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사귀지도 않는데 키스를 한 건에 대하여
또 벌어졌다! 같은 일이!
나는 편의점에서 물을 샀고, 이담은 껌을 샀다.
다시 정자에 나란히 앉았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내가 입을 열었다.
“키스할래?”
“네.”
이담이 대답했다.
첫 번째 키스 후, 잠시 떨어졌다가 두 번째 키스를 했다. 따뜻해지진 않았다.
“우리 이제 어쩌지?” 내가 물었고 이담이 대답했다.
“없었던 일로 해야죠.”
그렇다. 선수부와 일반 관원의 연애는 금기사항이었으며, 이담에게는 다음 해까지 학업이 남아있어서 내년까지 장거리 연애를 해야 했다.
“얼마 전에 체육관에서 이런 일이 있었어요. 누나, 선수부 김 코치님 알죠. 체육관 일반 관원이었는데 김 코치님이랑 사귀는 사이가 된 누나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 누나가 다른 남자 관원, 선수부 애랑 술도 마시고 그래서… 결국 관장님한테 퇴출당했어요. 이게 바로 얼마 전에 있었던 일인데, 또 선수부랑 일반 관원이랑 일이 생겨버리면…”
긴 침묵이 흘렀다. 이담이 ‘누나, 무슨 생각해요?’라고 물었고, 나는 무슨 생각을 한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었다.
며칠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아팠다.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은 ‘나는 왜 그럴까’였다. 남자만 있으면 그렇게 무모한 입술 박치기부터 해대고 진심 최악. 또 사귀지도 않는 남자에게 키스했다는 죄책감도 들었지만, 없었던 일로 하자는 이담의 말도 황당했다. 섭섭도 했다. 또 나보다 어린 이담에게 섭섭함을 느끼는 내가 조금 우스웠다. 아니, 많이 우스웠다. 이담과 밤늦게 통화를 하면서 말했다. 키스해서 놀랐지? 조금 놀랐어요. 미안해. 괜찮아요. 저도 좋아서 한 거예요. 근데 너, 없었던 일로 하자는 거 진심이야? 그게 진심이었으면 나 진짜 섭섭할 거 같아. 아니, 아니. 저도 없었던 일로 하고 싶지 않아요. 당황해서 그랬어요.
그 주 일요일에는 만나서 ‘사귀지도 않는데 키스를 한 건에 대하여’ 심층적인 토론을 해보기로 했다.
구름 한 점 없는 아주 맑은 겨울 하늘 아래에서, 이담과 만났다.
카페에 앉아서 이담에게 세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 그냥 사귀기. 두 번째, 내년에 이담의 학업이 끝나면 사귀기. 그동안 다른 이성 만나지 않고 관계 유지에 힘쓰기. 세 번째, 이담의 학업이 끝날 때까지 선택을 보류하지만, 호감이 식을 수도 있고 다른 이성 만나도 뭐라 하지 않기.
이담이 내가 제시한 세 가지 방향을 다 듣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