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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미솔 Jun 23. 2024

10화. 나 어제 키스했어. 날이 너무 추워서.

날이 너무 춥고, 낭만적이었기 때문에.

  “그런데 누나, 오늘은 몇 시까지 운동하세요?”

  “9시.”     


  어떤 용기가 나서, 어떤 마음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담아, 나 데리러 올래?”     


  “그럴까요?”

  “엄청나게 큰 우산 가져와야 해.”     


  이담은 엄청나게 큰 우산을 쓰고 날 데리러 왔다. 이담과 나는 함께 우산을 쓰고 공원을 걷다가 근처 정자에 함께 앉았다. 처음에는 마주 보고 앉았다. 마주 보고 손 크기를 대어 본다든지, 이상형을 물어본다든지 하는 대화를 나눴다.     


  겨울비가 내리고 있었기 때문에, 나와 이담은 둘 다 금방 추위를 느꼈다. 추운데, 옆에 앉아도 돼? 내가 물었고 이담이 제 옆자리에 묻은 물기를 닦았다. 이번에는 나란히 앉았다. 대화할 거리가 떨어졌기 때문에 조용히 가로등 밑으로 떨어지는 빗방울들을 바라봤다. 조용했기 때문에 타닥, 타닥 하는 빗소리가 크게 들렸다.     


  “낭만적이다.”

  “어, 저도 방금 그 생각했어요.”     


  너무 춥다, 어떡하지? 어떡할까요? 번갈아 가면서 어떻게 할지 말해볼까? 그래요.     


  “손잡기?” 이담이 말했다.

  내가 손을 내밀었고, 이담이 내 손을 잡았다.     


  “깍지 끼기?” 내가 말했다.

  둘 다 손을 조금 꾸물거려서 깍지를 꼈다.     


  “안기?” 이담이 말했다.

  “그럼 안아 봐.”

  이담이 나를 안았다.


  “따뜻해졌어?”

  “아니요, 패딩 때문에 잘 모르겠어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이담이 내 패딩 지퍼에 손을 뻗었다가 앗, 하며 손을 거뒀다. 내가 웃으며 패딩 지퍼를 내렸다. 이렇게? 이담이 제 패딩 지퍼도 연 채로 날 다시 안았다. 이번에는 좀 더 오래 안았다.      


  “그래도 추워요.”     


  “다음엔 뭐야?”


  “누나가 말해요.”     


  “아냐, 네가 말해.”     


  “아니에요. 누나가 말해요.”     


  “그럼 잠깐 편의점에서 물 좀 사 오자.”    

 

  나와 이담은 다시 커다란 우산을 함께 쓰고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내가 아까 말하려고 했던 건. ‘뽀뽀할래?’ 였어.”

  “그러면 확실히 따뜻해지긴 하겠네요.”     


  나는 편의점에서 물을 샀고, 이담은 껌을 샀다.     


  다시 정자에 나란히 앉았다. 짧은 정적이 흐르고, 내가 입을 열었다.     


  “키스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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