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 쓰는 <목소리 타법> vol.12
"오래 기다리셨습니다."라는 말은
나 스스로에게 한 말입니다.
오래 기다렸다는 것은, 남들에게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긴 고요의 시간이었습니다.
요즘 누가 누굴 기다리겠나요. 대체될 것 풍부한 경쟁만 있는 세상, 변심이 빠른 인간관계 인데요...
“오래 기다렸습니다 ”라는 말은
차마, 그간의 힘듦을 이겨내고 원래의 내모습, 내위치, 내존재로 복귀하길 기다린 시간이었습니다.
굉장히 울컥하는 반가움입니다. 돌아온 것에 대해.
거대한 바람을 정통으로 맞는 스스로를 바라보던,
날아오는 화살을 묵묵히 맞아가며 버틴,
크리에이티브한 생각을 잠식한 번아웃을 이겨내길 바란, 스스로에 대한 지극한 사랑입니다. 그 기다림은.
또한 브랜드를 대표하는 사람으로서의 다시 궤도로 복귀할 것이란 것을 100퍼센트 믿어주어야만 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다만 시기를 봤던 시간들이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그 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한 절박함을 느낀 것도 맞습니다. 그래서 더 새롭고, 설레기도 하고요.
그 시간의 나는, 너무나 다양한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시간에 맡겨두고 마냥 기다리기만 한 게 아니더라고요. 떠나온 것들에게서 갖는 호기심도 컸고요.
낙서로 시작한 그림이 스케치북 10권이상이 되었고 그 그림으로 상표출원을 하면서 브랜드로 론칭하였고, 그와 관련된 스토리를 짜고, 그림책을 구상하고...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게 된 것도 같고요.
나홀로 제주한달살이, 나홀로 울릉도1주일살기, 부산국제영화제와 4박5일 여행, 다양한 미술관 관람, 스푼라디오, 브런치스토리 등 다른 영역도 관심을 가졌고요. 가이드라인이 보다 명확한 경쟁을 하고자 공모전에도 참여하고, 국가고시 시험이란 대체 어떤 기준으로 나오는지 궁금하여 그것도 필기와 실기를 공부도 해봤고요. ㅋㅋㅋ. 수필공모전+일러스트 공모전 등등 지친 마음을 달래준 일련의 소소한 즐거움이었어요. 또한 해보지 못한 일들에 대해 도전을 해보니까 그것에도 열정을 다하고 있길래 안도하기도 했어요.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나의 매력이라는 것을요.
그러면서 또 무언가를 시간과 돈을 들여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 교류하고 그 과정에서 더 즐거운 탐구의 영역으로 확장시키더라고요. 그러면서 또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깨닫게 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잘 성장해가고 있다는 안도를 느끼곤 했습니다. 나를 대표하는 단어, 열정과 그 즐거움요.
나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언젠가는 내가 돌아갈 것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조급하지 않게 기다려준 것 같습니다. 물론 통장의 돈은 쌓이는 게 아니라 까먹고 있었지만요. 흐흐. 많이요.
자사홈페이지와 더 나아가 스토어를 준비하겠다고 결정한 순간을 즐거워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나의 모습으로 어느 정도는 돌아온 것 같아서 기쁩니다.
세상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콘텐츠를 기획하고 디테일에 집중하지만 그전에는 클라이언트가 더 돋보이도록 방법을 강구하는 게 목표였다면 이제는 동시에 내 브랜드도 더 돋보이게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재미있을 것이란 기대가 돼요. 미루지 않았다면 더 빨랐을 수도 있겠으나....
사실, 모든 게 재미없었거든요.
그토록 사랑하던 일이, 반갑지가 않았어요.
돈이 많이 되는 프로젝트도 거절하고 모든 연락이 귀찮더라고요. 살아있다는 생존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한 즐거운 상상을 하기 싫다는 것이 너무.. 답답하고 그랬습니다. 즐겁지 않았어요.
그건 마치 발이 땅에 닿지 않고 거리를 떠돌듯 영혼 없이 지낸 즐겁지 않은 순간이었어요. 칠흑의 번아웃이란 폭풍 속에 있었던 것 같아요.
‘잃을 게 있어 두렵다'는 표현보다는
'소중하게 지킬 것이 있다'는 긍정의 의지로
나의 존재와 위치를 상기하며
기다린 시간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한 앞으로 선택한 일이 몇 배는 더 스펙터클 하다는 것을 짐작하고 결정한 일입니다.
남들 바삐 뛰어갈 때
저는 천천히 가겠습니다.
머 나쁘지 않아요~. 가는 길에 꽃도, 풀도, 나무도 보고, 산도, 바다도, 눈부신 태양과 뜨거운 별, 달과 밤의 그윽함 속에 바람도 느끼며...
이번 생애 내가 지구라는 별에 온 이유를 알고 있다는 #위버멘쉬 적 깨달음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천천히 걸어가도 우직하게 내가 가고 싶은 길 가면 되니까요.
머, 인생에 어디 정답이 있겠나요? 항상 변수를 대비하며 사는 것일 수도 있고요. 대자연의 일부로써 예외 없이 겸손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나의 미래와 꿈에 대해서요.
세상을 아름답게
사람을 즐겁게
일상을 의미 있게
그것에 특화된 나를 바라볼 때 눈부시게 빛나는 순간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며... 화이팅 하겠습니다.
하겠다고 했으면 압도할 열정으로 임하는 게
바로 나라는 것을 결과로서 보여줘야 한다는 게
항상 diffcult 합니다 ㅋㅋㅋ
잘 준비해 가도록 할게요.
** 회사 전화는 당분간 받지않고 이메일만요
<목소리 타법>에 연재가 미뤄지고 있음을
죄송하게, 항상.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