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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노보노야 Sep 04. 2024

(외전) 닥터 최태수

나와 다르면 틀린 것인가

닥터 최태수는 조석호라는 작가의 판타지 의학 소설로, 주인공은 '닥터 최태수'이다.

카카오페이지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연재됐고, 현재는 카카오웹툰에서 웹툰으로 연재 중이다.


지방의 충선대학교 의대를 졸업한 최태수가 서울의 연성대학교 병원에 인턴으로 들어가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법조계 집단만큼이나 순혈주의와 학맥, 인맥을 강조하는 의료계인만큼 최태수는 연성대학교 병원에서 험난한 인턴생활을 이어간다. 어느 날 최태수는 북한산에 오르는데, 그날 최태수는 실족해 중상을 입고 쓰러져 있는 등산객을 만나게 된다. 최태수의 혼신을 다한 치료에도 불구하고 죽어가던 그는 최태수와 얘기를 나누게 되고 그(등산객)는 죽어가며 자신의 의학적 지식이 최태수에게 전달되길 빌게 된다. '죽어가던 등산객은 카프레네라는 세계최고 수준의 외과 의사였다' 그날 이후 카프레네의 의학 지식과 경험은 최태수의 머릿속으로 들어왔다. 이후로는 다이내믹하지만 반복적인 패턴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환자만 바라보는 최태수의 외골수, 최태수를 지지하는 집단과 시기하는 집단, 최태수의 고난, 극복 이런 식이다.




최태수는 오로지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이다. 최태수는 기득권, 집단내의 정치, 이권다툼, 절차 등 집단 내에서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을 무시하고 심지어 깨버리려고 한다. 예를 들어 최태수는 환자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자신의 상사인 전문의의 멱살을 잡는 것을 서슴지 않으며, 최태수의 동료이자 솔메이트 수준인 정민수 또한 출산을 앞둔 임산부를 살리기 위해 산부인과 전문의 및 산부인과 의사들과 멱살잡이를 서슴지 않는다. 다만, 최태수는 이제 겨우 레지던트 1년 차이다. 


모든 의사가 소설 속 주인공 최태수 같다면 의료 분쟁이니 소송이니 하는 말도 없을 것이고, 의사가 최선을 다해주지 않을까 혹은 이 의사가 다른 속내를 갖고 있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하며 여러 병원을 떠돌거나 치료 걱정을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어디 그런가. 최태수 같은 의사를 보기 힘들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일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다. 모든 의사가 최태수 같지 않으니 혼자만의 뛰어난 실력으로 모든 아픈 사람을 살릴 수 없는 한 다른 의사, 조직의 도움은 필수라는 것이다. '닥터 최태수'는 판타지이다 보니 간호조직, 일부 의사, 그리고 또 세계적인 수준의 의사들이 그를 지지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현실은 다르다.


닥터 최태수의 주인공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자신을 믿고 따르는 몇 명의 사람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하는 몇 명의 상사들을 제외하곤 늘 부딪히고 만다. 탁월한 천재가 자기가 속한 조직을 탈바꿈시키고 조직 본연의 목표 달성을 위해 뛰는 동시에 다른 조직과의 협업을 해치지 않는다면 정말 훌륭한 인재이고, 리더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다 틀린 사람들인가? 다르다는 것은 틀린 것이 아니다. 최태수를 제외한 나머지의 사람들이 조직에 혹은 환자에게 해를 끼치는가? 꼭 그렇다고는 볼 수 없을 거 같다. 관점이 다를 수 있고, 순서가 다를 수 있다. 그 관점과 순서를 큰 무리 없이 끌고 가는 것도 리더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최태수는 아직 많이 젊다)




P.S : 닥터 최태수의 전개는 단순하다.  각성 > 분투 > 고난 > 극복 > 분투 > 고난 > 극복...... 많은 의학 지식의 전개에도 불구하고 같은 패턴의 이야기가 수없이 반복되니 나중엔 지칠 수밖에. 최태수의 각성과 분투, 고난, 극복 과정이 조금 더 짧게 그려졌다면 우리가 바라는 이상형에 가까운 의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도 응급실을 지키는 최태수같은 의사 몇 명이 모든 환자를 살리지는 못하니,
이 지긋지긋한 의료사태가 얼른 진정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최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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