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직을 꿈꾸는 그대에게
주변에 알게 모르게 퇴직하신 분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승진 준비하는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 명예퇴직자 명단에 이름이 있기도 하고
누구보다 즐겁게 일하던 명랑한 주무관님 한분도 갑작스레 사직서를 내셨더군요
퇴직하면 뭐 하고 살까?
미리 준비하고 있었을까?
로또라도 당첨된 걸까?
조금이라도 그 과정을 알고 싶어 물어보면
딱히 계획이나 대박 사건이 있어서 퇴직한 경우는 없었어요
적어도 제 주변에는 그랬답니다
그럼 왜 했냐고요.... 지금은 무슨 일 하냐고요...
무언가 답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며 우리는 다시 캐물었는데요
돌아오는 답은....
"그냥 했어, 집에서 그냥 쉬고 싶고, 아껴 쓰면 되지..."
라는 힘 빠지는 대답만 듣게 되었답니다.
퇴직하는 사람에 대한 궁금증은 반은 호기심, 반은 부러움입니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가슴 한편에 사표 한 장 갖고 다닌다고 하지요
언제쯤 여기를 탈출할 수 있을까? 새로운 세상으로 도망가고 싶다 등등...
계속되는 직무 스트레스를 그만 받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큰 이유일 겁니다
스트레스를 보상하기에 급여는 그저 위로금 정도일 뿐이니까요.
저연차 공무원들의 조기 퇴직이 점점 많아지는 것도 아마 같은 이유에서 일 겁니다.
"사직서 내는 시기는 지능과 반비례한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더군요
똑똑하고 뭘 해도 먹고 살 능력 있는 사람은 정말 빨리 결정을 내릴 수도 있을 것 같네요 ㅎㅎ
대책이 있든 없든, 당장 힘든 일을 하지 않는 풍토도 한몫하는 것 같고요
매달 들어오는 급여와 그동안 내가 쌓아놓은 능력과 인맥들...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도 크지만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도 큰 게 인간입니다.
용기를 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다가도 어느새 익숙한 내 자리로 돌아오기도 합니다.
석가모니의 말씀이 담긴 <화엄경>에는 이런 말이 담겨 있어요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
1년이 되었든 20년이 되었든, 혹은 정년퇴직을 맞이한다고 하든
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자리에서 떠나야 합니다.
익숙한 것들로부터 결국은 이별을 고해야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겠지요.
엑시트 : 출구, 퇴장, 떠남 , 투자금회수
공직 생활의 멋진 엑시트를 꿈꾸며 잠시 생각을 해봅니다.
내가 원하는 제2의 인생은 무엇일까요.....
"지금과는 다른 멋진 인생을 살고 싶다"
"좋은 사람들과 계속 만나며 즐겁게 웃으며 살고 싶다"
"퇴직 후에도 밥 잘 먹고 건강하게 살고 싶다 "
퇴직 후에 생각해도 늦지는 않을 거지만 이왕 생각하는 거, 좀 더 현실적으로 고민 한번 해봅니다
떠나기 전에 가방을 싸듯이 퇴직을 앞둔 현재의 시간들도 나에게는 유의미한 시간이 될 것이니까요
그동안 가지고 있던 것들을 발판 삼아 새로운 변화에 잘 적응한다면 그야말로 성공적인 엑시트가 아닐까요...
그렇다면 퇴직을 앞두고 내가 할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어요
몸과 마음도 건강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삶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가고 싶다는 건데요
결론은, 쉽게 말해서 나 자신을 지덕체가 조화로운 사람으로 만들면 되겠다는 것이었어요.
교실마다 걸려있는 교훈 같아서 좀 멀리하고 싶은데, 저도 모르게 세뇌가 된 듯 싶네요 ㅎㅎㅎ
배워서 남 주냐? 는 말을 합니다.
즉 배우는 만큼 그것은 본인에게 남아 있다는 뜻이겠지요.
배우는 만큼 성장은 내 몫이란 건 동의하지만 언제 배워서 언제 탈출하냐고 한숨부터 나오는데요...
그랬다가도 다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시간이 충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퇴직 후에 시작한 공부도 큰 성과를 낼 수 있는데 하물며 퇴직 전이라면 충분히 시간이 많을 수가 있으니까요
우리는, 늦게 도전했어도 인생 대역전에 성공한 사람들을 알고 있습니다
53세라는 늦은 나이에 사업을 시작해 아직도 우리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맥도널드 창업가 레이크록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보셨지요?
우리에게 KFC할아버지라고 불리는 할랜드샌더스라는 분은 어떤가요?
젊은 시절 많은 회사에서 잘리고 돌아다니기를 반복하다 65세가 되어서야 자신만의 레시피를 개발한 KFC 프랜차이즈를 만들었지요.
베라왕이라는 패션디자이너는 피겨스케이팅과 패션에디터로 성공했지만 디자이너의 꿈을 이루기 위해 본업을 전향하여 40세에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고 지금은 세계적인 패션브랜드를 가지게 되었지요.
위의 예시에 든 사람들은 하던 일을 대기만성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일을 배우고 시도한 사람들이랍니다.
지금 같은 100세 시대에 나이 4,50은 새롭게 시작하기에 절대 늦은 나이가 아닌 거죠.
시도한다고 꼭 성공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해요.
즐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가 있어요.
이 시대는 다양한 일을 시도하고 스스로 즐기는 부캐의 시대라고도 하니까요.
현직에 있을 때 참가할 수 있는 각종 연수시간은 새로움을 배우는 최고의 기회가 될 것 같아요.
