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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타 Oct 24. 2024

워라밸의 진짜 의미, 매 순간 살아있기!

아주 보통의 하루가 주는 행복한 순간들

워라밸의 의미


후배님들과 나눈 대화에서 제가 항상 물어보는 게 있어요.

왜 공무원을 선택했냐는 건데요 많은 분들이 한 대답은 "공무원이 가장 워라밸이 좋은 직업"이란 것이었어요...


일과 삶의 균형을 말하는 워라밸은 Work - 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직장에서의 업무와 개인적인 삶을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죠.

일에만 몰두하기보다는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중시하게 되면서 더 많이 언급되는 단어입니다.

워라밸의 개념도 점점 진화하고 있는데요, 단순히 일과 개인 생활을 나누는 것만이 아니라 두 가지를 조화롭게 유지하며 일에서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개인적인 시간과 여가를 즐기며 긍정적인 인생을 살아가고자 하는 것으로 의미가 확장되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 19 이후 재택근무와 유연근무제가 확산되면서 워라밸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었어요.


사진: Unsplash의 Persnickety Prints


나의 워라밸은


퇴근시간이 일정하고 업무강도가 높지 않다고 알고 있는 공무원생활이었지만, 저는 워라밸을 체감할 정도로 시간이 여유롭지는 않았어요.

물론 퇴근 후 어린이집에서의 픽업시간이나 병원에 갈 시간 정도는 있었지만 왜 그리 눈치가 보이던지요.

워라밸이 가능해도 워라밸을 잘 유지하는 것 역시 어떤 능력이 필요한 것 같네요.

    

저에게 있어 행정실 업무는 칼퇴를 보장할 정도로 여유 있는 업무는 아니었어요. 

예산편성과 결산의 시기에는 최근에 생긴 원격업무시스템이 감사할 정도로 집에서 일을 할 때도 많았지요.

각종 과년도 감사자료와 보고자료는 왜 꼭 제출기일이 촉박했는지 몰라요.    

방학에는 학교가 쉰다고 생각하는 공사업체분들과 방학 내내 싸우다 보면 가족 휴가 계획조차 피곤하게 느껴졌었지요.

개학이나 현장학습 등의 학교교육과정에 맞춰 파도처럼 몰려드는 각종 지출과 계약으로 인해 역류성 식도염이 생길 정도였습니다.


학교 근무자들은 일 년 내내 긴장을 늦추지 않고 일하는 느낌이랍니다.  

높은 성과급이나 승진을 바랄 수도 없고 바라지도 않지만 매 순간 응당 해야 할 일들이 눈앞에 쌓여 있어요.

특히 저연차 공직자분들은 하나씩 배워가며 일을 해야 하니 더욱 시간이 부족할것 같아요.


직업만 보고 워라밸이 좋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가 이런 것 같네요.

워라밸이 좋다고 느끼는 것은 결국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상황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워라밸을 잘한다는 것


영화 평론가들이 극찬하며 영화소개 프로에서 자주 나오는 감동적인 영화가 있어요.

짐자무시 감독의 영화 <패터슨>입니다. 

집 - 회사 - 집 - 산책 - 펍...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한 남자의 일상을 조용하게 관찰하는 듯한 영화인데요, 지루할 것만 같은 스토리이지만 이상하게도 사람들에게 묘한 울림을 줍니다.

이 사람의 하루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고 왠지 아름다워 보이기까지 하는데요, 우리가 꿈꾸던 규칙적인 생활과 진정한 자기 계발의 일상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v2Z8hBCUKU


패터슨의 일상은 특별한 일은 없지만 매일 같은 루틴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시간관리가 잘 된다는 것이죠.

매일 산책을 하고 시를 쓰는 그 모습은 꾸준한 자기 계발의 정석이라 할 수 있어요.

만나는 사람들과의 유대관계도 좋아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매일 보는 사람들과의 대화를 보면 소통의 달인처럼 느껴집니다.


자기 계발서적에서 강조하는 요소들이지만 사실 이렇게 무어라 규정할만한 임팩트는 하나도 없답니다.  

워라밸을 잘한다는 것 역시 사건사고 없이 잔잔하지만 의미 있는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이 아닐까요?

좋아하는 음식을 먹거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어쩌다 한번 소소한 즐거움을 누리는 소확행도 큰 행복감을 선사할 것만 같네요.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코리아 2025>에서 나온 트렌드 용어인 '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라는 말도 이 시대 직장인들이 하고 싶은 워라밸의 지향점인 듯합니다.



보통사람으로 사는 것만도 워라밸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생애주기에 맞는 과업들을 묵묵히 해내며 살고 있어요.

학교 잘 다니고 연애하고 결혼하고 아이 낳고 효도하고 등등, 그 시기에 맞는 경험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살아왔어요.

하지만 요즘은 연애도 포기하고 결혼과 육아도 포기하고 또 무엇을 포기할지 모르는 힘든 세상 속에 살아가고 있어요.

꼭 그 과업들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 번씩은 아무런 무리 없이 다음 과업을 해내고 싶은 마음입니다.  


단군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시대라고 하죠?

투잡, 쓰리잡에 10억 정도야 눈 감고도 벌어야 할 것처럼 채찍질하는 세상입니다.


열심히 일만 하려고 해도 사람들에게 상처받은 마음은 힘을 쭉 빼버립니다.

대인관계에서 느끼는 연대감보다 우울증  처방전이 더 많이 증가하는 사회가 되어 있네요.

남들의 시선까지 신경써야 하는 대한민국의 아침은 피로한 사람들의 끄덕거림으로 넘실대고 있어요.


아직도 편안함에 이르지 못하고 지쳐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 나오는 대사들은 많은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 주었지요.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이렇게 무심한 듯 따듯한 말 한마디 건네줄 어른이 옆에 있어주길 소망하며 드라마를 보았는데요.

마침 그때 나온 노래의 제목이... 지친 하루도, 힘든 하루도 아닌 "보통의 하루" 였어요.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FMV_ An Ordinary Day ((보통의 하루)_Jung Seung-hwan My Mister (나의 아저씨) OST part.3 (youtube.com)



평범하고 보통의 직장인으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채워가는 것만으로도 저는 워라밸을 누렸다 생각한답니다.

그런 면에서 보면 교육행정직 공무원의 생활은 정말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고정적인 수입이 있고 매일 같은 시간에 출퇴근할 수 있어요.

소박하나마 미래를 꿈꾸며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많더군요.

출산과 육아를 위한 다양한 시스템이 젊은 부부들을 지원하고 있어요.

돌보아야 할 가족들을 위한 시간은 법적으로 허용해 주는 든든한 사회제도가 있지요.   

 

  

행복감을 맛보며 매 순간 살아있기


아주 보통의 행복 中


최인철 교수님의 책 <아주 보통의 행복>은 행복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너무 크게 생각하고 있진 않았는지, 행복을 목적이나 수단으로 생각하진 않았는지... 그래서 행복조차 해내야만 하는 대상으로 생각해서 미리 겁을 먹지 않았나 싶어요.


결국행복이란 것은 우리 일상에 널려 있고 그것을 잘 받아들이는 행복천재가 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어요.

지치고 바쁜 직장생활과 가족들을 위해 견디어내고 만들어내는 하루 일과 중에도 순간이나마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그래서 더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지금 이 순간, 바로 여기에 있는 많은 행복한 것들이 모두 나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면 정말 기분이 좋아진답니다.

느끼고 감탄하기 위해 ! 오늘 하루도 반짝반짝 매 순간 살아있는 삶을 만들어 가야겠습니다.      


표지사진: Unsplash의 Aziz Achark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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