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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Jul 10. 2024

드디어 수련활동이 끝났다

 2023학년도 말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2024학년도 5학년 수련활동이 드디어 끝났다. 우리 학년 수련활동 담당선생님의 철저한 사전계획 덕분에 1박 2일간의 활동을 무탈하게 마칠 수 있었다. 사전답사, 보험선택, 안내장 내용 결정, 참여자 조사, 건강상의 유의점 조사, 방배정, 안전교육 등을 위한 동학년 회의를 수차례 했고 이를 바탕으로 별일 없이 잘 다녀올 수 있음에 감사를 느꼈다. 특히나 수련활동을 하는 이틀 내내 비가 와서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다른 때보다 더 긴장을 하였고, 사전답사 때와는 조금 달라진 야외활동 때문에 더 신경이 쓰였는데 무사히 학교에 도착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참여자 조사 및 가정에서의 안전 지도사항에 대한 안내장이 나간 한 달 전부터 아이들은 수련활동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뜬 마음을 감추지 않았고, 끼가 있는 몇몇의 친구들은 벌써부터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시작하였다. 개인사정으로 한두 명씩 빠지는 다른 반에 비해 우리 반은 전원 참석이라 다 같은 추억을 만들 수 있어서 나도 좋았다. 안내사항, 주의사항, 준비물 등을 한차례 설명을 하니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막 쏟아진다.


"비탈길이 심해서 바퀴 달린 캐리어는 안전상의 이유로 가져오면 안 되고 책가방 같은 백팩을 가져오세요"

- 크로스 가방은 안 되나요?

- 백팩인데 바퀴 달린 가방은 안 되나요?

- 들고 다닐 있는 여행용 가방은 되나요?

- 백팩 메고 또 작은 크로스가방 메도 되나요?


"수련활동에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가지고 오지 마세요. 장난감이나 포커카드, 휴대폰을 제외한 모든 전자기기 같은 것은 안됩니다."

- 애착 인형 가지고 와도 되나요?

- 애착 베개 가지고 와도 되나요?

- 학원 숙제 가지고 와도 되나요?

- 보드 게임 가지고 와도 되나요?

- 책 가지고 와도 되나요?

- 작은 공 가지고 와도 되나요?

- 스마트 워치 차고 와도 되나요?

- 안대 가지고 와도 되나요?

- 드라이기 가지고 와야 하나요?

- 종이 접기용 색종이 가지고 와도 되나요?

- 수첩과 펜 가지고 와도 되나요? 밤에 '몸으로 말해요' 게임하고 싶어요.

- 버스에서 쓸 목베개 가지고 와도 되나요?


"위험한 물건은 가지고 오면 안 됩니다. 예를 들어 담배, 술, 칼, 라이터, 당근칼 등 안됩니다. 화상 위험이 있는 고데기나 라면류도 안됩니다."

- 선생님, OO이가 촛불 가지고 와서 밤에 불 켜고 무서운 이야기 한데요.

- 방에서 라면 끓여 먹으려고 했는데 안 되나요?

- 단소도 안 되나요?


"방배정에 대해 안내하겠습니다. 각 반별로 남자 방은 2개, 여자 방도 2개입니다."

- 선생님, 침대 있나요?

- 샤워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해야 하나요?

- 베개가 어떤 건가요? 제 베개 가지고 와도 되나요?

- 다른 방에 들어가도 되나요?


 현재 우리 5학년 아이들은 2020학년도에 입학한 코로나 세대여서 당일치기 체험학습을 저학년 때는 못 갔다. 부모님 곁을 떠나 1박 2일간의 수련활동을 하는 것도 처음이므로 설레는 것은 당연하기에 이상한 질문에도 미소를 잃지 않고 대답을 다 해주었다. 안전교육 주간에는 조금이라도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서약서에도 서명하고, 안전고사 시험도 봤으며 안전교육영상도 보는 등 세세한 안전교육을 반복적으로 하였다. 물론 우리가 간 청소년수련원은 전문청소년지도사 분들의 지도하에 프로그램이 진행되어 담임교사들은 임장지도만 하면 되었지만 1박 2일 동안은 긴장의 연속이었다. 특히, 장난꾸러기들만 모여있는 남학생 방들이 너무나 걱정되었다.


수련활동 하루 전 우리 반 학부모님들로부터 3통의 연락과 당일 1통의 연락을 받았다.

1. 선생님, OO이 눈이 주말 동안에 부어 안과에 와 있습니다. 진료받고 학교로 보내겠습니다.

- (점심시간까지 학교에 오지 않자) OO이 좀 괜찮나요?

- OO이 눈이 다래끼인 줄 알았는데 염증이 심해서 내일 수련활동도 의사 선생님이 가지 마라고 하네요.

한 달 전부터 짐을 싸놓았는데 너무 속상해하며 한참을 울었어요.

- 아이고, 제가 다 속상하네요. 수련활동 시 신체활동이 많으니 무리일 것 같습니다. OO이 마음 잘 어루만져 주세요.


2. (하이톡으로) 선생님, 내일 수련회 준비하시느라 바쁘실 텐데요. 혹시 잠시 통화가능하시면 전화 부탁드려도 될까요?

