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제주새별오름에 있습니다
내 안에서도 바람이 일고요
또한 내가 거대한 바람 앞에 있다는 것도요.
그것이 내가 처한 현실임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것도요.
어떤 바람 앞에도 한 올 한 올 일어나
나풀거리는 갈대를 보니 꽃처럼
아름답더라고요.
나는 과연 저 갈대처럼 유연할지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대자연의 몸짓과 손짓을 보고 배웁니다.
참, 신기했어요.
일을 떠나
도시를 떠나
네온사인 즐비한 인간들을 떠나
자연으로 왔는데,
사람이 그립더라고요.
너무 보고 싶은 얼굴들이 눈에 아른거려서,
차마 그 좋은 풍경을 앞에 두고 보니
보고 싶다고,
눈물을 보탤 뻔했습니다.
다가가지 않은 이유와
다가갈 수 없는 이유 사이에서
참 오랜 시간 보고 싶었다고
기다렸다고
말했습니다.
응답을 하겠지요. 내게.
어떤 이라도.
그 무엇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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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소리를 들었습니다
2024.12.03~04까지의 나 홀로 제주새별오름에서의 일정입니다.
제주는 이미 2년 전에 <나 홀로 한달살이>를 하였기에, 내겐 그다지 흥미로운 여행지는 아닙니다. 다만 이번에는 종일 걷고 싶었어요. 또한 겨울을 택하여 떠난 만큼 사전에 갈대숲 풍경을 보고 싶다고 결정하고 떠난 것도요. 이미 15일 이전에 최저가 티켓이 떴기에 결정을 하고 예매했으니, 계획된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올해 간단한 여행도 못 가고 대학원 준비하느라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것에 대한 짧은 1-2일간의 보상입니다. 더는 호사를 누릴 수 없는 12월 일정 중에 가야 했기에. 정말 사치스러운 취미생활인 셈이지요.
고생한 나에게 고생을 선물하다
서울에서 마치 배부른 돼지처럼 사는 게 아닐까~ 싶어서 간단하게 바나나 3개와 계란 4개 그리고 단백질바 3개 그리고 올레길 스탬프북을 갖고 떠난 목적 있는 여정이었어요. 올레길 15-b코스(해안가 걷기)를 목적으로 하여 종일 걷기 위한 여행, 고생한 나에게 고생을 선물했습니다. 낯선 길을 걷고 싶었습니다. 동행 없이.
새벽, 새별오름에 너무 이른 시각 도착하니 해가 뜨기 전이라 굉장히 추웠고 옷도 얇아서 괜히 왔나 싶었으나 오름을 오르고 보니 몸이 뜨거워지고 8시 이후가 되니 해가 뜨고 사람들도 몰려오고 그랬습니다. 오름을 오르고 난 후에는 근처 멋진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창으로 보는 새별오름과 주변경관을 다시 감상했어요. 주변이 캠핑장으로 너무 정비가 잘되어 여름에 텐트를 갖고 다시 와서 주변 동물원도 충분히 둘러보고 지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갈대들의 몸짓이 한 올 한 올 기억에 오래 남았고, 여행지로의 선택을 잘한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다양한 바람과 그 위력(풍력)에 대응하는 자연과 인간의 방식에 사색도 했고요. 분명 서울에서는 들을 수 없는, 소리였습니다. 다만 이번 일정에는 목적이 분명하여 빠르게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올레길 15-b코스를 걷기 위해 스탬프가 있는 애월항으로 이동했고, 목적대로라면 한림항~ 애월항으로 동선이었지요. 날씨가 무척 좋아서 나 홀로 올레길을 걷는데도 하늘과 바람과 제주를 담기에 종일토록 좋았습니다. 귤 농사가 아니어도 집집마다 귤나무 하나씩은 있는 것 같았고, 12월이라는 겨울에도 꽃과 나무가 자라고 있었어요. 제주의 날씨 덕분에. 또한 사람 사는 것이 거의 비슷비슷하게 살아가는 풍경들 속에 떠나온 나의 집과 일도 생각나곤 했어요.
굉장히 짧은 일정이라 더 아쉬움이 커서 ㅋㅋㅋ 그것 또한 이번여행의 킥이 아니었나 싶네요.
바람은 산에도 불고, 오름에도 불고, 바다에서도 불어오고... 참 다양해요~
그렇죠?
<나선환>을 만들었어요.
2025년에 쏠꺼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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