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화. 정신 차려보니 짝남에게 쌍욕을 갈긴 후였다.
호르몬의 노예가 또.
어쩌다 보니 이담과는 또 모텔촌에 갔다.
이담이 말했다. 누나, 누나랑 나이 비슷한 남자도 만나봐요. 나는 이 말에 그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분명 지난 겨울에는 4살 차이는 차이도 아니라는 듯이 말했는데. 그냥 이담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과 나 자신이 비참하다는 생각만 들었다.
이담의 말이라면 믿고 싶고, 이담의 행동이라면 이해하고 싶다. 웬만하면 그렇게 했으나, 하루는 이담에게 아주 화가 났다.
이담이 내 메시지를 읽고 씹은 것이다. 애초에 연락 안 하기로 해놓고 자꾸 하는 내 잘못이 크다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나는 이담이 너무 미웠다. 분명 날 안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확실히 거절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받아주는 것도 아니고. 내 마음을 아주 우습게 아는 이담이 너무 싫었다.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깔끔히 머릿속을 비울 수 있었으면 했다. 이담은 내게 있어 정말 보고 싶은 사람이었지만, 그런 보고 싶은 사람에게 보고 싶다고 할 수 없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래서 이담이 이 세상에서 그냥 존재하지 않았으면 했다.
나는 그날 생리 중이었고, 호르몬의 노예였다. 그래서 이담에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쌍욕을 꾹꾹 눌러써 보냈다. 그리고 차단했는데, 저녁 10시쯤에 차단을 풀고 또 말했다. 내가 왜 이러는지는 알아? 하고.
한 시간 가까이 설전했다.
‘제발 거짓말 좀 하지 마. 그거 배려 아니야.’
내 말에 이담이 말했다.
‘그럼 오늘 확실하게 말할게요.’
‘누나 안 좋아해요.’
나는 이담의 말에 고마워. 라고 대답하고 이담을 다시 차단했다.
나는 진심으로 이담의 성을 가진 아기를 낳고 싶었다. 내가 괜히 싸움을 걸어 관계를 다 망쳤지만. 그래도 억울했다. 언제는 사귀는 사람이랑만 자야 한다고 떠들더니,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랑 자고. XX같은 XXXX, XXX. 이담을 향해 속으로 욕했다.
일주일 정도 되는 시간 마음을 정리했다. 처음 몇 날은 수시로 생각나서 눈물을 찍어내야 했고 그다음 몇 날은 웃음으로 승화시킬 수 있었지만, 아직 완전히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었다. 이담이 생각나서 눈물이 날수록 계속 날 달랬다. 이담과 있었던 일보다 훨씬 로맨틱한 일이 생길 거야, 생길 거야. 하면서 달랬다. 이담을 미워하면서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이담의 앞날이 밝기를 빌었다. 꿈이 있다면 이루고, 목표가 있다면 달성하기를 빌었다. 나보다 좋은 여자는 못 만나겠지만,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바랐다.
이때쯤 브런치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내 연애 실패담을 속에서 잘 굴려 세상에 날려 보내기로. 날려 보내서 잊기로.
또 언제까지가 될 진 모르지만, 당분간 사랑은 쉬기로 했다. 사랑은 아직 나에겐 너무 힘들고 멀다고 느꼈다. 게다가 할 일이 많아 바빴다. 그리고 한동안은 이담이, 이담 그 애가 꿈에 더 나올 거 같아서 그렇게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