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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비타 Oct 10. 2024

오래가는 인연들

직장생활을 지속시켜 주는 러닝메이트


동기


발령동기들은 제 공직생활의 처음부터 지금까지 가족과 같은 존재입니다. 

서로 아무것도 모르고 만났지만 첫 만남부터 참 친하게 지냈던 것 같아요. 

외롭고 무서운 마음에 서로에게 의지했었지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웃어주고 격려하며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승진하거나 발령이 잘 난 동기에게는 간식도 보내주며 마음껏 격려해 줬지요. 

힘든 일이 있거나 걱정되는 동기가 있을 때에는 힘든 마음에 작으나마 위로가 되고자, 조심하고 눈치 보며 말없이 같이 밥을 먹었지요. 

사진: Unsplash의Chang Duong


학교는 지역 특화사업이나 여비업무와 같이 인근 학교들과 동일하게 처리하는 업무가 많아요.

자연스럽게 주변 학교과 소통하며 같은 지역에 있는 동기나 각종 협의회에서 만난 사람들로 인맥이 형성됩니다.

각자의 학교 일이 바쁜 관계로 과외의 시간을 내기보다는 의무적으로 참가해야 하는 법정연수나 회의에서 만난 사람들과 인사하고 대화하면서 얼굴을 익히게 되지요. 

실장은 실장대로 신규는 신규대로 나름의 고민이 많고 서로 말도 잘 통합니다. 

비슷한 처지끼리 서로 도와주고 격려하며 정보도 주고 받으면서 그 누구보다 고마운 존재가 되더라고요. 

주로 업무 메신저로 연락이 되는데요 좋은 정보도 뿌려주시고 남의 일도 내 일처럼 열성적으로 거들어주시는 분들이 꼭 계시더라고요. 

서로 돕는 분위기가 잘 만들어지면 '이런 걸 물어봐도 되나' 싶은 사소한 질문들도 같이 고민해 주는 참 든든한 관계가 되기도 하지요.   


장기 연수에서 만난 연수동기도 제 인생에서 정말 빼놓을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6개월간의 장기 연수를 신청한 것도 너무 큰 용기가 필요했지만, 보고서와 각종 과제물을 해 내야 한다는 것이 저에게는 정말 큰 스트레스였어요. 

특히나 다른 연수생들보다 나이도 많다 보니 부담감은 두 배가 되었던 시기였지요. 


능력이 출중한 연수생들과 교육청 근무 경력자들은 보고서나 발표에 있어서 두각을 나타내며 연수를 즐기고 있더군요.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생각은 아예 꿈조차 안 꿨지만, 자꾸만 작아지는 저를 보며 연수 신청한 것을 매일 후회하고 있었답니다. 


그때 저를 배려해 주고 격려해 주던 사람들이 바로 연수 동기들이에요.

특별히 친절할 이유도 배려할 필요도 없는 관계였는데 서로를 밀어주고 도와주는 게 일상이더군요. 

능력도 뛰어나고 인성도 남다른 사람들을 연수원 안에 모아놓은 느낌이었어요.

만약 진정한 리더에 대한 특징을 말하라고 한다면 저는 연수동기들의 자질과 품성을 말할 것 같아요.      

사진: Unsplash의Duy Pham


 

동료


직장에 가면 매일 만나야 하는 사람들을 동료라고 하지요? 

단순히 직급만 부르는 일반회사와 달리 학교에는 정말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있어요. 

행정실에서 함께 근무하는 실장님, 주무관님 등이 가장 가까운 동료입니다. 

학교 구성원의 대다수인 교사들도 동료이고, 오후에 오시는 방과후수업 선생님들까지도 저는 동료라고 생각해요. 

모두 직장에서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죠.


학교 내부적으로는 부서가 나눠져 있어서 각자도생의 정글 안에서도 그나마 작은 울타리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끊임없이 갈등과 반목이 있지만, 그래도 소속감과 안정감이 생기게 되지요. 


함께 근무한 시기별로 잘 맞는 사람들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누군가 발령이 나거나 경조사가 있으면 각자 다른 기관에 근무하다가도 한 번씩 모여서 밥도 먹고 수다도 떠는 사이가 되지요.  

이런 만남은 짧게는 1년, 길게는  20년간 이어지더군요. 

학교에 대해 서로 잘 아는 사이니 만큼 고민도 함께 해주고 힘들게 하는 사람은 함께 욕해주기도 하면서 서로 마음을 보듬어 주는 사이가 되었어요.  


사진: Unsplash의Krista Mangulsone

직종이 다른 분들과의 인연도 오래가게 됩니다. 

