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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교원대상 문화예술교육 직무연수

by 느긋

'나를 담는 문화예술 이야기'라는 주제를 가진 교원 문화예술교육 직무연수에 참여했다. 2일 간 진행된 연수로 딱딱한 책상과 의자가 가득한 연수원이 아닌 한옥 특유의 고즈넉한 정서를 가진 전통문화관이 연수 장소라 새로웠다. 전통 문화관을 둘러싸고 있는, 비가 와 녹색빛이 더욱 강해진 산을 한옥 안에서 바라보니 빗소리와 잘 어울려 그 자체로 힐링이 되었다. 한옥 처마 밑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풍경으로 인해 심신이 편안해지는 것을 보니 역시 인간은 자연의 일부임을 한번 더 깨달으며 겸손해진다.


문화, 예술, 교육 각각 너무 어려운 주제지만 이를 합친 '문화예술교육'은 무엇을 말하고, 교사로서 어떻게 접근을 해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렵게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울 수 있고 부담을 내려놓고 다가가면 어느 정도 내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지만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문화예술교육은 문화와 예술을 활용하여 사람들의 창의력, 감수성, 표현력,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이라고 챗GPT가 말해준다. 예술활동을 통해 삶을 더 깊이 이해하고 소통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인다.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감수성을 길러주는 것이 초등학교 교사의 역할로 생각하니 살짝 어깨가 무거워지며 교실에서 실제 적용할 수 있는 팁을 얻어가고자 눈에 힘을 더 줘본다.


첫째 날은 '나의 이야기를 표현하다'라는 주제로 여러 실습이 이루어졌다. 오전에는 무용교육기획자님이 오셔서 몸으로 표현하는 것을 알려주셨다. 일상의 이야기를 놀이와 춤으로 표현 및 창작하는 단체의 대표님으로 춤으로 작업하는 일상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하셨다. 일단, 딱딱하게 굳은 연수생들의 얼굴과 몸을 풀어주기 위해 밝은 음악을 틀어주며 모둠원끼리 인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을 주셨다. 간단한 눈인사를 해도 여전히 어색한 연수생들이었다. 같은 것을 내는 가위 바위 보를 통해 조금 부드러워진 분위기 덕분에 어른들도 아이들처럼 웃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기 시작하였다. 서로를 바라보며 공통점을 찾고 마스킹테이프를 잘라 본인의 이름이 아닌 닉네임을 쓰게 하셨다.


중앙에 모두 모여 닉네임이 쓰인 마스킹 테이프를 바닥에 붙이고 그 위에 섰다. 왠지 무언가를 시킬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반갑지만은 않았지만 교사 입장에서 열심히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예쁘고 고마운 것처럼 적극적으로 참여해 보겠다는 의지를 다져본다. 큰 타원형이 만들어졌고 그 안에 강사님이 들어가셨다. 간단한 게임을 통해 움직임을 만들어 보았다. 교실에서도 자주 하는 교실놀이와 비슷하여 금방 적응하였다.


"안경 쓴 사람 바꿔!" 하면 안경 쓴 사람끼리 자리를 바꿔야 한다. 강사님도 놀이에 참여해 마스킹 테이프 자리보다 사람이 한 명 더 많으므로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는 사람이 생긴다. 교실에서는 의자를 동그랗게 두고 놀이를 하는데 단순하지만 치열하며 모든 학생들이 열의를 불태운다. 결국 자리를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술래가 되어 미션을 다시 제시해야 한다.


"치마 입은 사람 바꿔!"

"옷에 빨강 있는 사람 바꿔!"

"머리 긴 사람 바꿔!"

"양말 안 신은 사람 바꿔!" 등 재미있는 미션이 많이 나온다. 덕분에 분위기는 더 말랑해졌고 연수생들 얼굴도 더 편해졌다.


다음은 '춤추는 삼각형'이다. 지원자 세명을 뽑았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을 쑥스러워하는 내가 걸리면 어쩌나 했지만 안 뽑혀 다행이었다. 교실에서도 수줍음이 많은 학생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삼각형 대형으로 세 사람이 선 후 맨 앞의 꼭짓점에 서 있는 사람을 뒤에 있는 두 명이 따라 하면 된다. 어떤 움직임이어도 상관없으며 관찰을 잘해야 하므로 집중력 있게 봐야 한다. 이를 세사람이 돌아가며 하고 오각형, 육각형도 가능하다. 문화예술교육은 평소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소소한 면을 잘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되므로 교실에서 잘 적용시켜봐야겠다.


다음 활동은 연수생이 모두 모여 교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한 사람이 멈춤 동작을 하면 그것을 따라 하는 것이었다. 움직임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고 이를 반복하여 자유롭게 표현하였다. 음악이 있어서 더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었다. 역시 쑥스러움이 많은 내가 먼저 능동적으로 멈춤 동작을 하지 않았지만 에너지가 좋은 선생님들 몇 분은 동작이 남달랐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활동은 자유롭게 교실을 돌아다니며 서로에 대해 좀 더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으로 활동에 임하니 더 열심히 할 수 있었다. 질문을 살짝 바꾸면 교실에서도 재미있게 활동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내가 평소에 하는 활동들이 다 문화예술교육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어렵게만 느껴지지 않았다. 시간이 짧아 한 사람과 깊게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조금 아쉬웠지만 누군가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익숙하면서도 뜻깊었다. 정리 과정에서 활동에 대한 생각이나 느낌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며 공감을 해주는 활동이 참으로 따스하였다.


