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미솔 Jun 05. 2024

5화. 술에 아주 많이 취한 두 남녀

새벽 밤길을 뛰어다니며 키스하다

  둘 다 몸 가누기가 힘들어졌을 때, 나는 옆자리를 팡팡 치며 말했다.   

  

  “내가 알려줄 테니까 여기 앉아 봐.”

  태산이 비틀거리며 내 옆에 털썩 앉았다.     


  ‘뾱’

  옆에 앉은 태산의 볼에 입 맞췄다.     


  내가 잠시 떨어져서 태산의 반응을 살필 때, 태산이 깊은 한숨을 쉬면서 마른 세수를 했다. 

    

  “이리 와.”

  마른 세수를 마친 태산이 내 손을 잡고 끌어당기며 말했다. 왜? 태산이 끌어당기는 대로 끌려가면서 물었다. 그렇게 끌려가서 태산과 아주 많이 키스했다. 아주, 아주 많이 키스했다.     


  “이제 집에 가자.” 술에 취한 태산을 일으키며 내가 말했다.

  태산은 계속 키스를 해달라고 졸랐고, 길바닥에 드러누우면서 키스하지 않으면 집에 안 간다는 말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날 공주님 안기로 한번, 긴 원통 모양의 짐짝을 옮기듯이 세 번 들어 올렸다.     


  내가 너희 집 데려다 줄게. 나는 태산을 이고 끌며 태산의 아파트 단지이자 내 일터로 힘겹게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태산이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아까 내가 “너, 계속 키스할 거면 그 독일 여자가 준 반지 나한테 줘.” 했을 때 준 반지 때문이었다. 태산과 내가 그나마 술을 덜 먹었을 때였다. 그때 태산이 못 잊고 있다는 여자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는데, 그 여자는 태산이 바닷가로 여행을 가서 만나 사랑에 빠진 독일인 여자였다. 그 여자는 태산과 나보다 20살은 더 많고 애도 있었지만, 어쨌든 태산은 그 여자와 사랑에 빠졌고, 그 여자가 다시 독일로 떠난 일 때문에 슬퍼했다. 내가 달라고 한 반지는 그 독일 여자가 사랑의 증표라고 태산에게 주고 떠난 반지였다. 태산이 너무 서럽게 우는 탓에 나는 그 반지를 돌려줘야 했다. 태산은 울면서도 내게 계속 미안하다고 말했다. 술이 다 깰 정도로 가슴 아프긴 했지만 나는 괜찮아, 괜찮아. 하며 태산을 계속 집으로 끌고 갔다.      


  반지를 돌려받은 태산은 울음을 그쳤다. 그러고 나서 덥다며 자꾸만 옷을 벗었다. 키스도 하려 했다. 태산의 복근이 훌륭하긴 했지만, 그 망할 반지 때문인지 아까만큼 키스할 기분은 나지 않았다. 태산의 복근을 보고 아까 아팠던 가슴이 조금 덜 아파지긴 했다.     


  “집에 빨리 들어가. 너 많이 취했어.”

  “내가 데려다 줄게. 좀 더 같이 있고 싶어서 그래.” 

  아까 반지 돌려받고 싶다고 그렇게 울었으면서, 태산은 자꾸만 날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바보 같게도 나는 태산의 좀 더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이 ‘나’와 좀 더 같이 있고 싶다는 말인 줄 알았다. 그러기를 바랐다. 어쨌든 그땐 태산이 나와 좀 더 함께 있고 싶어서 데려다준다는 줄 알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었다. 태산이 날 집에 데려다주고 내가 샤워를 마쳤을 때쯤, 태산에게 카톡이 왔다.  

    

  ‘씻나.’

  ‘다 씻었어.’

  ‘전화해.’    

 

  태산과 새벽 두 시까지 더 통화하고 태산에게 한 번 더 사과 카톡이 왔다.    

 

  ‘목숨만큼 소중히 하라고 받은 물건을 줬다는 죄책감에 울었어. 미안해.’

  ‘괜찮아, 그럴 수 있지!’

  내가 밝게 대답했다.     


  새벽에 깨서 태산에게 카톡을 보냈다.    

  

  ‘태산이 보고 싶어.’

  ‘태산이 보고 싶다.’     


  아침 9시쯤 답장이 왔다.

  ‘일어나면 연락해.’    

 

  ‘너도 내가 보고 싶어?’   

  

  ‘커피 마시자.’ 태산이 답장했다.

이전 05화 4화. ‘번따’에 성공했지만, 이미 그의 맘속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