보통 주거지 부근 학교에 근무하다 보면 같은 지역에 사는 교사나 교직원분들을 만나기도 하니까요. 

직장에서는 직장동료이고 지역에서 만나면 지역 주민이 되는 거지요.

 

그럴 때 혹여 관계가 나쁜 사람과 만나게 된다면 정말 마음이 불편할 거예요. 

반대로 관계가 좋은 분들과는 정말 좋은 인연을 이어가게 된답니다. 


저와 같은 학교에서 근무하시던 선생님이 제 아이가 다니는 학교로 발령 난 적이 있었어요. 

아이의 방과후수업 선생님이 제가 근무하는 학교에서 근무하시게 되어 다시 만나는 경우도 있었고요. 

죄짓고 살면 안 된다고 하는데 학교 근무자들은 더 그런 것 같네요.     

 

  

업체와 유관기관


학교 행정실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은 지방계약법과 관련되어 있어요. 

그만큼 각종 계약과 구매업무가 주를 이루고 다양한 업체분들과 만나게 됩니다.

요즘은 비대면 구입 건이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큰 계약이나 연간계약을 진행할 때는 직접 대면하는 일이 많지요.


학교와 거래하는 업체분들은 대부분 학교와 오랜 기간 계속 거래하는 분이 많아요

다른 관공서보다 진입하기는 힘들어도 일단 서류만 잘 갖추면 학교 거래가 더 편하다고 말씀하셔요.

혹은 다른 학교에서는 다 이렇게 한다며 나름의 기준을 제시해서 저희가 당황하는 일도 있지요.


저는 교육예산은 미래의 교육환경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므로 엄격하게 집행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업체분들의 기준을 존중하면서도 적법하고 공정한 업무처리에 심혈을 기울여 일하고 있어요.

사진: Unsplash의Windows

학교 부근의 주민센터와 시청, 그리고 경찰서 등 각종 유관기관들은 학교 운영에 있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에 대등하면서도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소통해야 합니다.


운동장이나 체육관 등 학교의 시설을 개방할 때에는 학교의 교육과정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지역 주민의 편의를 최대한 보장하는 선에서 조율이 필요합니다.


시에서 지원하는 교육협력 사업의 시보조금을 신청할 때에도 우리 학교 위주의 예산 요청보다는 시 전체의 균형적인 보조금 지원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요즘은 지역사회 발전과 주민 복지를 위해 학교시설을 활용한 복합센터의 건립도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학교와 관련한 사업이 더 확대되면서 시청에서 근무하는 평생교육이나 체육건강 등의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과도 계속 만나게 되는 것 같아요.  



오래 만난 사람들이 좋은 사람들이었다


친구와 와인은 오래될수록 좋다는 말이 있지요?

저는 오래 만난 사람들이 알고 보니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어요.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인성이 없다면 관계가 오래갈 수 없기 때문이지요.


학교라는 곳은 학생들이 보고 배우는 곳이라서 그런지, 서로 예의를 지키고 친절하게 대화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아요.  

물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대다수는 서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아요. 


사진: Unsplash의Shane Rounce

다른 기관보다 학교라는 곳은 민주주의 의식이 더 크게 지배하는 직장입니다. 

학교 민주주의 지수도 매년 보고하고 있을 정도예요. 

그만큼 구성원들이 서로 상호존중하고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 곳이죠. 

학교의 장인 교장선생님의 결정권도 중요하고 대학졸업 후 첫 직장으로 온 신규교사들의 의사도 모두 존중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정말 평등한 조직이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업무에 있어서는 민주주의라는 기준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것 같네요. 

정확한 기준이나 측정도구도 없고 부서별로 너무나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학교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갈등이 현존하고 있어요. 

각자가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다른 직종이나 입장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갈등은 생기기 마련이죠. 

학생들 간의 갈등이나 괴롭힘도 문제이지만 직장 내 괴롭힘과 교직원 간의 갈등도 이 시대에 개선되어야 할 답답한 숙제인 것 같아요




박상미 님의 책 '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하다'에서는 "동료는 친구가 될 수 없다"라고 합니다.


'동료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말은 동료와 깊이 공감하려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업무적인 협력관계에 중점을 둔 지혜로운 관계 맺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학교근무에서 계속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나 스스로가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 같아요.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모인 곳이기에 자칫 오해가 될 수도 있고 중심을 잃어버리기 쉬우니까요.  

서로 기분 좋은 말만 나누려 하다 보니 겉으로 보기엔 스스럼없어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기에 가능한 상황일 수도 있답니다.


https://blog.naver.com/sungsoon1031/220996653518?photoView=5


표지사진:https://blog.naver.com/toeicks/221289493269?photoView=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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