대부분의 오후 연수는 점심을 먹은 후라 꾸벅꾸벅 조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수는 달랐다. 활동 중심의 연수라 졸리지 않아 좋았다. '마음의 색을 그리다'라는 주제로 색채와 선을 통한 감정 표현을 할 수 있었다. 미술 전공과 무관하게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 가능한 심리 기반 활동으로 마음놀이터 대표분이 오셔서 강의를 해주셨다. 예술활동가이자 예술교육가로 소개를 한 강사님의 포스가 남달랐다.


일단 나를 표현하였다. 어떤 매체를 선택하느냐도 지금의 나를 표현하는 데 영향을 끼친다. 오일파스텔인지 색연필이지 그 질감도 달라져 현재의 나를 표현하는 데 차이점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어릴 때부터 아이들이 살면서 색을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가지고 있다고 하셨다. 느낌이 가는 색의 파스텔을 골라 선과 색으로 종이를 채워나갔다. 깊이 생각하지 않고 마음과 손이 가는 대로 그리다 보니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연수 오기 전날 밤 아들과 다툼이 있어 잠을 별로 자지 못해 컨디션과 기분이 좋지 못했는데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 신기했다. 이래서 미술치료를 하는 건가? 잠깐이었지만 아무런 말과 음악이 없이 진행되는 고요한 분위기가 좋았다. 음악도 표현에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종이 크기도 선택할 수 있는데 현재 나의 에너지가 좋고 크면 종이 사이즈도 커진다고 하셨다. 생각보다 낙서를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도 인정해 주는 허용적인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하셨다. 원하는 색을 마음껏 표현함으로써 가장 무의식 중에 있는 '나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고 하셨다. 내가 만들어 낸 선과 면에서 숨을 그림을 찾아 스토리 텔링을 하였는데 모둠원의 합동작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재미있었다. 기상천외한 이야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통해 자기 효능감도 높아질 수 있다고 하니 우리 반 아이들과 한번 해보면 참으로 좋을 것 같다. 얼마나 웃긴 이야기가 나올 지 벌써부터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마지막 활동으로 '상징으로 말하는 나'를 하였다. 주어진 캔버스에 원하는 색으로 바탕을 만들고 실을 이용해 '관계'를 표현하였다. 실로 어떻게 인간관계를 표현할 수 있을까?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기분이 다운되어 있어 좀 밝은 에너지를 갖고자 연두색과 노란색으로 바탕을 만들었다. 내 인생의 중심은 단연코 '나 자신'이므로 실을 이용해 나를 해처럼 둥글게 표현하였다. 여기에서 나오는 수많은 인간관계들은 가족, 동료, 친구, 지인 등이 될 수 있다. 중간중간 끊어진 실은 예전에는 함께 하였으나 지금은 인연의 끈이 끊어진 시절인연을 표현하였고 앞으로 내가 맺게 될 관계들도 둥글게 표현하였다.


인연이나 관계에 크게 미련을 두거나 연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가족의 경우 그 말이 달라진다. 휴대폰 사용 문제로 어젯밤 잠도 못 자고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했던 우리 모자의 관계는 도저히 끊을 수 없는 천륜으로 표현하였다. 아들에게 못할 말을 하여 미안하기도 하고 죄책감이 들기도 하며 아무리 가족이지만 거리를 두는 것이 건강하다는 것을 한번 더 깨닫고 실천하고자 마음을 굳건히 먹었다.


연수생들이 한 명씩 나와 작품에 담긴 이야기를 설명하는데 저마다 자신의 이야기가 다 녹아있어 집중할 수 있었다. 인생은 정말 쉽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힘들고 괴로운 것은 다 가지고 있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인생을 생각하여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나의 내면에 집중하는 것이 제일 중요함을 한번 더 상기하였다.

나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사유의 힘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반복되는 일상에서 지칠 수 있는 나에게 힘을 불어줄 수 있는 것들은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문화예술이고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문화예술교육이라 본다. 감수성을 키우고 더 나아가 사고력과 판단력을 기를 수 있게 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많은 경험을 시켜줘야 하는 것이 교사의 의무이다. 초등학교 수준에서는 수많은 점들을 찍게 해 주고, 시간이 흐른 후 이 점들이 모여 하나의 선이 되고 면이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초등 수준의 일회성 체험들이 어른이 되어 인생의 경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교사인 내가 먼저 배우고 깨닫고 성장을 하는데 게을리하지 않아야겠다.

AI의 홍수 속에서 세상의 속도에 휩쓸리지 않고 교사로서 중심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시대의 변화에 눈을 뜨고 있지만 제일 중요한 본질적인 것을 잊지 않도록 나와 계속 대화하며 사유하도록 노력해야겠다. 브런치 글쓰기 또한 중심을 잡기 위한 중요한 매체이다. 문화예술로서 글쓰기와 독서의 본질을 깨닫는 의미 있는 연수였다.


역시 교육의 질은 교사를 넘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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