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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혼'이라는 악기를 아시나요?

음악과 수업실기 역량강화 카혼 종합반 자율연수

by 느긋

'2025 음악과 수업실기 역량강화 자율연수 카혼 종합반 운영 계획' 공문을 보자마자 '카혼'이라는 단어에 눈이 꽂혔다. 카혼은 몇 년 전 기타 연수를 받았을 때 잠깐 체험했던, 나에게 매우 인상적인 악기였다. 평소 잘 개설되지 않은 내용이었고 정말 좋은 기회라 이번 연수를 꼭 듣고 싶었다. 방침을 살펴보니 기초, 심화과정 종합반으로 개설하여 3차시로 운영 될 예정이었고 연수 대상자는 선착순으로 선정되었다. 신청기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알람을 해놓는 건 연수를 희망하는 자에게 기본 중에 기본인 자세이다. 당일이 되자 누리집에 미리 접속하여 로그인을 해두고 계설예정이 신청 중으로 바뀌기만 기다렸다. 약속된 시간이 되어 새로고침을 위해 F5 키를 누르고 온 신경을 집중한 결과 체험 신청에 성공할 수 있었다. 초, 중등 선생님 대상으로 한 연수여서 빨리 마감이 되었다는 장학사님의 후일담을 들으니 뿌듯하였다.


연수 장소에 들어서니 카혼 가방이 동그랗게 배치되어 있었다. 일찍 도착하여 강사님이 제일 잘 보이는 위치를 선점하고 안내대로 가방에서 악기를 빼 세팅을 하였다. 구멍이 나 있는 곳을 뒷면으로 두고 의자처럼 앉았다. 가방은 보면대 역할로 사용하기 위해 내 앞에 가로로 눕혀 두고 연수 등록 시 받았던 책과 악보를 그 위에 잘 펼쳐 놓았다. 곧이어 누가 봐도 예술가인 강사님이 교실로 들어오셨다. 민소매를 입고 긴 머리를 묶은 남자 강사님이 매우 멋졌다.


강사님이 직접 쓴 '김현빈의 배우기 쉬운 카혼-초급 편'에도 설명이 자세히 나와 있었지만 강사님께서 카혼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다. 카혼이란 직육면체 상자 모양의 페루 전통 타악기로서 스페인어로 '상자'를 의미한다. 앞면에는 타격면이 있고 뒷면에는 사운드홀이라는 구멍이 뚫려 있다. 타법에 따라 다양한 음색을 표현할 수 있다니 신기하고 기대가 되었다. 사운드홀을 통해 소리가 빠져나오고 음색이 증폭되며 선명해진다는 설명도 덧붙이셨다. 카혼은 내부 모양에 따라 스트링 시스템과 스내피 시스템이 있는데 우리가 이번 연수 때 사용할 카혼은 스트링 시스템으로 기타 줄 같은 철끈이 내부에 있는 형식이다.


처음이라 의자처럼 편히 앉았는데 연주를 하기 위해 앉는 법도 알려주셨다. 두 다리를 충분히 벌려서 편하게 앉는데 모서리가 보이도록 충분히 다리를 벌려야 한다. 카혼을 세로 방향으로 절반씩 나누어 각 손이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게 연주하는 게 기본이다. 연주 편의상 카혼 앞쪽을 살짝 들어 앉는 경우도 있는데 초보자인 나에게는 매우 어려운 자세여서 기본 정석대로 자세를 잡았다.


