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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S란 무엇인가

이 기간엔 집에만 있어야 할 것 같아요.

by 미나 Dec 14. 2024

하이 브런치.

오랜만에 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무래도 PMS 재택 제도가 생겨야 할 것 같다.

(아아, 완전 농담이니 급발진은 멈춰두시길)


나이가 먹을수록 이 생리라는 놈에는 익숙해져간다.

특히 나는 탐폰을 쓰기 때문에 생리대만 쓸 때와 달리 일상 생활에 제약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잘 모르는 이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천장에서 물이 새는 걸 얕은 바가지 하나로 겨우 받치고 있는 것과 물이 새는 곳에다가 흡수력이 매우 좋은 솜 덩어리로 틀어막고 아래에 바가지까지 받쳐두는 것의 차이와 같다.

생리대만 쓴다면 혹시나 혈이 새지 않을지 자세도 신경써야 하고, 냄새도 신경써야 한다.

탐폰을 쓴다면 샐 걱정이 거의 없어지고 냄새 걱정도 많이 줄어든다.

그렇다보니 사실 생리기간이 생리통만 제외하면 이제는 익숙해진 상황이다.(생리통도 올 것 같을 때 약을 먹어주면 어느정도 막을 수 있다. 적어도 나는.)


그런데 이 PMS라는 놈에는 도저히 익숙해질 수가 없다.

PMS란 무엇인가? 월경 전 증후군으로, 생리 전 호르몬 변화로 나타나는 일체의 증상들이다.

증상들은 사람들별로 너무나 다양해서 딱 이런 이런 증상이다! 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하다.

나에게 나타나는 증상은 다음과 같다.

1. 생리예정일 일주일 전이 되면 몸에 열이 오르고 땀이 난다.

 이 때에는 날이 춥든 어떻든 그냥 혼자 덥고 땀이 난다. 내가 아무리 열이 많은 사람이라고 한들,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온도도 나에게는 더워서 혼자서 땀을 뻘뻘 흘리는 것이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아, PMS가 시작되었다. 생리가 일주일 남았구나.' 라는 생각을 할 정도이다. 그리고 생리 캘린더를 보면 맙소사, 정말 일주일 앞으로 다가와 있다.

2. 온 몸이 붓기 시작한다.

 이건 거의 누구나 나타나는 증상일 것 같다. 온 몸이 땡땡 붓는다. 특히 나는 하체와 가슴으로 그걸 여실히 느낄 수 있다. 하체는 평소 여유있던 바지가 쪼일 정도로 붓고, 가슴은 한 컵 정도는 커지는 것 같다. 심지어 붓기 때문에 가슴이 아플 정도이다.

3.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이 증상이 대체로 많지 않을까 싶다. 내 친구들만 봐도 대부분 나타나는 증상들이고, 가장 생활을 힘들게 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이 나타나면 주변 모든 것들에 쉽게 짜증이 나고 우울해진다. 그리고 집중력도 떨어져서 회사에서 업무에 집중하는 것도 어렵다. 이번 생리 기간의 PMS 증상이 나타났을 때 나는 이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그래서 후임과도 트러블이 생겼고, 업무에 집중이 안 돼서 하루 종일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하는 척만 하다가 퇴근한 날도 있었다.

  그리고 심하게는 이런 생각도 했다. 나와 남편은 내년 3월 즈음부터 임신 준비를 하는 것으로 협의를 했다. 그런데 이번 PMS 기간에 회사 다니기가 너무 질리고 지치니까 그냥 빨리 앞당겨서 애를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는 '내가 번아웃이 왔구나.'라는 생각과, 번아웃이 뭐 이렇게 자주 오는지 스스로에 대한 자책과 회의감을 가졌다. 그리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3월이고 뭐고 지금 그냥 자녀 준비를 시작하자며 피임도 안 했다. 이 생각을 하고 딱 이틀 뒤 생리를 시작했고, 어이없게도 생리를 시작한 뒤 업무 능률이 확 올랐다. PMS 기간에 집중이 안 된다며 미뤄두고 있던 일들을 모두 처리했고, 팀장의 어떤 말에도 평정심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새로운 일도 벌이고.. 자녀 생각, 이직 생각은 또 잠시 들어갔다. 일이 잘 되니 지금 여기서 더 일을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생리를 시작하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내가 느낀 번아웃이니 자녀계획이니는 그냥 호르몬의 농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PMS 증상이 나타나는 일주일은 집에만 틀어박혀 있는 게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 예민해지는 PMS 증상은 나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힘들게 만드니 말이다. 그리고 사회생활로 봤을 때에도 다른 사람들은 내가 생리 기간이니, PMS 기간이니 알 턱이 없으므로 나는 그냥 기분파 직원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게 제일 걱정된다. 호르몬 농간이 없을 때의 업무역량과 정서상태가 농간이 있을 때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에 괜히 안 좋은 평판을 남기게 될까 무섭다. 그러니 PMS 기간엔 일주일 정도 집에서 약간의 격리와 함께 일을 해야 할 것 같다. 이름하야 PMS 재택 제도. 우스워도 스스로 어떻게 할 수 없다면 물리적 분리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 말이다. 안 그랬다간 나는 갑자기 자녀계획을 세우고 자녀를 갖게 될 수도 있고 하나 뿐인 후임을 갈궈 의욕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또한 팀장에게는 독한 눈을 뜨며 달려들 수 있을 것이고, 남편에게는 지하철에서 만난 온갖 진상을 욕하며 귀를 괴롭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약간의 격리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이 기간은 정말 내 스스로 어찌할 수 없으니 말이다.


PMS 재택 제도는 정말이지 아무말 헛소리이지만 이번 PMS 기간을 너무나도 괴롭게 보낸 사람으로서 호르몬이 내 몸에 더이상 영향을 끼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은 진심이다.


일주일이 괴로웠던 사람의 아무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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