- 네, 수업 끝나고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수업시간에 연락을 드렸네요. 죄송합니다.

-(전화통화)  다름이 아니라 OO이가 무서움을 엄청 타거든요. 그런데 같은 방을 쓰는 한 친구가 밤에 무서운 이야기를 한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하네요.

-어머님, 안 그래도 OO이가 무서운 이야기 하는 친구가 있다고 해서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었습니다. 방 같이 쓰는 친구 한 명이라도 무서운 이야기 하는 거 싫어하면 절대 하지 마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 선생님, 감사해요. 요즘에 너무 무서운 꿈도 많이 꾸고 무서운걸 싫어해서 걱정이 되어서요.

- OO이가 키 클려나 보네요. 너무 걱정 마시고 안전하게 잘 다녀오겠습니다.


3. (퇴근 시각 1분 전) 선생님, 늦게 연락드려 죄송합니다. OO준비물을 챙기다 보니 걱정되는 게 있어서요. OO이가 모기 알레르기도 심하지만 참나무 진드기 알레르기는 과민반응이 높게 나와서 조심해야 돼서요.

- 아, OO이가 참나무 진드기 알레르기도 있군요. 숲 속이긴 하지만 비가 와서 실내 강당에서 주로 활동을 할 예정이고 혹시나 야외 활동이 있더라도 제가 계속 옆에 있을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 모기 기피제와 혹시 모를 알레르기 약도 처방받아 왔는데 너무 걱정이 되어서요.

- 제가 옆에서 잘 살펴볼 거고 약도 있으니까 너무 염려 마세요. 가정에서도 주의하라고 당부 부탁드립니다.

-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4. (수련활동 당일) 선생님, OO 이한테 말 하긴 했는데 아직 출발전이면 생리대 한번 갈고 오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내일 8시에 ADHD약 먹어야 하거든요. 꼭 먹으라고 말 좀 해주세요.

- 네, 잘 전달하고 약도 잘 챙기겠습니다.


 수련활동 기간 동안 휴대폰을 걷고 2일 차 버스탑승 직전에 수령하므로 자녀들과 연락이 안 되어 학부모들께서 걱정이 많았을 것이다. 알림장에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문구를 써주었고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개인적으로 연락이 갈 거라고 사전에 안내를 여러 번 해두었다. 당일날 아침 장난 섞인 말투로 "부모님께 인사 잘 드리고 왔어요? 밤에 우리 친구들 보고 싶어서 어떡하신데요?"라고 하니 아이들 반응이 웃기다.


"우리 엄마는 저 수련활동 가서 너무 좋데요."

"우리 아빠가 1주일 간 더 다녀와도 된데요."


 약간의 해방감을 느꼈을 학부모님의 기분을 나도 충분히 맛본 적이 있기에 그런 반응들이 너무나 이해가 갔다. 믿음직한 담임교사와 함께 공교육에서 진행하는 수련활동이 걱정은 좀 되지만 안심하고 보낼 수 있었을 것이다.


 체험학습을 통해 학생들이 교실이 아닌 곳에서 친구들과 함께 경험하면서 얻을 수 있는 것이 많다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체험학습의 중요성과 의미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초등교육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중요시하고 이를 실생활과 연관시키는 내용을 강조하므로 단순한 활동이 아닌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에게 체험학습은 긴장과 피로감을 갖게 한다. 담임교사 한 명이 많은 수의 학생을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학교 밖에서 지도하고 관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의미와 중요성을 알기에 피로와 긴장감을 기꺼이 감수하고 사전 교육도 매우 철저히 하는 등과 같이 안전에 각별히 신경을 쓰며 체험학습을 진행시킨다.


 2022년 11월 강원 속초시의 한 테마파크 주차장에서 현장 체험학습 중이던 초등학생 한 명이 버스에 치여 숨진 매우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학생들을 인솔하던 교사 중 2명은 업무상 과실치사로 재판에 넘겨졌다. 분명 사고는 고령의 버스 기사가 냈는데 그 책임을 인솔 교사들도 피하지 못하게 되었다. 체험학습에 가기 전 얼마나 많은 안전교육을 했을지 너무나 눈에 선해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같은 교사로서 매우 크다. 자식을 잃은 부모님의 마음에 비할 것은 아니나 제자를 잃은 선생님들의 충격도 헤아리기 힘들다. 그런데 교사에게 무한 책임을 묻는 현행 법은 분명 교사의 교육과정 운영을 위축시킨다. 실제로도 체험학습을 거부하는 교사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고, 특히 1박 2일과 같은 숙박형 체험활동은 교사들의 반발이 더욱더 큰 실정이다. 아이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교사들의 마음이 오롯이 교육활동으로 표현될 수 있고, 더 의미 있고 즐거운 체험학습이 될 수 있도록 교사를 위한 최소한의 법적인 안전 울타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초기본교육을 담당하는 초등교사가 아이들을 위한 교육활동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교사들의 손발을 묶지 않는 사회적인 분위기와 법적인 제도가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


아이들을 위한 마음은 다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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