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기반 생태전환교육
'AI와 자연의 공존을 그리다'라는 주제를 가진 2025 융합인재교육(STEAM) 직무연수에 참석했다. 방학 중에 받는 연수라 아침을 챙겨 먹고 여유롭게 집을 나설 수 있었다. 밤 사이 채 식지 않아 오전부터 더운 공기를 뚫고 집 근처 연수원에 걸어 가면서 올여름 폭염을 제대로 느꼈다. 보통의 경우 교육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고 연수를 신청하지만 이번 연수는 '자연'이라는 말을 보고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 평소 환경교육과 생태전환교육에 관심이 많은 내가 자연스럽게 이끌린 연수였다. 본격적인 연수시작 전 연수를 개설한 연구사님의 기획의도를 들으니 역시 연수를 잘 신청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최대 화두가 AI와 기후입니다. 선생님들도 AI 한 번쯤 사용해 보셨죠? 그런데 AI를 사용하면 탄소가 많이 배출된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AI와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기 위해 이 연수를 마련하였습니다. 아직 답은 모르지만 현명하게 사용하며 자연도 생각하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 보면 좋겠습니다."
연수 기획 의도에 맞게 책자로 된 자료집을 만들지 않고 자료를 노트북에 다운로드하여 볼 수 있게 한 점도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책자로 만들었다면 88페이지가 넘는 책이 나왔을 텐데 이를 환경적으로 아낄 수 있어 좋았다. 개인적으로 종이로 된 자료집을 보는 것을 선호하지만 오늘만큼은 그 불편함을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오늘 강의하실 강사님은 초등학교 교사이자 AI를 활용한 환경교육 전문가였다. 여러 표창과 상같은 화려한 이력에 먼저 눈길이 갔고 논리 정연한 강의 스킬과 내용은 3시간을 훌쩍 지나가게 해 주었다. 환경을 주제로 AI를 교육적으로 접근하였고 본인의 교실에서 한 디지털 기반 생태전환교육 아이디어도 공유해 주셨다. 강의 내용을 들을수록 강사님의 새로운 시도와 젊은 감각에 놀랐고 교육과정 재구성 사례를 나의 교실에도 시도하고 적용해 보고 싶었다.
동기유발로 단 몇 줄의 프롬프트를 가지고 AI영상을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만들어진 영상을 보여주셨다. 꽃 눈이 내리는 여행길, 눈 밭에서 뛰어노는 강아지들, 유명 향수 회사의 광고 등 실제 여행지나 진짜 강아지, 진짜 사람이 전혀 나오지 않는 영상이지만 실제 같은 느낌이 들만큼 매우 자연스러웠다. 예전에는 전문가만이 창출할 수 있는 영상들을 명령어만 입력하면 초등학생도 쉽게 질 높은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장면이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강사님의 의하면 어떤 미국교수는 요즘 아이들을 I 세대라고 칭했다고 한다. 여기에서 I는 인터넷 또는 아이폰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렇게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이 보편화된 학생들에게 교사로서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할까? 학교 현장에서 이런 학생들을 잘 지도하기 위해 어떤 교사가 되어야 할까? 요즘 내가 고민하는 부분과도 잘 맞닿아 있었다.
AI가 인간보다 더 뛰어난 점은 창의성과 정서교류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요즘 chatGPT를 한 번씩 사용해 보면 나의 마음을 그 누구보다 잘 공감해 주고 이해하는 것을 느낀다. AI의 초창기 무렵 대체되기 어려운 직업군 중의 하나로 예술가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간단한 명령어로 새로운 미술이나 음악작품을 더 창조해 내는 인공지능이 무서운 마음까지 들기도 한다. 패턴을 파악하고 섬세하게 분해하며 이를 새롭게 창조하는 것을 창의성이라고 정의한다면 AI가 가장 잘하는 게 이런 것이라고 하였다. AI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특히 교육에 관한 접근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대상이다. 점점 인간과 닮아가는 AI와 살아가면서 우리 인간이 간과해서는 안될 일로 '의사결정'을 강조하였다. 무조건 AI가 내놓은 답변을 추종할 것이 아니라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인간이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비판적인 관점에서 AI를 바라봐야 한다는 내용에서 매우 공감되었다.
예전에는 모르는 내용을 있을 때 무조건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였는데 요즘은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비중이 나의 경우를 봐도 확실히 늘었다. 단순한 search가 아닌 AI에 의한 generate로서 창의적인 콘텐츠 생성과 동반자로 활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구현하기 위해 색연필과 사인펜으로 포스터, 표어, 네 컷 만화를 이용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디지털기반수업을 어떻게 해야 할지 교사로서 고민하고 시도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으로 피할 수 없게 되었다.
