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나 Jun 24. 2024

관리란 무엇인가?

나의 근간을 잡아주는 "관리"에 대하여.

하이 브런치.

나다.


나는 주말마다 나만의 루틴이 있다.


토요일 혹은 일요일 오전에 아침식사를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청소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커피를 내리고 나선 포터필터를 바로 씻고, 물받침도 씻어서 널어놓는다.


청소를 할 땐 남편과 함께 하는 편인데, 청소기/스팀, 이불털기가 제일 기본이고 화장실과 주방, 베란다 등 다른 부분이 그때 그때 집중 청소구역이 된다.


이 시간이 나에겐 제일 힐링되는 시간이다.

쌓였던 먼지가 사라지고, 청소가 완료된 뒤 뽀송한 이불 위에 눕자면 그것이 휴일이고 주말이다.

평일은 청소와 관련된 것을 일절 건들지 않는다.

그리고 주말에 한 주간 오롯이 쌓인 먼지를 거둬내면 일주일을 또 시작할 준비가 된다.


청소 후 물기까지 제거한 수전은 쾌락 중의 쾌락이다.

 

그러다 최근 방송인 홍진경이 다른 사람이 날 우습게 보는 건 상관이 없다며, 본인이 베고 자는 베개, 먹는 컵, 집안의 정리정돈이 중요하다고 한 영상을 보게 됐다.


그 부분에 매우 공감이 됐다.


물론 나는 다른 사람의 시선에 참 많이도 휩쓸리는 사람이지만, 적어도 정돈된 집이 주는 자기효능감은 부정할 수가 없다.


커피머신도 쓰고 나면 늘 동일하게 정리하는 이유가 내 스스로 뿌듯하기 때문이다.


잘 관리되어 오랜 시간을 사용했을 때, 그 사실이 나에게 주는 칭찬 포인트가 있다. 마치 어린이가 심부름을 하고 받는 스티커와 같다.


옷도 그렇다. 손빨래, 드라이 등 세탁 방식에 맞춰 정성스레 관리된 옷을 오랜 시간 동일한 상태로 입을 때 내가 내 옷을 잘 관리해서 입고 있구나 라는 생각에 나 스스로 칭찬 포인트를 주는 것이다.


집 청소도 마찬가지다. 일주일 간 쌓인 먼지를 비워내고 쾌적한 상태로 만들어냈을 때 받는 나의 칭찬 포인트.


그것으로 일주일을 살아간다.


그리고 제품도 마찬가지다. 공들여 산 좋은 제품을 날 위해 잘 쓸 때 그것이 주는 안정감이 있다.


현재 나에게는 커피 머신이 그렇다.

공들여 산 것은 아니지만 맛있는 원두를 적절한 굵기로 갈아, 향긋한 커피를 즐기고 남편도 그에 행복해할 때 나에게 오는 칭찬 포인트.

그리고 다 쓰고 난 뒤에는 설명서에 적힌대로 청소하고 설거지까지 마무리했을 때 오는 또 한 번의 포인트까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자부심으로는, 예전에 쓰던 커피머신이 또 있다.

10만원도 안 주고 산 보랄 커피머신.

별로라고 욕은 했지만, 사실 나는 그걸 엄청 아끼며 잘 썼다.


그 커피머신도 늘 쓰고나면 청소까지 완료하고 물통까지 꼭 말려놨더랬다. 그리곤 그 커피머신으로 내린 커피로 가족 다같이 커피를 즐길 때가 나에겐 소확행이었다.


아무도 모르겠지만, 저렴이 커피머신으로 혼자 열심히 관리하고 잘 썼다는 측면에서 나는 나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생각하며 산다.


지난 주엔 골프연습과 헬스에 집중한 나머지 방아쇠수지증후군에 걸려 일주일 동안 손을 제대로 쓰지 못했다.

그 바람에 청소도 마음껏 하지 못 했더랬다.


그리고 오늘,

손가락이 거의 다 나아 청소기부터 부엌, 화장실, 먼지 제거까지 거의 모든 부분을 하고나니 묵직하게 마음 한 구석 자리하고 있던 찝찝함이 사라졌다.

온 몸을 타고 흐르는 땀이 느껴졌지만 아무렴 어떤가.

화장실 타일 간 노란 물때는 사라졌고, 얼룩덜룩 지저분하던 주방은 멀끔해졌는데.


생리 일주일 전, 언제나 그렇듯 찾아오는 호르몬의 농간으로 우울하고 축 쳐져있던 나에게 또 새로운 칭찬 포인트가 쌓여 치유가 된다.


관리는 나만의 정원사.

나의 근간이 되는 집을, 그리고 내 자신을 망가지지 않게 돌봐 튼실히 버티게 해주는 것.

그러니 조금은 귀찮아도 결국엔 움직이게 되는 것 같다.


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