바로 3가지 타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베이스'라는 이름의 타법은 카혼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저음으로 구음은 '쿵'이다. 손바닥 전체를 사용해 타격 하는데 오른손과 왼손이 서로의 범위를 침범하지 않아야 한다. 다른 주의사항으로는 손목을 꺾거나 손가락을 너무 오므리면 안 된다. '슬랩'이라는 이름의 타법은 카혼에서 낼 수 있는 가장 고음으로 구음은 '따'이다. 손목을 쓰면서 손가락 전체를 이용하여 카혼 타격면 위쪽을 친다. 손가락이 충분히 들어가야 하며 타격을 하고 손을 반드시 떼야한다. 마지막으로 '고스트'라는 이름의 타법은 카혼에서 낼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로 구음은 '치'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만을 이용하여 살짝살짝 치는 게 포인트다. 슬랩과 고스트의 손가락 위치는 같으며 슬랩을 약하게 치면 고스트가 된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설명을 들어 초보자로서 부담이 덜해졌다. 이 모든 타법의 공통된 주의사항은 친 후에 반드시 손을 떼야한다는 것이다. 손을 떼지 않으면 울림이 지속되지 않고 타격 충격으로 인해 손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강의 내내 강사님이 계속 강조하셨다. 베이스를 치기 위해 상체를 너무 숙이면 안되고 슬랩과 고스트는 손의 위치가 같기 때문에 이 점에 유념을 하였다. 한 타악기에서 주법에 따라 음색이 달라진다니 신기하였고 팔이 길면 유리할 것 같아 보였다.


기본 타법을 배우고 리듬게임을 하였다. 1단계부터 3단계까지 했는데 틀릴까 봐 은근히 떨렸다. 기본 4박자에 맞추어 한 사람씩 돌아가며 베이스를 치기만 하면 되었는데 쉽지 않았지만 매우 재밌었다.


1단계 : 쿵 - 쿵쿵 - 쿵쿵쿵 - 쿵쿵쿵쿵 - 손뼉 짝! - 쿵-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손뼉 짝!......


원형으로 앉아 한 방향으로 한 명씩 베이스 타법으로 타격하면 되는데 생각보다 박자 맞추는 게 어려웠다. 박자가 조금이라도 늦거나 빨라도 탈락이고, 4박자 기본 틀에 어긋나면 어김없이 아웃이 된다. 탈락이 되면 탈락자를 구분하기 위해 발을 꼬고 앉는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안되었다. 점점 속도가 올라가자 탈락자가 속출하고 그때마다 아쉬워하는 탈락자의 모습이 재미있었다. 절대음감처럼 강사님은 절대박자감이 있는 것 같다. 틀린 박자를 정확하게 캐치하는 모습이 대단해 보였다.


2단계 : 쿵 - 쿵쿵 - 쿵쿵쿵 - 쿵쿵쿵쿵 - 손뼉 짝! - 쿵-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손뼉 짝 짝! - 쿵-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손뼉 짝 짝 짝!......


2단계는 1단계에서 손뼉 치는 것을 하나씩 올려야 하므로 보다 많은 집중력이 요구되었다. 박자도 정확하게 쳐야 하고 손뼉 수도 세야하니 이 게임을 계속 하면 절대 치매는 걸릴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그 와중에 스쳤다.


"선생님들, 이 정도 속도로 이렇게 틀리면 안 됩니다! 중학교에 가보면 속도가 장난 아니에요! 속도 좀 높여보겠습니다!"


강사님 지시대로 속도를 조금 높이니 탈락자들이 대거 속출하였다. 나는 틀리지 말아야지 다짐하는 순간 베이스를 쳐야 하는데 손뼉을 쳐버려서 탈락되고 말았다. 당황한 나의 모습이 너무 웃겼다.


"3단계는 진짜 어렵습니다. 초등학교에서는 조금 힘들고 중학교 이상이면 엄청 재밌어합니다. 손뼉 치는 구간에서 '짝 짝짝'을 할 수 있는데 이건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두 번째 손뼉 치기부터 가능하고 방향이 바뀌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이 됩니다. 내 차례가 끝났다고 해서 절대 방심하면 안 됩니다."


강사님의 설명을 듣고 연습게임을 한번 해보았다. 2단계처럼 손뼉을 쳐도 되고 '짝 짝짝'은 하고 싶은 사람만 해도 되었다. 자신이 없는 나는 2단계처럼 계속하였는데 방향을 바꾸는 선생님들이 계셔서 긴장감이 한층 더 높아졌다.