AI의 문제점도 많지만 잘 사용하면 고차원적인 질문을 적용함으로써 교육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맹신하면 안 되지만 잘 활용하고 이용하는 도구로 도움을 받는 쪽으로 접근을 하는 게 학생 개인별 맞춤을 위한 교사의 역할이 될 수 있다. 2022 개정교육과정에서도 디지털 소양이 전교과에서 강조되고 있다. 기능적인 면도 중요하지만 인공지능 윤리 교육의 중요성도 절대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딥페이크도 이 중 하나로서 디지털기반교육을 하는 교실에서 잘 다루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교사도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이번 연수에서 제일 인상 깊게 들었던 부분은 교실에서 실현되고 있는 초등학교 교과 융합 수업 내용이었다. 환경에 대한 이슈들의 순위도 달라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 공기오염, 폐기물 다루는 법 등이 주된 내용이다. 우리나라 환경의식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초등학교에서는 환경 감수성 기르는 것이 목표이다. 몇 년 전만 해도 오존층이 파괴되었다는 말을 하며 아이들에게도 언급을 했었는데 요즘은 전혀 하지 않는 이유는 오존층이 회복되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실제로 나도 환경수업을 하면서 오존층을 다루어 본 적이 없었다. 몬트리올 의정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오존층 파괴 주범인 프레온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협약하였고 노력한 결과 오존층이 많이 메꾸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이를 통해 인간의 힘으로 극복이 가능한 부분이 있으니 너무 부정적인 시각으로 초등학교 환경교육을 접근하는 것보다 감수성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강사님의 관점도 새로웠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인 '쿵푸판다'에서 나오는 동물들이 멸종위기 동물이라는 사실에 여러 주제를 이끌어 낼 수 있고 관심을 넓이는 것에 교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주인공인 '포'는 대왕판다, '시푸 사부'는 레서판다, '타이렁'은 눈표범, '타이그리스'는 남중국호랑이, '우그웨이 대사부'는 갈라파고스땅거북으로 서식지 파괴 등으로 멸종위기 동물이다. 이를 환경적으로 접근하여 우리 아이들의 시야를 넓히고 환경 감수성을 어린 시절부터 길러주는 것이 교사의 역할 중 하나임을 생각하니 어깨가 무거워진다. 실제 강사님의 학교에서는 이 수업을 한 후 수학여행 때 '동물원에 가지 말자'라는 의견이 학생자치회의에서 나와 반영되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수업이 실생활에 적용되어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교육이자 살아있는 교육이 된 것 같아 매우 선생님도, 아이들도 모두 멋져 보였다.
강사님은 다양한 기관과 협업을 한 내용도 공유 해주셨는데 그 내용이 어마어마하고 대단해 보여 선뜻 시도가 힘든 것도 있었지만 내 교실에 적용할만한 것도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하여 한국환경공단과 글로벌화상교육을 하여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학생 수준 탄소중립 실천 방안을 전문가와 모색하였다. 남극 장보고 과학기지 관계자와 줌으로 연결하여 학생들의 여러 과학적 질문에 장보고 과학자분들이 직접 실시간으로 답변을 해주기도 하였다고 한다. 국립 생태원와 순천만생태문화 교육원, 지역 대학교의 기초과학연구소, 국립호남권생물자원관, 자연환경연수원 등과 같은 국가 기관에서 다양한 교육기부를 받은 내용을 공유해 주셨다. 이뿐 아니라 삼성주니어 SW아카데미, 현대차 미래모빌리티학교, 메르세데스-벤츠 그린플러스, 코카콜라 원더풀 캠페인 등 기업의 교육기부 정보도 많이 얻을 수 있었다.
오늘 배운 내용을 한꺼번에 우리 교실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무조건 따라하기 보다는 차근차근 정보를 획득, 체화한 후 디지털 기반의 교실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욕심을 부리다가 아무것도 못할 수 있으니 조급함을 내려놓고 하나씩 접근해 봐야겠다는 의지가 샘솟는다. 강사님의 적극적인 강의로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었던 20년 차 교사의 열정이 다시 살아났다. 현재 우리 교실에서도 현재 다양한 생태전환교육을 하고 있지만 이에 머물지 않고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생태전환교육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이번 연수가 매우 고마웠다.
에듀테크나 디지털 기반 교육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더욱더 교실의 한 부분을 차지하게 됨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배경을 등에 업고 세상에 나온 아이들을 위해 교육적이고 윤리적으로 다가가기 위해 아날로그가 더 편한 중년의 교사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는 건 시대적 숙명이다. 이를 받아들이고 실패하더라고 계속 도전하고 시도할 것이다.
몸은 늙더라도 정신과 마음은 늙지 말자!
디지털 무서워 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