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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느긋 Jul 12. 2024

우리 반 급식부장 준혁이

 우리 반 급식부장 준혁이(가명)는 급식을 아주 맛있게 먹는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진 준혁이는 뭐든지 맛있게 먹어 잔반을 거의 남기질 않는다. 치즈만 먹질 못할 뿐 가리는 음식이 거의 없다고 한다. 우리 반에서 급식 부장은 10분 타이머를 챙기고(우리 반은 최소 10분 동안 천천히 밥을 먹어야 하는 규칙이 있다.) 가끔씩 텃밭상자에서 나온 상추를 급식실로 가지고 가 친구들에게 나눠주는 일을 한다. 급식부장이라고 해서 급식을 먼저 받는 것도 아니고 아무런 이득이 없지만 준혁이는 급식부장을 자진해서 신청했다.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거


 오늘도 역시 급식을 야무지게 받아와 맛있게 잘 먹는다. 오늘의 메뉴는 닭죽, 스파게티, 미니핫도그, 열무김치, 수박, 쌀밥(자율)이다. 맛있는 거 옆에 맛있는 게 있다. 자리에 앉은 준혁이는 닭죽을 먹으며 '맛있다'라는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닭죽 위에 잘 익은 열무김치를 올려 입 안 가득 건강을 채우고, 연신 맛있다고 그러더니 금세 닭죽과 스파게티를 클리어한다. 그리고 한번 더 급식판에 닭죽을 가득 받아오며 한마디를 한다.


"조금만 받으려고 했는데 많이 주셨어요"

"배부르면 억지로 먹지 마." 


한참을 맛있게 먹는 준혁이가 갑자기 휴~ 한숨을 뱉는다. 나는 준혁이가 배불러서 한숨을 쉰 줄 알았다.

"준혁아, 배부르면 남겨도 돼!"

"그게 아니라 닭죽이 뜨거워요."

너무 귀엽다.


 천천히 끝까지 다 먹은 준혁이가 후식으로 나온 수박을 먹으면서 또 한 번 감탄을 한다.

"와, 수박 진짜 달다"

"준혁아, 너는 씨까지 다 먹어?

"네, 씨도 다 먹어요."

"수박씨가 몸에는 좋다고 하더라. 그런데 선생님은 뱉어."

"어렸을 때 할머니가 수박씨 먹으면 배에서 수박 자란다고 해서 안 먹었는데 지금은 수박씨 먹어요."


 수박의 빨간 부분은 물론이고 하얀색 부분도 알뜰하게 먹은 준혁이다. 준혁이의 부모님이 문득 궁금해졌다. 어쩜 이렇게 아들을 야무지고, 성격도 좋고, 얼굴도 잘 생기게 낳으셨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준혁이는 평소에 반 친구들도 잘 챙기고 예의도 바르며 긍정적인 말을 많이 하는 아이다. 성격이 수박처럼 동글동글하지만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감정과 생각도 건강하게 표현하는 준혁이를 보며 하나의 물음이 생겼다.


잘 먹어서 성격이 좋은 거야, 성격이 좋아서 잘 먹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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