3단계 : 쿵 - 쿵쿵 - 쿵쿵쿵 - 쿵쿵쿵쿵 - 손뼉 짝! - 쿵-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손뼉 짝 짝짝!(진행방향이 바뀐다) - 쿵-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손뼉 짝!- 쿵-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손뼉 짝 짝! -쿵- 쿵쿵- 쿵쿵쿵- 쿵쿵쿵쿵- 손뼉 짝 짝짝! (방향이 바뀐다)......


"아웃!"

"모자 쓰신 선생님, 아웃!"


3단계는 연습까지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웃이 금방 되었다. 3단계 리듬게임을 하면서 어렸을 때 많이 했던 '고백점프' 놀이가 생각났다. 게임도 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듬감도 익힐 수 있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한차례 폭풍 같은 시간이 지나고 카혼 기보 보는 법을 익혔다. 음표에서 기둥이 아래로 내려가면 베이스, 위로 올라가면 슬랩, 엑스 표시는 고스트였다. R은 오른손을, L은 왼손을 나타내어 직관적으로 볼 수 있어 나같은 초보자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기본 음표별, 음색별 타법을 몇 번 연습 해보았다. 처음에는 4분 음표만 나와 여유 있게 잘 따라갔는데 점점 음표가 분할이 되어 뒤로 갈수록 따라가는 게 어려웠다. 8분 음표, 16분 음표, 4분에서 8분 음표 분할 연습, 8분 음표에서 16분 음표 분할 연습, 4분 음표에서 16분 음표 분할 연습을 했다. 쉬는 시간을 조금 갖은 후 연습곡을 통해 배운 리듬을 익혀 보았는데 배운 지 한 시간 만에 이게 가능하다니 카혼이라는 타악기는 알수록 매력이 넘친다.

김현빈의 배우기 쉬운 카혼 (초급 편) 15쪽 내용


폴 킴의 '모든 날, 모든 순간'이라는 노래에 맞추어 연주하였다. 역시 좋은 노래를 들으며 카혼을 연주하니 음색이 남다르게 들려왔다. 카혼 단독으로 연주하는 것보다 배경음악에 맞게 연주하니 더 맛이 났다. '달세뇨', '코다', '달세뇨 알 코다'와 같은 생소한 음악 기호도 이번에 접해 음악 지식을 추가하였다. 뒤로 갈수록 16분 음표가 많이 나오고 악보를 따라가느라 정신이 없었지만 카혼을 경험하고 언젠가 학생들에게 알려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도 살짝 생겼다.


김현빈의 배우기 쉬운 카혼 (초급 편) 25쪽 내용


나름 음악 시간에 피아노를 치며 수업을 하기는 하지만 카혼이 교실에 하나 있으면 음악 수업이 보다 풍부해질 것 같아 욕심이 났다. 전자피아노를 치려면 전선도 연결하고 부피도 많이 차지하는데 카혼은 별다른 장치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제일 좋았다. 아이들도 조금만 알려주면 쉽게 따라 하고 재미있어 할 것 같아 일단 내 마음속에 카혼을 '저장'해두었다.


카혼이 우리 학교에 당장 없어도 이번에 배운 리듬게임을 조금 변형해서 우리 반 아이들과 시도해 볼 예정이다. 카혼 대신 자기 무릎을 쳐도 되니 리듬감 익히기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 본다. 아이들과 리듬게임을 할 생각에 내가 먼저 신이 난다. 처음에는 많이 틀리겠지만 틀리면서 성장하고 배우는 게 당연하므로 조급함은 잠시 내려두려 한다. 이번 카혼 연수를 통해 많은 걸 배우고 또 적용할 수 있어서 교사로서 설렌다.


우리 5학년 1반, 조금만 기다려! 음악 시간에 리듬게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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