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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솔 Jun 30. 2024

12화. 새해 목표는 술, 담배, 남자 끊기

3대 백해무익

  카페에 앉아서 이담에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 그냥 사귀기. 두 번째, 내년에 이담의 학업이 끝나면 사귀기. 하지만 그동안 다른 이성 만나지 않고 관계 유지에 힘쓰기. 세 번째, 이담의 학업이 끝날 때까지 선택을 보류하지만, 호감이 식을 수도 있고 다른 이성 만나도 뭐라 하지 않기.     


  이담이 내가 제시한 세 가지 방향을 다 듣고 대답했다.


  “누나, 좀 고민해보고 24일에 말해도 될까요?”     


  24일은 크리스마스 이브이자, 키스 사고 이전에 나와 이담이 만나 밥을 먹기로 약속한 날이었다. 나는 알겠다고 말했다.     


  시간은 금방 흘러 크리스마스 이브가 되었다. 이담은 나와 밥을 먹으면서 누나, 저희는 세 번째 선택지를 고르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라고 말했다. 세 번째 선택지는 이담의 학업이 끝날 때까지 선택을 보류하지만, 호감이 식을 수도 있고 다른 이성을 만나도 뭐라 하지 않기였다. 담담하게 알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혀 담담하지 않았다. 밥을 먹다 말고 기분이 너무 슬퍼져서 안 우는 척 울었다. 심지어 몰래 울려던 걸 들켰다. 어쨌든 그날은 이담과 데이트를 하고 집에 갔다. 마지막 데이트라고 약속하면서 말이다.     


  한 해를 정리했다. 그해 여름은 형교를 짝사랑하다가 엄청난 민폐를 끼쳤고, 그해 가을은 태산을 몰아세우다가 최악의 끝을 맺었고, 그해 겨울은 이담과 장난에 가까운 탐색을 하다가 흐지부지 애매한 사이를 만들었다. 세 번의 사건은 모두 나에게 큰 상처였고 나의 자존감을 아주 많이 갉아놓은 썩을 로맨스였다. 그래서 새해 목표를 세웠다.     


  술, 담배, 남자 끊기. 3대 백해무익.     


  하지만 어디 무언가를 끊는다는 것이 쉬운 일인가. 새해목표를 세우고 새해가 오자마자 나에게는 새로운 유혹이 찾아오고 만다.     


  나욱이라는 동갑 남자애였다. 나욱은 친구의 친구였다. 나욱은 나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나를 이상형이라고 말했다. 공교롭게 나의 이상형에도 나욱이 해당했다. 나와 나욱은 친구의 소개를 통해 서로의 인스타그램을 맞팔했고, 스토리에 하트를 주고받았다. 문장 없이도 뭔가를 전달하던 하트는 서서히 디엠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나는 나욱이 아르바이트하던 음식점에 초대를 받았고, 그걸 계기로 나욱과의 첫 번째 데이트가 성사되었다.     


  첫 번째 데이트는 나욱이 일하는 음식점에서의 만남이었다. 나와 나욱 사이에는 공통점이 많았다. 게다가 서로를 아주 재밌고 흥미로운 사람이라고 느꼈기 때문에 빨리 가까워졌다. 그날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대화를 나누다 함께 밤을 새웠다.     


  나욱과 성급히 연애를 시작한 것도 그쯤이었다.     


  나의 새해목표. 술, 담배, 남자 끊기는 새해가 되자마자 실패했다. 그러나 그때는 그 실패를 기분 좋게 받아들였다.     


  나욱은 매일 아침 나에게 잘 잤냐고 인사할 줄 알았고, 아까도 말했듯이 정말 흥미롭고 다채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사랑할 만한, 사랑하기에 기쁠 만한 사람이었다.     


  그 연애가 그렇게 빨리 끝나는 줄도 모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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