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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야 Sep 11. 2024

(외전) 백승수

시스템을 고치는 사람들 (feat 빌리 빈)

백승수는 SBS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스토브리그'의 주인공이다. 배우 남궁민이 연기했다.

드라마 속 프로야구 구단인 드림즈의 단장으로 백승수가 결정되면서 드라마가 시작된다. 백승수는 드림즈에 오기 전에는 씨름과 아이스하키, 핸드볼구단의 단장을 했었고, 그 팀들을 우승시킨 전력이 있다. 그러나 우승시킨 이후에는 늘 팀이 해체되거나 팀과 결별했다. 그것이 결별인지 해고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분위기상 모두 구단측의 의도일 것이다. 


이미 쓴 것처럼 백승수는 여러 스포츠팀을 우승시켰는데, 그 비결은 백승수가 드라마 속에서 했던 대사에서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을 바꿉니다'


백승수는 내 탓을 남에게 미루지 않는다. 칭찬은 남들 앞에서, 잘못의 지적은 둘이 있을 때 해라라고 흔히 듣지만 그걸 잘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을 때, 잘된 것이 있다면 실무자의 노력덕택이고, 잘못을 얘기할 때 그건 내가 책임질게라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런데 백승수는 이렇게 얘기한다.


만약에,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하게 된다면, 이렇게라도 전지훈련을 와서 고생을 한 여러분들의 덕일 겁니다. 간발의 차이로 우승을 놓치게 된다면 전지훈련을 이런 곳으로 오게 만든 제 탓일 겁니다. 여러분들이 할 일을 다한 전지훈련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동네 친구들과 야구를 즐겼고, 지금은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의 경기를 거의 다 보는 편이다. (물론 한 경기를 본경기, 하이라이트, 재방까지 보는 내 친구에 비하면 아직 멀었다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내가 응원하는 팀은 한화 이글스로, 1999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이후 우승 경험이 없다. 하필 그때 내가 잠실경기장에서 이글스의 우승 확정 경기를 직관하는 바람에 아직도 매년 9위와 10위를 오가는 팀을 보며 매년 올해는 다르겠지 하고 있다. 


몇 달 전 이글스의 감독이 김경문 감독으로 바뀌고, 얼마 후 양상문 코치가 들어왔다. 그리고 한두 경기를 치르면서 이글스의 팬들이 한 얘기들 중 가장 많은 것이 '야, 이제 우리도 작전 야구라는 게 되는 팀이야, 감독코치가 바뀌니까 팀이 바뀌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좀 올라가던 성적이 다시 주춤하고, 가을야구를 결정짓는 경기가 몇 게임 안 남은 시점에서 주축 선수들이 결장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감독, 프런트, 팬 어느 집단에서든 여러 말들이 나올 수 있는 상황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백승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입니다 라는 말에 이렇게 말한다.

돈이 없어서 졌다. 과외를 못해서 대학을 못 갔다. 몸이 아파서 졌다. 모두가 같은 환경일 수가 없고 각자 가지고 있는 무기를 가지고 싸우는 건데 핑계대기 시작하면 똑같은 상황에서 또 집니다.


그래서 백승수가 강조하는 것이 앞서 언급한 시스템일지 모르겠다. 


나는 영화를 매우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현실감 있게 현장을 재현한 전쟁 영화와 스포츠 영화를 꽤 즐겨본다. 그런데 많은 스포츠 영화 중 두 개의 영화가 특히 좋았다. 하나는 브레드 피트 주연의 머니볼이고, 다른 하나는 파치노 주연의 애니기븐선데이이다. 머니볼은 야구 영화이고, 애니기븐선데이는 미식축구 영화인데, 공교롭게도 머니볼은 프런트(단장)의 역할에, 애니기븐선데이는 감독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건 아주 단순하게 생각할 있는 지점인데, 단장은 시스템을 구축하는 사람이고, 감독은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이라는 얘기다. (혹시라도 아직 안 보셨다면 보시길 진심으로 권한다)


머니볼의 주인공인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단장 빌리 빈(브레드 피트)은 주어진 환경(작은 연봉 예산을 가진 스몰마켓팀)내에서 성적을 만들기 위한 방법으로 시스템을 구축한다. 그런데 구축된 시스템을 운영하고 달리는 사람은 감독이다. 난 이 부분이 머니볼이라는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브레드 피트는 정말 잘생겼고 멋지다. 쩝...


시스템을 구축하면 성과는 바로 나오는가? 시스템을 구축할 때도 부딪히고 싸우는데, 시스템을 실제 운영해 성과를 만들 때까지는 더 많은 에너지와 인내, 고민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백승수와 빌리 빈은 그걸 해낸 사람들이고,
우리는 그런 사람들은 리더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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