메타버스나 영상편집 등 현재 업무와 특별한 관련이 없지만 미래에 쓰일 수도 있는 기술들은 사고의 확장에서 기술습득까지 다양한 도움이 될 거예요
업무 관련 연수도 새로운 강사님들께 배우다 보면 좋은 팁들이 많이 있어요
구글의 각종 보조프로그램이나 모바일에서 편하게 쓰는 메모장 등의 각종 툴을 어렵지 않게 쓰시는 분들을 보면 저도 한번 시도해 볼까 하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가장 편하고 저렴하면서도 깊이 배울 수 있는 도구는 독서인 것 같아요.
전문가들이 알기 쉽게 모두 오픈하고 알려주는 몇몇 유튜브도 좋지만, 정말 심혈을 기울여 정보를 엄선하고 많은 사람들의 정성이 들어간 책의 가치와는 비교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당장 입에 단맛이 나는 디저트보다는 영양소 골고루 꾹꾹 눌러 담아 놓은 잘 차려진 밥상 같은 느낌이랄까요
재테크 관련 독서를 본격적으로 해보는 것도 금상첨화겠지요?
지금과는 다른 멋진 인생은, 지금과는 다른 내가 되어야 주어질 것입니다
공직생활이 몸에 배어 뻗뻗하고 심심한 사람과는 누구도 놀아주지 않을 거예요
어디서든 비호감만 안되어도 정말 감사할 일입니다
그리고 스스로 매력적이라 느끼면 어느새 자신감 넘치는 인생이 되겠지요?
이케하라 마사코의 책 <매력은 습관이다>에는 매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어요
" 사람들은 이미 너무 잘난 사람들에게 질렸고 타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사람이 희귀해진 상황에서, 자신감 넘치면서도 공감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에게 끌린다"
데일카네기의 책 <인간관계론>에서는 '남에게 호감을 사는 여섯 가지 방법'으로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어요
1. 다른 사람들에게 순수한 관심을 기울여라
2. 미소를 지어라
3. 당사자들에게는 자신의 이름이 그 어떤 것보다도 기분 좋고 중요한 말임을 명심하라
4.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 되어라. 자신에 대해 말하도록 다른 사람들을 고무시켜라
5. 상대방의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하라
6. 상대방으로 하여금 중요하다는 느낌이 들게 하라. 단, 성실한 태도로 해야 한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이처럼 너무 현학적이거나 돈이 드는 것도 아닌데 그동안 별로 시도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공무원스럽게 살아왔던 걸까요? ㅎㅎ
그리 잘나지도 못했으면서 나만 잘났고(혼잣말) 남들에겐 그리 관심 없이 살아왔던 것 같아요
타인을 중요하다고 여기게 하는 태도, 타인에게 좀 더 관심을 표현하고 그들과 어울리고자 노력하는 태도를 갖춘 사람을 본다면.... 정말 매력적으로 느껴질 것 같네요
오늘부터라도 좀 더 노력해 봐야겠어요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이유는 매력적인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멋진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그 순간들이 모여 내 삶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함께 하는 시간도 즐겁고 더 나아가 그들의 장점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되겠지요.
회사에서는 떠나가도 사람들을 떠날 수 없는 게 인간이기에 이런 매력의 요소는 평생 공부해야 할 과목인 듯싶어요.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은퇴한 배우나 가수들, 그리고 퇴직한 고위공무원이나 교장선생님들 중에는 과거의 화려했던 시절을 못 잊어하며 쓸쓸하게 노년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돈과 명예 그리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모두 아무짝에도 쓸모없지 않을까요...
반대로, 가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매일매일이 무탈하고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는 어떤 사람의 표정은 얼마나 반짝거리고 아름다울까요?
퇴직 후 새로운 곳에서 일하거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되거나 , 모두 새로운 변화에 직면하게 됩니다.
의미 있는 인생이 계속되고자 우리는 포기하거나 선택하게 되는데요, 그런 변화의 순간조차 저는 심하게 흔들리고 싶지 않더군요.
몸이든 마음이든 약해져 있을 때 병이 찾아와 그동안 지탱해 오던 작은 것들조차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어떤 종류의 변화가 와도 건강에는 전혀 흔들림 없는 단단한 체력을 가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혼자가 되어도 정신적으로 무너지지 않는 마음의 건강 역시 키우고 싶은데요.
그동안 매일 성실하게 보냈던 직장인의 루틴을 활용하면 어떨까 생각해 보았어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무조건 출근하는 것처럼 같은 시간에 기상하고 잠자리에 드는 것, 하루에 일정량의 업무를 처리해 내던 스케줄 대신 본인의 건강에 맞는 운동량을 계획하는 것처럼요.
여기서 더 나아가 취미생활이나 가족과의 시간을 알차고 즐겁게 보내면 너무 좋겠죠 ~~.
책 <100세 수업>에서 세계적인 노화학자 마크윌리엄스(Mark Williams)는 말했어요
"습관이 주는 편안함의 유혹을 이기는 것에서부터 잘 늙기 위한 준비가 시작된다"
즉 창의적 노화는 지금까지의 삶에서 굳어진 인식, 습관, 통념이 주는 편안함을 거부하고 새로운 시도와 경험을 마다하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근무 기간 모두가 퇴직준비이자 자기 계발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어요.
엑시트란 최종적으로 수익을 마무리하는 의미라고 해요.
언젠가 사표를 투척하며 공직생활을 플러스로 마무리하는 그 매력적인 실장님이 제가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
표지사진: Unsplash의Artem Beliaikin