 '나'가 아니었다. 그것은 깊은 우울과 자기 방임이 만들어낸, 내가 모르는 전혀 다른 사람과도 같았다. 망가진 나를 보고 난 뒤, 나는 거울을 보는 것이 더 두려워졌다. 거울 속의 나를 마주하는 것이 싫었을지도 모른다. 거울에 비친 초라하고 가치 없어 보이는 모습은 나 스스로가 얼마나 형편없는 존재인지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었을 뿐이다.


방 안은 하루가 지날 때마다 점점 쓰레기장처럼 변해갔다. 입었던 옷들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던져졌고, 빈 음료수 캔과 과자 봉지들이 구석에 굴러다녔다. 먼지는 쌓이고 쌓여 검은 가구들이 회색빛이 되도록 모든 것을 덮었다. 청소는커녕 정리정돈이라는 단어의 의미조차 무엇인지 까먹은 지 오래였다. 내 마음속의 혼란과 절망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다. 방이 더러울수록 내 마음은 더 어지러워졌고, 마음이 어지러울수록 방을 치울 엄두는 나지 않았다. 빠져나갈 수 없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속삭였다. '너는 글렀어.' '뭘 해도 제대로 못 하잖아.' '이렇게 살 바에는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게 나아.' 타인과의 비교는 이런 자기 비하에 기름을 부었다. 나는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이며, 다른 사람들과는 어울릴 수 없고 스스로를 낙오자라고 확정 지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는커녕, 내일 아침 눈을 뜨고 싶다는 아주 작은 소망조차 가지기 어려웠다. 삶은 더 이상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버텨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시간의 연속일 뿐이었다. 나의 일상은 완전히 부서졌고, 그 파편들 속에서 '나'라는 존재 역시 자아를 잃고 부서져 가루가 돼버리고 있었다. 이 어둠과 무기력 속에서 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이미지 출처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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